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중에 육군 최전방에서 수색대로 근무했던 친구가
우연히 정보사쪽 사람이랑 근무를 함께 섰던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같이 근무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HID, 국정원 요원들이 퇴직하면 뭐하는지 아냐고,
그 사람들 일하는 도중에 그 일 자체에 빠져서
퇴직을 한 후에도 대북 관련 일들을 자기 돈 써가면서 계속 한다는 얘기를 해주더랍니다.
친구랑 저랑 얘기를 마무리하며,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뭐가 좋아서 그 일을 계속하는 거지.. 란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드라마 검은태양이 그런 오래된 의아함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1. '상무회' 란 설정의 참신함
드라마 검은태양 세계관의 내용 중에서 상무회란, 퇴직한 국정원 요원들이 만든 일종의 사조직 입니다.
퇴직한 요원들 뿐만 아니라 현직 요원들도 다수 가입되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철저히 모르는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무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은 국정원 현직에 있는 이차장 (이경영) 인데요,
상무회란 설정 자체도 뭔가 참신하게 다가왔고, 이차장이 상무회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도 참 흥미롭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국정원에 있으면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항상
새로운 정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국정원을 이용했고 (대북 관련 내용을 선거에 이용 등)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치와 모욕들은 남겨진 국정원 사람들이 받아야만 했다,
그러니 이제 내가 그런 오욕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국정원 자체의 힘을 키워서 정권을 선택하겠다 라는 궤변에 빠진 빌런이었는데
참 흥미로웠습니다.
빌런인데 뭔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라는 빌런? 이경영이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은 악역을 맡은것도 흥미로웠고..
평생동안 극비 정보를 다루던 국정원 요원들이
과연 퇴직하고도 그 일을 계속 안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도 전쟁 중독에 빠져서 계속 전쟁터로 돌아가려는 군인들도 있다 하던데
우리나라의 퇴직한 국정원 요원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구요.
2. '플래닛' 은 카카오나 네이버를 의미하는건가..
그래서 이차장이 어떻게 힘을 키울려고 했냐면,
우리나라의 카카오나 네이버, 미국의 구글 같은 기업이 검은태양 세계관 내에 있습니다.
웹기반 플랫폼 기업이면서 국민들의 거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플래닛이라는 기업인데,
알고보니 이 기업이 이차장의 힘으로 키운 기업이었습니다.
이 기업을 통해 국민들의 모든 정보를 획득하고 그걸 이용하여 언론, 댓글수 조작,
여차하면 정관계 인물 암살 등의 실력행사를 통해
국민들의 여론 자체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죠.
드라마니깐 그리고 한국이니깐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지만
그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참 씁쓸하더라구요..
3. 국가에 버림당한 요원들
이차장이 플래닛이란 기업의 힘과 국정원 국내파트가 가진 힘으로
선거철이 되자 북한과 짜고 일을 하나 벌이려 합니다.
북한의 고위 간부를 남한에 귀순시키려고 하는데
그게 그만 일이 꼬여버립니다.
과거에 국정원 해외파트에서 버림받은 요원 한명이 (백모사 역의 유오성) 분탕질을 해서
그 고위 간부가 죽어버린거죠. 국정원 요원들이 죽인것처럼 덮어씌울려구요.
중국에서, 그것도 북한 고위간부가,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죽은걸 들키게 되면 국제적으로 난리도 아니겠죠.
하지만 주인공 (한지혁 역의 남궁민) 이 여차저차 기지를 발휘해서 현장에서 벗어나 억울한 누명까진 쓰지 않았지만
같은 팀원들과 서로 의심에 빠지고 결국 서로 총을 겨누게 되는 상황까지 갑니다.
그리고 팀원 중 한명을 남궁민이 실수로 죽이게 되버립니다.
4.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돌아온 요원이라는 설정
팀원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남궁민은
국정원 내부에 첩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복수를 위해서 사건이 있었던 1년 동안의 자신의 기억을 (마약을 1달 동안 조금씩 복용해서) 모두 지우고
다시 국정원으로 복귀합니다.
보통 기억상실이란 소재가 물리적 사고나 정신적 문제로 나오는데
범인을 찾기위해 스스로 기억을 지웠다는 설정도 참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추리를 거듭해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동료를 죽인 범인이
알고보니 주인공 본인이었다는 설정도 나름 충격이었구요.
5. 무엇이 진실인지 누굴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
이 드라마는 12화 내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항상 모호하게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악역같았는데 알고보니 모두가 피해자였던 상황이 연속되다보니
등장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마지막화에서는 이 의심이 극에 달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데요
이 버튼이 폭탄을 발동시키는 버튼인지, 폭탄을 멈추게하는 버튼인지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안 눌러야 하는지에 대한 상황을 연출한 장면은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유람선 내기 장면 만큼이나 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오성이 여주인공 김지은의 아버지 였는지, 아니었는지도 끝까지 모호하게 나와서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연출들이 맘에 들었는데
다른 시청자들이라면 시원스럽지가 밝혀지지 못해서 답답할 것 같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6. 아쉬웠던 점들은 많았지만 그래도..
사실 검은태양이 초기의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점차 시청률이 떨어진건
많은 이유들이 있겠죠.
몇몇 배우의 연기 문제나 고등학생이 국정원을 해킹으로 털어버리는 몇몇 의아한 설정이나
과도한 PPL 이나 동시간대 타방송사 경쟁작들의 활약 등등..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밌게 보다보니 묻히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긴 글을 쓰게 되네요.
첩보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한번은 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 남깁니다~
첫댓글 저는 띄엄띄엄 봤는데요 고르쥬님 글이 훨씬 재미있어요. 이런 드라마였어? 라는 생각이 들정도네요 ㅎㅎ
잘봤어요. 고마워요
저도 재밌게 본 드라마인데 글 잘 읽었습니다.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남궁민 님 김지은 님 외 배우님들 다시 나와줬으면 좋겠고
가수 요아리 님을 알게 해준 OST도 좋았고여. 이번주 뫼비우스 편이 2부작으로 방송되던데 본편에서 못다한 스토리라 기대됩니다.
한국드라마는 ppl때문에 망할거 같아요....뜬금없는 화장이나 치킨,유산균....왜 오징어게임,DP가 인기있는줄 이해됨...남궁민은 왜 체중을 늘렸는지 이해안됨.
재미있었는데 점점 남궁민 대사가 듣기가 빡세지더라구요 느끼해져서
끈적인다고 해야하나
저는 한꺼번에 보려고 일부러 안보고 있습니다만 어제 살짝 보고 말았죠.
기본적으로 전술사격을 좋아해서 국내외에서 교육받았었는데요. 예고 영상에서는 udt예비역들의 전술 컨설팅 업체인 MUSAT에서 디테일을 잡아줘서 그런지 총격씬 움직임이 다이나믹 했는데 막상 총격씬은 cg도 엉성하고 모션이나 전술이 디테일이 떨어지더라고요ㅜㅜ 특히 총격을 하는씬 cg는 유치한 수준이라 몰입감이 ㅜㅜ
감독만 잘 만났어도 더좋은 연출력으로 보는 맛과 좀 더 쉽게 풀어 갈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재미 있습니다.
금욜날 단체총격씬 최악이었죠
@환상덩크 빈스카터 좀 안타까웠어요. 경찰특공대 복장입은 인원들이 MUSAT 맴버로 알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나 전개더라구요^^ 머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죵^^
일단 남궁민 격투씬이나 사격씬이 너무 정석으로 잘 훈련되고 연기한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들었고, 실제 국정원이 드라마 촬영에 적극 협조했다죠.
그 동안의 정치개입의 흑역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드라마를 통해 한 것 같더군요 좀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의도와 방향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