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와 호박잎

[주오돈]

열무와 호박잎

소서를 사흘 앞두었고 초복은 열흘이 더 남았는데 벌써 푹푹 찌는 열대야 시작되었다. 칠월 첫째 일요일 어제는 한낮이면 더위로 야외활동에 제약이 따라 새벽녘 용지호수에서 창원대학을 거쳐온 산책을 다녀왔다. 낮에는 밖으로 나가질 않고 집에서 뒹굴며 잠을 자고 밤에 ‘문장의 온도’를 읽었다. 조선 후기 박물학자 이덕무의 글을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엮고 옮긴 책이었다.

새날이 밝아온 칠월 초순 월요일은 여산농장으로 가려고 새벽 4시 길을 나섰다. 집에서부터 농장까지 걸으면 1시간 조금 더 걸리기에 날이 밝아왔을 때 닿기 위해서였다. 날이 선선한 새벽에 산책을 겸해 농장으로 나선 발걸음이었다. 도청 광장에서 법원을 거쳐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 이르니 날이 밝아왔다. 거기서 이웃에서 텃밭을 가꾸는 친구를 만나 함께 비탈진 언덕을 올랐다.

농장에 닿아 배낭을 벗어놓고 신발부터 바꾸어 신었다. 운동화에 흙이 묻으면 관리에 신경이 쓰여 고무신과 같이 코가 있는 실내화를 마련했더니 흙밭에서 보내도 무방했다. 친구는 토마토 이랑에서 시든 그루를 살피고 나는 김을 매는 일이 우선이었다. 고령의 할아버지로부터 경작을 위임받은 밭의 면적이 상당해 다양한 작물을 심어 잡초에 끌려가지 않으려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 전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새벽에도 텃밭에 올라 서너 시간 김을 매고 열무 씨앗을 심었더랬다. 그새 잡초는 작물보다 기를 펴고 더 세력이 좋게 자랐다. 가뭄 속에 옥수수를 심었더니 싹이 제대로 트질 않아 팥으로 대체하여 심었는데 뒤늦게 싹이 터 떡잎을 펼쳐 잘 자랐다. 바랭이는 싹이 터 자라는 팥을 에워싸 포위라도 하려는 듯 점령했지만 내가 가만히 두지 않았다.

팥 이랑에서 시작해 참깨와 들깨 두둑을 거쳐 대파와 열무 이랑까지 두루 김을 매는 데는 품이 제법 들었다. 내가 일손이 빠르고 일머리를 잘 알기에 웬만한 전업 농부의 작업량에 뒤지지 않았다. 여름은 한낮에 밭일을 무리하게 하다가 열사병 온열질환이 우려되는데 아침 이른 시간에는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열매채소를 심어둔 이랑까지 잡초를 말끔하게 뽑아 치웠다.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밭뙈기의 잡초를 뽑아 치우는 사이 이웃 광쇠농장 친구는 현직이라 출근을 위해 집으로 먼저 내려가려 해 잠시 쥐눈이콩밭 이랑에 심어둔 열무를 살피도록 했다. 내가 콩밭 이랑에 사이짓기로 가꾼 열무인데 친구가 한 이랑 차지하고, 한 이랑은 전 경작자인 할아버지가 뽑아가십사고 전해 주라 했다. 그 뒤 골이 작은 두 이랑은 내가 오늘 뽑아갈 참이라고 했다.

친구가 내려가고 쥐눈이콩밭 밭둑에 심어둔 팥도 싹이 터 김을 매면서 콩밭 주변의 잡초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이후 넌출이 나가는 쥐눈이콩 잎줄기 순지르기를 해주었다. 콩은 잎줄기가 무성하면 생장점을 잘라 키를 낮게 해야 꽃이 많이 달려 결실을 좋게 함이다. 쥐눈이콩 적심을 마치고 이랑에 심어둔 열무를 뽑아 가지런히 해 비닐봉지에 담았더니 예상보다 양이 적은 편이었다.

새벽녘에 텃밭으로 올라 김을 매느라 세 시간이 흘렀다. 흐렸던 하늘에 비는 오질 아침이 되니 햇살이 번지면서 한낮은 불볕더위가 예상되었다. 열무를 뽑아 챙겨 놓고 보니 보드라워 그런지 양이 적어 지기들에게는 다음에 수확할 열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심어둔 열무는 이번의 쥐눈이콩밭 사이짓기 말고도 추가로 파종해 싹이 터 자라는 곳이 두 군데 더 있었다,

텃밭에 자주 들린 형편이 아닌지라 넝쿨이 무성하게 뻗는 호박을 살폈다. 늦은 봄 텃밭 경작을 의뢰받고 언덕에 호박을 다섯 구덩이 심어 김을 매고 비료를 주어 신경 써서 키우고 있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을 보기보다 먼저 호박잎을 따기 위함이렷다. 그새 가뭄으로 성장이 더뎠는데 장맛비를 맞고 줄기가 잘 뻗어가고 있어 호박잎을 따도 될 정도로 자라 몇 장 따 배낭을 채웠다. 22.07.04

[새신발]

호박잎은 애호박이 아닌 늙은호박(맷돌호박)잎만 먹는걸로 아는데...
콩 사이에 열무가 아주 보기 좋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