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절일 바닷물 받아왔다.
내 고향은 전남 완도군 청산도라는 이름다운 섬이다. 유년 시절에 김장 때면 어머니는 배추를 바닷가로 옮기셨다. 할머님이 어머님께는 무서운 분이셨다. 손자들에겐 무섭게 안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난한 집에서 시집살이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소금 절약하려고 바닷가 널찍한 바위에 보면 얕은 웅덩이에 바닷물이 고여 있는데, 그곳에 배추를 담그고 돌로 눌러 놓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이틀 정도 지나 바닷가 바위 웅덩이에 가보면 배추가 낭창낭창 잘 절여 있었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고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고, 항상 새로운 바닷물이 공급되었던 천연 배추 절임 통이었다.
그런 추억이 있기에 김장 때면 될 수 있으면 바닷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절이곤 했다. 바닷물을 가져올 수 있을 땐 소금도 덜 들었다. 작년엔 바닷물을 사용하지 못했었다. 올해는 바닷물을 사용하리라 마음먹고, 어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유 집사님께 바닷물을 사서라도 가져올 방법을 알아보시라 했었다. 소록도 세 개 마을과 자오쉼터 김장에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니 쉽게 무르지 않고 맛있겠다.
유 집사님과 대화할 땐 수요일에 가져오기로 했는데, 오늘 작은아들 신원 선생님에게 전화하셨다고 하신다. 1톤 플라스틱 통을 구해 놨는데 교회로 싣고 갈 테니, 교회 포터에 1톤 통을 싣고 궁평항 횟집으로 간다고 하셨다. 작은아들과 함께 다녀오셨다. 내일은 횟집 사장이 출타하니 수요일에 1톤을 더 받아오기로 했다. 전기세는 드려야 할 것이라고 하시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수요일에 물 받으러 갈 때 금일봉을 준비하여 드리겠다고 했다.
작은아들은 큰 고무통에 물을 옮긴다. 아마 수요일엔 이학우 안수집사님이 오셔서 소금을 풀고 간을 맞춰 놓을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이 나는 계획하고 말을 하면 하나님께서는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붙여주셔서 일이 되게 하신다는 것이다. 나눔 사역의 짜릿한 맛이다. 나에게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것도 못 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살아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