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벚꽃이 피었다. 요란하게. 계절을 생각해보면 그럴 리 없겠지. 하지만 그날 내겐 그랬다. 그렇게 추웠는데. 봄일 수 없었는데도 지나쳐가는 고백처럼 벚꽃이 피어올라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리고, 그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하얀 밤과 밤의 연속.
당신이 벚꽃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이 벚꽃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봄마다 벚꽃이 피고 떨어질 때마다 궁금하다고 내내 그렇다고 그랬을 때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당신의 흰옷이 오래 기억이 날 것 같다는 생각만 했다. 떨어져 걸었겠지.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막 핀 벚꽃의 다음처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처럼 궁금하기만 한.
나는 여태 대답을 마련하지 못해 벚꽃이 피고 질 때 궁색해진다. 아픈가 괜찮은가 거기에 있나 또는 없나. 저렇게 만발하여 작별을 예비하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당신을 생각하면, 그 봄은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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