- 조비(曹丕)의 출병(出兵) 고집(固執) -
사자(使者)의 명을 띄고 동오(東吳)의 건업(建業)으로 손권(孫權)을 만나고 온 마속(馬謖)은 성도(成都)에 들아오는 길로 제갈량(諸葛亮)을 찾아왔다.
"승상(丞相),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으니, 조비(曹丕)의 명(命)으로 사로(四路)로 쳐들어 오던 적(敵)들이 모두 물러갔다는 소식(消息)을 들었습니다. 물론, 손권(孫權)의 오군(吳軍)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허허허.. 유상(幼常 : 마속의 字), 자네가 위험(危險)을 무릅쓰고 건업(建業)까지 달려가 손권(孫權)을 설득(說得)해 오군(吳軍)의 출정(出征)을 막은 덕분(德分)이네." 제갈량(諸葛亮)은 마속(馬謖)을 칭찬(稱讚)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승상(丞相)의 가르침을 받은 덕분(德分)이니, 어찌 그것이 제 공(功)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 자네는 이번에 조비(曹丕)가 생각한 오로군(五路軍) 동원(動員)의 책략(策略)을 누가 제안(提案)한 것인지 알고 있나?"
"확실(確實)하진 않으나 사마의(司馬懿)라는 자가 조비(曺丕)에게 제안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마의(司馬懿)?..."
"예, 사마의(司馬懿)의 자(字)는 중달(仲達)로 올해 쉰 살입니다. 현재 조비의 책략가(策略家)로써 조비의 절대적(絶對的 신임(信任)을 얻고 있으며 조조(曹操)가 발탁(拔擢)하였으나 조비(曹丕)에 의해 크게 중용(重用)되었고 실제(實際) 전쟁(戰爭)에는 나선적이 없어, 병법(兵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음!... 이번에 제안(提案)한 전략(戰略)만 보더라도 보통(普通)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네, 그러니 앞으로 자네는 그 자(者)를 주시(注視)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
그 무렵에 위(魏)에는 두 개의 커다란 불행(不幸)이 있었다. 조조(曹操) 때 부터 전쟁(戰爭)터에서 혁혁(奕奕)한 전공(戰功)을 세워왔던 대사마(大司馬) 조인(曺仁 : 조조의 사촌)이 병(病)으로 세상(世上)을 떠난 것이 한 가지였고, 또 한가지는 촉중(蜀中)을 사로(四路)로 공격(攻擊)하였던 사십만(四十万) 대군(大軍)이 한 곳도 승리(勝利)하지 못하고 모두 패(敗)하고 빈손으로 물러났다는 소식이었다.
조비(曹丕)는 그 소식(消息)을 듣고 크게 노(怒)하며 모든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을 불러 모았다.
"병력(兵力)을 나누어 촉(蜀) 정벌(征伐)을 나섰으나 아무 성과(成果)도 거두지 못하고 모두 철수(撤收)했소. 이번에 패(敗)한 원인(原因)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말해 보시오." 위제(魏帝) 조비(曹丕)가 화(火)가 동(動)한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양평관(陽平關)에서 조운(趙雲)에게 패퇴(敗退)하여 귀환(歸還)한 대도독(大都督) 조진(曺眞)이 이번 계획(計劃)을 제안(提案)한 사마의(司馬懿)를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그러나 사마의(司馬懿)는 별다른 표정(表情)을 짓지 아니하고 눈치를 한번 보면서 묵묵(默默)히 꿇어 앉아 있었다.
이때 화흠(華歆)이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아룁니다, 초(蜀) 정벌(征伐)에 실패(失敗)한 것은 손권(孫權)의 탓입니다. 평소(平素)부터 폐하(陛下)를 돕겠다고 누누히 약조(約條)했으면서, 암암리(暗暗裡)에 촉(蜀)과 동맹(同盟을 맺었지요. 게다가 이번에 찾아간 사자(使者)마저 만나지 아니하고 우리의 제의(提議)를 뿌리쳤으니 절대(絶對) 용서(容恕)할 수 없습니다!"
"그렇소! 화흠(華歆)? 짐(朕)이 전함(戰艦) 제조(製造) 관리(管理)를 맡겼는데 어찌되었소?"
"아룁니다. 병선(兵船) 이천(二千) 척(隻)은 이미 완성(完城)되었고, 오만(五万) 수군(水軍)은 현재(現在) 훈련(訓鍊) 중에 있습니다. 또한 길이가 이십(二十)여 장(丈) :약 60m)이나 되는 십여 척(隻)의 용주(龍舟)에는 각각(各各) 이천 군사(軍士)가 승선(乘船)하기에 충분(充分)할 정도(程度)의 크기로 건조(建造)해 놓았습니다."
"좋소! 조휴(曺休)?"
"예, 폐하(陛下)!"
"군량(軍糧)과 무기(武器)의 준비(準備)는 어떻게 되고 있소?"
"군량(軍糧) 백오십 만석(百五十万石)을 모두 마련했는데, 그중 오십만 석은 형양(荊襄 : 형주(荊州)와 양주(襄州)과 가까운 합비(合肥)로 보냈습니다."
"음!..." 조비(曹丕)는 전쟁 준비(戰爭準備) 상황(狀況)을 확인(確認)하자, 자신감(自信感)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무 대신(文武大臣)들에게 명(命)한다.
"들으시오! 조만간(早晩間) 수군(水軍)과 보병(步兵) 삼십만(三十万)을 일으켜, 약조(約條)를 깨고 촉(蜀)을 도운 동오(東吳)를 정벌(征伐)할 것이오! 이번엔 짐(朕)이 직접(直接) 출정(出征)하여 기필(期必)코 형양(荊襄)을 함락(陷落)시켜 동오를 응징(膺懲)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문무대신들은 일제(一齊)히 황제(皇帝) 조비(曹丕)의 명에 복명(復命)하였다.
그때, 장군(將軍) 조진(曺眞)이 벌떡 일어나 대전(大殿) 가운데로 달려 나온다.
"폐하(陛下)! 신(臣)이 이번 전쟁(戰爭)에서 공(功)을 세우지 못하여 부끄럽습니다. 신에게 속죄(贖罪)할 기회(機會)를 주시옵소서."
그러자 조진(曺眞)을 필두(筆頭)로 장수(將帥)들이 하나, 둘씩 달려나와 아뢰는데,
"폐하! 신에게 선봉(先鋒)을 맡겨 주십시오!"
"선봉(先鋒)은 제가 적임(適任)이옵니다!" 하고, 십여 명의 장수(將帥)들이 서로 자원(自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비(曹丕)가,
"좋소! 모두 용기(勇氣)있게 나서 주니, 짐(朕)이 안심(安心)이 되는구려!"하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마의(司馬懿)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중달(仲達 : 사마의의 字)? 어째서 아무 말도 없소?"
사마의(司馬懿)가 조비(曹丕)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大殿) 한 복판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폐하(陛下), 신(臣)에게 벌(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조비(曹丕)가 이 말을 듣고 반문(反問)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요?"
"이번 촉(蜀)의 정벌(征伐)은 신(臣)의 책략(策略)대로 출병(出兵)했으나 예상(豫想)과는 다르게 촉을 치는데 실패(失敗)하고 말았으니, 그 죄(罪)가 크옵니다. 벌(罰)을 받지 않는다면 편치 않을 것이옵니다."
"화흠(華歆)이 말한 대로 촉(蜀) 정벌(征伐)에 실패한 것은 손권(孫權) 때문이오. 하니 자책(自責)할 필요(必要) 없소."
"망극(罔極)하옵니다! 하지만 신(臣)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왜 또 그러시오?"
"신(臣)이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린다면 분명(分明) 벌(罰)을 내리실 것이옵니다."
"대체(大體) 뭔지 말해 보시오."
사마의(司馬懿)는 자리에 함께있는 조진(曺眞)과 조휴(曺休)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조진(曺眞)과 조휴(曺休)는 사마의(司馬懿)의 눈길을 외면(外面)하였다.
사마의(司馬懿)가 입을 열어 결연(決然)한 어조(語調)로 말한다.
"폐하(陛下)! 부디 동오(東吳)를 치지 말아 주십시오."
"이유(理由)가 뭐요?" 조비(曹丕)는 느닷없는 사마의(司馬懿)의 요구(要求)가 기막히다는 듯이 반문(反問)하였다.
그러자 사마(司馬懿)의는 고개를 꼿꼿히 고추 세우고 자신의 주장(主張)을 피력(披瀝)해 보인다.
"촉(蜀) 정벌(征伐)의 실패(失敗)가 손권(孫權)의 탓이기는 하나, 그것이 전부(全部)는 아닙니다. 촉(蜀)의 대응(對應)을 돌파(突破)하지 못한 우리 측(側)의 문제(問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향후(向後) 우리가 동오(東吳)로 출병(出兵)하게 되면 촉의 제갈량(諸葛亮)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들은 이번에 우리가 본 것 같은 동맹(同盟)으로 결속(結束)된 상태(狀態) 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동오(東吳)를 정벌(征伐)하려 한다면 촉(蜀)의 배후(背後) 공격(攻擊)도 고려(考慮)해야만 하옵니다. 따라서 촉(蜀)과 오(吳)의 동맹 관계(同盟關係)가 완전(完全)히 깨지기 전에는 어느쪽을 치든지 우리에게는 승산(勝算)이 없음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선제(先帝)께서 하셨던 것 처럼, 앞으로 십 년 동안 군대(軍隊)와 전략물자(戰略物資)를 양성(養成)하십시오. 그리하시면 당연(當然)히 우리의 국력(國力)이 강(强)해 질 것이며, 그 사이 오촉간(吳蜀間) 동맹(同盟)은 금이가서 제갈량(諸葛亮)이 형주(荊州)를 공격(攻擊)하거나, 손권(孫權)이 서천(西川)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때 군사(軍事)를 일으키면 천하(天下)가 폐하(陛下)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됐소! 내 나이 곧 사십인데, 십 년을 기다리란 말이오?" 조비(曹丕)가 대노(大怒)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조비(曹丕)가 만조백관(滿朝百官)들 앞에서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대노를 해 보이니 사마의(司馬懿)가 역린(逆鱗 : 주군의 분노)을 건드린 잘못을 무릎을 꿇어 보이며 표현(表現)해 보였다.
그러나 흥분(興奮)한 조비(曹丕)는 고집(固執)을 꺽지 않았다. 그리하여 문무백관(文武武百官)들을 향하여 다시 한번 명한다.
"짐(朕)은 오(吳)를 정벌(征伐)할 것이니 그리들 아시오! 그리고 사마의(司馬懿),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내 벌(罰)은 내리지 않겠소. 그만 물러가시오. 이제 거병(擧兵)을 논의(論議)할 것이오."
그 순간 사마의(司馬懿)는 조비(曺丕)의 고집(固執)스런 출병 결정(出兵決定)에 의아(疑訝)한 눈으로 황상(皇上)이 앉은 자리를 올려다 보다가 시선(視線)을 내려 깔았다.
그리고 중얼 거리듯이 복명(復命)하였다.
"알겠사옵니다."
사마의(司馬懿)는 위제(魏帝) 조비(曹丕가 동오(東吳) 정벌(征伐)에 이토록 집착(執着)하는 이유(理由)를 알 수 없었다.
삼국지 - 343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