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나라 바닷물이 오염되기 전에 국산 소금을 사야 한다며 난리라는데, 대형 마트에서는 판매대에 소금을 갖다 놓기가 무섭게 금방 다 팔린다고 합니다.
저희가 매년 사는 서산 염전에 문자로 물어봤더니, 전화가 와서는 지금 파는 소금은 봄 소금이라서 입자가 단단하고 맛이 덜하니까 장마 지나고 7, 8, 9월에 생산하는 여름 소금을 그때 가서 주문하라고 합니다. 그 염전은 그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내가 아는 목사님이 보증하듯이 서해 바닷물로 직접 소금을 만드는 곳입니다.
내가 해양 전문가가 아니니까 전문적인 사실은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세계 지리 시간에 배웠던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배운 대로 바닷물을 생각해봤습니다.
바닷물도 강물처럼 흐름이 있어서 물길을 따라 바닷물이 흐릅니다. 그걸 海流라고 합니다. 태평양의 해류는 적도 인근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따뜻한 바닷물인 暖流와 북극 쪽 찬 바다에서 남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寒流가 있습니다.
적도 부근에서 따뜻해져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쿠로시오 난류라는 해류가 대만 인근에서 둘로 갈라져서 하나는 우리나라로, 하나는 일본으로 북상하며 흐릅니다.
우리나라로 오는 이 난류는 제주도 남서쪽에서 다시 갈라져서 하나는 서해로 올라가는 황해난류가 되고, 다른 하나는 대마도 부근을 거쳐서 동해로 올라가는 동한해류가 됩니다.
일본 동쪽 바다로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는 도쿄 인근에서 후쿠시마에서 내려오는 해류와 만납니다. 해류지도를 보면 후쿠시마 인근에서는 해류가 북상하거나 남하하지 않고 큰 원을 그리듯이 돕니다.
이 후쿠시마 해류가 도쿄 인근에서 쿠로시오 난류와 섞여서 북태평양을 돌아서 캐나다와 미국 서부해안으로 가고, 계속 돌아 내려가면서 식혀진 바닷물이 적도에서 다시 따뜻해진 뒤에 쿠로시오 난류가 되어서 필리핀 서쪽을 거쳐서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오는 겁니다. 이렇게 일본 도쿄 인근 바다에서 후쿠시마 해류와 만난 쿠로시오 난류가 태평양을 돌아서 다시 우리나라 남쪽까지 오는 데에 4, 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잠실의 한강 물이 팔당으로 거슬러 흐르지 않듯이 바닷물도 흐르는 길 따라 흘러가기만 하지 거꾸로 역류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를 거슬러서 일본 남쪽으로 흘러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버린 오염수는 도쿄 근처까지 내려왔다가 캐나다와 미국 쪽으로 흘러가 버린다는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캐나다와 미국 연안으로 흘러가는 데에 1년 정도가 걸린다는데,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일까요? 그보다 3, 4년 후에 도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바닷물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온통 오염된다고 난리인데 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그 바닷물이 후쿠시마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쿄 앞바다까지 내려오다가 일본 남쪽에서 올라오는 쿠로시오 난류와 만나서는 흐르는 방향을 동북쪽으로 틀어서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와 미국으로 가고, 그대로 적도 인근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쿠로시오 난류가 되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올라오는 겁니다. 그렇게 일본 후쿠시마에서 시작해서 캐나다, 미국, 적도를 지나 일본 남쪽을 거쳐 우리나라 바다로 돌아오는 기간이 4년에서 5년이 걸린다니까, 후쿠시마에서 버린 바닷물이 4, 5년 후에 우리나라로 오는 겁니다.
내가 배운 것과 해류의 움직임을 알아본 결론으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고 버린다 해도 그 오염수가 오염된 채로 우리나라 바다로 올 가능성은 거의 0%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바닷물이 오염될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하물며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처리를 해서 방류한다는데 말입니다.
오염수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바다 오염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입니다. 기우가 뭔지 아시죠?
옛날 중국 杞 나라에 살았던 어느 청년은 걱정이 많았는데, 제일 큰 걱정이 하늘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겠습니까? 쓸데없는 걱정만 한 것이죠. 그래서 상황과 사실은 알아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생각에 갇혀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기우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제가 살펴본 바로는 기우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농수산물입니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면 오염된 생선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니 생선을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어민들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직접적인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杞憂죠.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후쿠시마 어민들이 걱정하는 대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생선과 농산물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히거나 생산하는 생선이나 농산물을 수입한다면 그것은 오염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 전수 검사를 해야 합니다. 아니면 수입을 금지해야 합니다. 쓸데없이 우리나라 바닷물이 오염된다고 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생선을 가지고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는 대신에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인데, 과학적인 思考보다 비논리적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괴담 수준의 허황된 주장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가장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 중의 일부 언론이 그런 괴담 수준의 저잣거리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연일 보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차원을 떠나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어느 전직 교수는 몇 년 전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 바다는 안전하다고, 생선도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다가 요즈음에는 갑자기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나라 바다가 다 오염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립니다.
오염수를 정화해서 깨끗하다면 그 물을 먹어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변기 물이 깨끗하다고 변기 물을 마시겠느냐고 누군가가 재치있게 대꾸를 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