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어학·자격증보다 전문지식
지원분야 관련자료 폭넓게 섭렵하고 신입생때부터 준비해야
작성 : 2009-03-30 오후 8:59:12 / 수정 : 2009-03-30 오후 9:43:05
#사례1
"합격만 시켜준다면 어느 나라라도 갈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소재 한 무역업체의 최종면접장. 도내 A대 중어중문학과 졸업예정자인 C씨(24)의 목소리가 떨렸다.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중국에선 어떤 상품이 잘 팔리겠습니까?" "···."
학부 시절, 오로지 중국어와 영어 등 어학 공부만 했던 C씨가 '중국 시장 동향'을 알 리 없었다. 포트폴리오(portfolio)까지 준비해 온 다른 지원자들은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술술 대답했다. C씨는 결국 이 업체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사례2
"현재 국내 금융상품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해외 상품과 비교해 설명해보세요."
작년 상반기 도내 B대학 취업캠프 모의 면접장. 이대학 무역학과 4학년 K씨(29)의 입에선 각종 금융상품 이름과 국내외 데이터가 줄줄이 이어져 나왔다. 금융상품 개발쪽을 목표로 삼아 평소에도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관련 논문과 자료집 등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면접시간 내내 심드렁해있던 P은행 본부장 Q씨의 눈이 반짝거렸다. Q씨는 면접이 끝나자마자 본사 인사담장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책임질테니 K씨를 발탁하라"고 말했다. K씨는 공채기간이 아니었는데도 '모의면접'을 거쳐 P은행의 정식 사원이 됐다.
취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구직의 ABC는 지원분야를 정확히 알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추진하라는 것이다. 뚜렷한 방향 설정 없이 무작정 스펙만 쌓아서는 '취업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아 여러 부서를 순환시킨 뒤 업무에 배치했지만, 요즘엔 처음부터 해당 부서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때문이다.
"인문 사회 계열 학생 중 열에 아홉은 '사무직'을 원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무직 안에서도 영업과 마케팅이 다르고, 생산관리와 품질관리가 다릅니다. 이런 기본적인 차이도 모르는데 면접장에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해 가는 수도권 지원자들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전북대 종합인력개발원 이윤선 팀장(경력개발부)은 "상담 받는 학생 중 자기가 가려는 분야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백명 중 한 명이나 될까 말까"라며 "구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북잡코리아 정세용 대표는 도내 대학생들의 진로목표 수립시기가 너무 늦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도권 학생들은 대부분 신입생 때부터 취업준비를 하는데 비해 도내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나 돼야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취업문을 두드리게 되고,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수도권 학생들을 이길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 대표는 학생들이 취업이 어렵다며 푸념하기보다는 지역내에 있는 괜찮은 업체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북잡코리아에 뜬 채용공고만도 520개나 됩니다. 한쪽에선 취업난을 얘기하는데, 왜 도내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일까요? 도내 대학생들이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은 알아도 지역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대학과 자치단체가 학생들에게 지역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정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스펙이란: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학력·학점·외국어 성적·자격증 등의 조건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