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신청 13만6,000건…예상 처리 33개월
시민권 증명서 없으면 캐나다 여권 발급 어려워
캐나다 시민권 증명서 발급에 33개월이 걸리면서 해외에서 태어난 캐나다인 자녀들이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캐나다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시민권법 개정으로 신청 대상이 확대된 가운데 신청이 몰리면서 처리 기간이 크게 늘었다.
이민난민시민권부(IRCC)의 9월 3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처리를 기다리는 시민권 증명서 신청은 13만6,000건에 달한다. 현재 새로 신청할 경우 예상 처리 기간은 33개월이다.
시민권 증명서는 해외에서 태어난 자녀 등이 캐나다 시민권을 증명하고 여권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다. 발급이 늦어지면서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녀가 캐나다 여권을 만들지 못해 해외에 발이 묶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4~6주 예상했는데 8개월째 기다려
몬트리올에 사는 파스칼 수드 씨와 배우자 메이샤 스미스 씨는 지난 1월 가족의 도움을 받기 위해 자메이카에서 첫 자녀 소피안을 출산한 뒤 3개월 후 캐나다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당시 시민권 증명서 예상 처리 기간은 4~6주였다.
그러나 8개월 넘게 증명서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드 씨만 직장 복귀를 위해 몬트리올로 돌아왔고 배우자와 딸은 자메이카에 남았다.
가족은 소피안의 자메이카 여권으로 입국하기 위해 방문비자를 신청했지만 이민부는 캐나다 시민은 캐나다 여권으로 입국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캐나다 여권을 만들려면 시민권 증명서가 필요해 가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C-3법 시행 뒤 신청 급증
시민권 증명서 신청 증가에는 지난해 말 시행된 C-3법도 영향을 미쳤다. 법 개정으로 캐나다 조상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시민권 신청 기회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C-3법에 따라 시민권 증명서를 받은 사람은 6,810명으로 절반 이상이 미국인이었다. 기존 규정에 따라 해외에서 캐나다인 부모에게 태어나 증명서를 받은 사람도 같은 기간 2만515명에 달했다.
이민법 변호사 크리스틴 벨템포 씨는 법안이 마련될 당시부터 신청 증가가 예상됐다며 실제 신청 증가 속도보다 처리 기간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부는 신청 증가가 처리 지연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적체된 신청이 모두 C-3법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추가 직원을 교육해 투입하고 접수 절차와 업무 배분을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600일 기다린 3세 어린이도
스위스에 사는 로버트 우드리치 씨도 지난해 2월 당시 3세였던 딸 미셸의 시민권 증명서를 신청했지만 거의 600일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 가족은 7일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증명서가 없어 캐나다 여권을 발급받지 못한 상태다.
미셸은 스위스 여권을 갖고 있으며 가족은 이를 이용해 캐나다에 입국할 수 있는 특별허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민법 변호사 콜린 싱어 씨는 미셸이 아직 시민권 증명서를 받지 않은 만큼 스위스 여권으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행정절차에도 영향
발급 지연은 여행뿐 아니라 캐나다 내 행정절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앨버타주에서는 운전면허증과 의료카드 갱신 과정에서 시민권을 확인하고 있어 여권 대신 시민권 증명서가 필요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당은 법 개정 당시부터 신청 증가가 예상됐지만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며 적체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신민주당(NDP)도 이민부의 인력과 자원을 늘려 현재 33개월에 이르는 처리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