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in Depth 블리자드社 마이크 모하임 CEO
"게임업계는 재미의 神 모시죠, 성공도 혁신도 재미에서 나오니…"
게임업계 판을 바꾼 회사
다중접속·E스포츠 게임 개발
전 세계가 동시에 즐기게 해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 지켜
회사의 중심은 개발자
마니아라야 유저 마음 알아
게임 좋아하는 사람만 뽑아
개발자가 만족해야 게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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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 게임 업계에 IT 기업 '애플(Apple)'과 같은 회사가 있다. 1991년 설립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22년 동안 21개의 게임만 출시했다. 매년 평균 한 개 수준이다. 장르도 공상과학(SF)과 판타지(Fantasy) 딱 두 가지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게임은 모두 성공을 거뒀고 대부분 대박을 냈다.
지난해 5월 블리자드가 출시한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여러 사용자가 한 게임에 접속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며 협업·경쟁하는 게임) '디아블로3'는 7개월 만에 1200만장 넘게 팔렸다. 2004년 내놓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매월 2만원씩 돈을 내고 즐기는 회원만 전 세계에 1100만명이 넘는다. 여태 전 세계에서 팔린 블리자드 게임은 1억장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2008년 미국 비디오게임 회사 액티비전과 합병한 후에는 세계 경제 침체 와중에도 최근 4년간 매출액이 50%나 늘었다. 블리자드의 지난해 총매출은 48억5600만달러(약 5조2653억원·액티비전 통합)로 전년 대비 2%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억4500만달러(약 1조4583억원)로 27.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게임산업의 '트렌드 메이커'인 블리자드의 중심에는 마이크 모하임(Morhaime· 47·
사진) 공동창업자 겸 CEO가 있다. 그는 최고경영자이면서 블리자드의 오늘을 만든 히트작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을 직접 기획한 '천재 기획자'이다.
Weekly BIZ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게임 콘퍼런스에서 그를 만났다.
마이크 모하임 CEO는 헝클어진 은발에 반팔 셔츠, 청바지를 입은 채
Weekly BIZ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모하임 CEO는 "나 역시 게임 마니아"라며 "테란(스타크래프트의 3종족 중 하나로 인간 종족)을 주로 쓰며 한국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임요환의 팬이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블리자드는 글로벌 게임업계의 작동 방식과 구조까지 바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배틀넷(Battle Net)으로 대표되는 다중 접속 게임과 E스포츠를 전 세계에 퍼뜨린 게 그렇다. 배틀넷을 통해 전 세계 게임 사용자들이 한데 모여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E스포츠를 통해 게임은 관전(觀戰)하는 재미를 갖추게 됐다. 게임 전문 방송을 만든 것도 블리자드의 '작품'이다.
모하임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인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에 취업했으나 이 회사를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UCLA 동창들과 함께 블리자드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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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CEO는“게임의 핵심 가치는 재미(fun)”라며“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 것이 블리자드가 성공한 이유다”고 말했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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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중심은 '개발자'이다. 개발자가 만족 못하는 게임은 출시하지 않는다"―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1991년은 비디오 게임의 중흥기이면서 가정용 컴퓨터(PC) 보급이 일반화된 시점이었다. 나와 공동 창업자들(앨런 애덤·프랭크 피어스)은 앞으로 컴퓨터 게임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닌텐도가 만든 비디오 게임기가 미국의 거의 모든 가정에 구비된 것처럼 컴퓨터도 모든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게임 개발시까지 돈은 벌지 못하고 빚만 지며 일했다. 하지만 1994년 블리자드로 이름을 바꾸고 워크래프트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회사를 나와 할머니께 돈을 빌려 창업한 일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는 "내 할머니가 창업 자본인 1만5000달러를 빌려줬다. 아마 할머니께서 돈을 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블리자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할머니가 창업 종자돈으로 건네 준 수표를 사무실 한쪽에 걸어 놓고 있다.
―워크래프트의 출시 후 블리자드는 세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우리는 다양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대신 하나라도 최고 품질의 게임을 선보인다. 우리는 돈 잘 버는 게임보다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최고로 여긴다. '재미(fun)'를 위해 시간·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투자한다. 블리자드가 세계 최고가 된 이유는 (돈을 가장 잘 벌어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 '개발자가 만족할 때가 게임을 발매할 때'라는 블리자드의 원칙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 개발자들이야말로 게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게임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 사용자가 만족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 아닌가. 개발자들이 만족 못하는 게임은 사용자들도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중심은 '개발자'이다. 개발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우리는 '양복쟁이'들이 개발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1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이다."
―하지만 미리 예고한 출시 일정을 못 맞춰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도 많았는데.
"우리가 출시 일정에 쫓기며 게임을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출시 일정에 맞춰 불만족스러운 게임을 내놓는 것보다는 일정에 늦더라도 완벽한 게임을 내놓는 것이 사용자에 대한 예의다. 물론 연기할 때는 사용자들이 불평·불만을 한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게임을 보면 다들 좋아하지 않는가. 일찍 출시하고 여러 번 수정하는 것보다 처음 내놓을 때 완벽한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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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실력 있는 인재여도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 뽑아"실제로 블리자드의 게임 발매사(史)는 숱한 발매 연기로 얼룩져 있다. 스타크래프트(1998년)는 경쟁 게임의 그래픽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연기됐고, 디아블로(1997년)는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게임업계 최고의 성수기인 연말 연휴기를 훌쩍 넘겨서야 출시됐다. 출시 시점이 실적을 좌우하는 게임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블리자드는 지나치게 개발자를 우대한다는 느낌이 든다.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게임 마니아(mania)의 회사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게임 제작사 직원이기에 앞서 모두 게이머(Gamer·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개발을 아무리 잘해도 게임 마니아가 아니면 우리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 그러니까 개발자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게임 마니아를 위한 회사라고 해야 한다."
―채용 원칙에도 이런 게 반영되는가?
"당연히 게임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인재 선발 기준은 오로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이다. 개발, 프로그래밍 실력, 게임업계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도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 다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CEO부터 시작해서 신입사원들까지 모두 게임 마니아다.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블리자드에서 일할 수 있다."
―게임 마니아가 아니라도 마케팅·재무 등의 전문 인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직원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게임만 하는데 게임 마니아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적응하겠는가(웃음). 뭐든지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임은 재미를 추구하는 감성 비즈니스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사용자들에게 팔리고 돈도 벌 수 있다. 책으로 공부해서 재미를 배울 순 없다. 게임을 좋아해야 재미있는 부분과 지루한 부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게임 마니아를 제1 조건으로 뽑는 거다. 게임 마니아 중에도 마케팅·재무 전문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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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은 영원할 것"―블리자드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유저가 겨루는 '배틀넷'과 프로 게이머들의 활동장인 'E스포츠' 등의 혁신을 만들어 냈다. 원동력이 뭔가?
"사실 우리는 혁신을 의식하지 않는다. 가장 재미있는 게임(The most interested game)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게임의 핵심 가치는 재미(fun)다. 모든 사용자가 재미를 느끼는 게임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혁신과 연결된 것이다. 기존에 없던 걸 보여줘야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끼지 않겠나."
―혁신을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면 오히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재미와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을 보자. 다 재미있는 게임이다. 재미가 있으니까 성공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재미'라는 기본에 충실할 때에 성공과 혁신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최근 게임 트렌드가 모바일로 넘어가는데 블리자드의 대응이 늦다는 지적도 있다.
"대응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불가능하다. 게임성과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섬세하고 빠른 조작은 모바일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는 영원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 역시 영원할 것이다. 모두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비디오 게임은 여전히 순항 중이고, 우리 역시 모바일이 등장한 이후 오히려 급성장하지 않았나."
―급격히 변화하는 게임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꼽자면?
"우리는 지금까지 총 21개의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두 세계 정상에 섰다. '재미'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픽이 뛰어나고 기능이 많아도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이것이 게임업계의 원칙이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더 재미있는 게임, 사용자들에게 더 만족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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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2일 출시 예정인 스타크래프트2 확장팩 '군단의 심장'.
마이크 모하임(Morhaime) CEO는
출생 :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학력 : UCLA 전기공학과(학사)
연봉 : 745만달러(2011년 기준)
취미 : 블리자드 게임 하기, 포커, 록밴드
기타 : 다이스 유명인 포커 대회 2위(2006년), 미국 인터렉티브 아트 & 사이언스 학회 명예의 전당 헌액(2008년),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 ‘올해의 사업가’에 선정(2012년), 블리자드 사내 록밴드 ‘L90ETC’ 베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