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저녁 제 딸이랑 대판 싸우고 가출했습니다.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는 아이. 한 대 때렸더니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저를 때립니다. `얘가 왜 이렇게 변했지'하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가 나갈래? 엄마가 나갈까?"했더니 저보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엉엉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옷입고 무작정 나왔죠. 비는 오고 갈데는 없고.. 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그냥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포장마차는 차마 혼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정종파는 어묵집에 들어가서 혼자서 소주한병 시켜서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힘들고 서럽고 마음 아프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다 꺽꺽거리고 울었습니다.
좋은 엄마로 현명한 엄마로 자식과 잘지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혼미하게 꼬여가는지, 미로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바탕 울고 소주집을 나서 집으로 가는데 또 설움이 북받쳐 울음이 목구멍으로 터져나왔습니다.
소리내지 않으려 입을 막아도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줄 모르고.
자정 대로변에서 그렇게 목놓아 울었습니다.
집에 오니 아이는 울다지쳐 잠이들었는지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자고있더군요.
몇달전부터 아이가 짜증이 늘었습니다. 그냥 사춘기이겠거니 지나쳤는데, 자꾸 심해졌습니다.
엄마가 하는 모든 말에 짜증을 내고 어떻게 말 붙여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짜증이 극에 달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던지, 아니면 뭘 집어던지던지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낮에 근무하고 있노라면 "엄마 심심해"하면서 몇통화씩 전화를 하던 아이가, 몇주 지나고 나서는 통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1시간만 하자던 게임시간이 2시간 3시간으로 늘어나고, 그러다 급기야는 게임때문에 온통 정신이 그쪽으로 팔려 나중에 거짓말까지 합니다.
'엄마 영어시디할게. 방에 들어오지마'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없이 문열고 보니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짓말까지 할 정도이니 머리 속에 온통 게임생각뿐이겠구나, 심각한 상황이네 하고만 생각했죠. 학원도 다니지 않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 많은 시간을 공부,책만 읽으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대책없이 걱정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짜증을 엄청내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는 말이 `엄만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도 안쓰면서...' 라고 뭐라고 하는데 잘 못알아듣겠어서 차분하게 물었더니.
학교에 가면 친구가 없다면서 우는겁니다.
부모 때문에 원치않는 전학을 와서는 3학년은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아이가 4학년 올라와서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나봅니다. .
그렇다고 동네친구도 없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기는 사람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에 혼자 들어와 그렇게 어렵게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은 애가 학교를 어찌다니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이 파김치가 되어 직장만 다니고있었으니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아이가 불만만 늘어갔나 봅니다.
그게 짜증으로 나타나고, 돌파구는 없고.
무식한 엄마는 자식마음 하나 읽지 못하고 엄마말 듣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소리만 질러댔으니, 힘들게 버티던 아이가 저랑 싸우면서 마지막 비명을 질러댄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현이가 힘들게 버티던 시간 중에 제게 `나 좀 도와달라'는 신호를 여러차례 보냈습니다.
학교가기 싫어하고, 재미없다하고, 숙제도 가끔 안해가고, 뭘 해도 의욕을 내지 않고, 짜증 많이 내고, 즐거워하지 않고, 애가 왜 저렇게 삐닥해졌지 싶게 분노를 표하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막 저려옵니다.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 바보같은 엄마는 왜 그랬을까.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감싸쥐고는 또 꺽꺽 울어댔습니다.
아침에 아이에게 지현이가 힘들어서 그런건데, 엄마에게 화낸게 아니고 힘들어서 화를 낸건데 그 마음 몰라주고 엄마가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자기 마음을 헤아려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는지 `엄마 어제 왜 나갔어?'합니다.
어제 상처가 너무 크고 화가 풀리지 않아 나랑 말도 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직장을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아이에게 `직장을 그만두면 좋겠니?'하고 물으니 단번에 `응'합니다.
"이제 직장 다시는 다니지말아. 그리고 엄마 가끔 학교앞으로 마중나와줘"하면서 너무도 좋아합니다.
아이가 짜증부리던 것에 대해서도 함께 얘기를 했습니다.
"친구가 없으니까 학교가 재미없고 공부도 재미없고 숙제도 하기 싫고 짜증만 났지?
그렇게 하기 싫다보니까 모르는 것도 많아지고 그러니까 공부는 더 재미없고.
지현이가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닌데 많이 힘들어서 그랬지?"
최근의 자기 상태에 대해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던 아이가 이제 모든 게 해석되는가 봅니다.
어제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까 낮에 혼자있을 때 자주 울었나봅니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고.
아..참..또 눈물 나려 하네. 이쁘고 똘똘한 지현이가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그래도 힘든 상황을 이렇게 마음 열고 잘 풀어가는 모습, 착한 딸과 어진 엄마의 모습입니다. 난 언제쯤 오키드님을 따라갈 수 있으려나...이렇게 설렁설렁 게으름만 피우면서. 지현아! 영희아줌마 알지? 지현이 힘내!! 지현이랑 엄마랑 아자!!!
저도 월요일에 가방이 무거워 1시간 공강에 귀가했더니 딸네미가 눈 똥그라게 뜨고 넘 좋아 하더군요. "시계만 쳐다가보다가 시간되면 학원갔는데 엄마랑있으니 좋다"고 그 소리에 다음부턴 30분이라도 비면 일단 집에 들어와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한데 아들네미는 벌써 엄마없는 날을 손꼽습니다.
아이를 지켜주고 잘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나봅니다. 제아들 놈도 5학년인데 걔는 담임이 갈굽니다. 공개적으로. 그래도 의연하게 잘 버티는건 혼을 내도 엄마가 옆에 있어서인가봅니다. 지현이도 쟈스민님도 용훈이도 모두 아자아자 힘내세요!! (우리 왜 이렇게 사는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저요, 속상한 일을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요. 근데 제 푸념에 귀기울여주고 이것저것 위로해주는 분이 있으니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직장 쉰다는 말에 지현이 문제는 반은 해결됐어요.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짜증도 덜 내고요.
지현이의 아픔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오키드님의 아이에 대한 관심도... 저 우리 아들 난 왕따라고 얘기할때 님처럼 하지 못했습니다. 네가 잘못한 거라고 하기까지 했지요. 아이는 더 힘들어하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만 미워한다고 힘겨워하는걸 그냥 두었습니다. 못난 엄마인줄 알면서 .... 힘들텐데 ...
첫댓글 오키드님 마음이 전해 집니다.그래서 나도 눈물이 납니다. 지현이가 그동안 혼자서 많이 힘들었나 보군요...
아..참..또 눈물 나려 하네. 이쁘고 똘똘한 지현이가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그래도 힘든 상황을 이렇게 마음 열고 잘 풀어가는 모습, 착한 딸과 어진 엄마의 모습입니다. 난 언제쯤 오키드님을 따라갈 수 있으려나...이렇게 설렁설렁 게으름만 피우면서. 지현아! 영희아줌마 알지? 지현이 힘내!! 지현이랑 엄마랑 아자!!!
저도 월요일에 가방이 무거워 1시간 공강에 귀가했더니 딸네미가 눈 똥그라게 뜨고 넘 좋아 하더군요. "시계만 쳐다가보다가 시간되면 학원갔는데 엄마랑있으니 좋다"고 그 소리에 다음부턴 30분이라도 비면 일단 집에 들어와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한데 아들네미는 벌써 엄마없는 날을 손꼽습니다.
그냥 마음이 짜안 합니다. 아이가 원할때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 그사람이 엄마인것 같아요. 일을 하고 싶을때 아들넘이 붙잡아 집안에 눌러앉았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잘 한것 같아요. 쉬시면서 지현이과 좋은 시간 많이 많이 보내세요.
쟈스민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요즘도 마음공부 많이 하시는지, 큰애가 고3쯤 되었을것 같기도 한데..늦가을 건강하게 지내세요.
아이를 지켜주고 잘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나봅니다. 제아들 놈도 5학년인데 걔는 담임이 갈굽니다. 공개적으로. 그래도 의연하게 잘 버티는건 혼을 내도 엄마가 옆에 있어서인가봅니다. 지현이도 쟈스민님도 용훈이도 모두 아자아자 힘내세요!! (우리 왜 이렇게 사는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저요, 속상한 일을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요. 근데 제 푸념에 귀기울여주고 이것저것 위로해주는 분이 있으니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직장 쉰다는 말에 지현이 문제는 반은 해결됐어요.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짜증도 덜 내고요.
저 쉬게되면 여러분들 만나러 한달음에 갈게요. 모두들 보고싶어요. 그때까지 아자아자!!
지현이의 아픔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오키드님의 아이에 대한 관심도... 저 우리 아들 난 왕따라고 얘기할때 님처럼 하지 못했습니다. 네가 잘못한 거라고 하기까지 했지요. 아이는 더 힘들어하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만 미워한다고 힘겨워하는걸 그냥 두었습니다. 못난 엄마인줄 알면서 .... 힘들텐데 ...
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수 있다니 반갑고 힘내라고 기 모아 보냅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안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