滿洲의 여자 / 김수영
무식한 사랑이 여기 있구나
무식한 여자가 여기 있구나
평안도 기생이 여기 있구나
滿洲에서 解放을 겪고
평양에 있다가 仁川에 와서
六.二五때에 남편을 잃고 큰아이는 죽고
남은 계집애 둘을 다리고
在轉落한 여자가 여기 있구나
時代의 여자가 여기 있구나
한잔 더 주게 한잔 더 주게
그런데 여자는 술을 안 따른다
건너편 친구가 내는 외상술이니까
나는 이 우중충한 막걸리 탁상 위에서
경험과 歷史를 너한테 배운다
무식한 것이 그것들이니까―
너에게서 취하는 全身의 營養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면서 사랑의 復習을 하는 셈인가
뚱뚱해진 몸집하고 푸르스름해진 눈자위가 아무리 보아도 설어 보인다
九八년만에 만난 滿洲의 여자
잊어버렸던 여자가 여기 있구나
한잔 더 주게 한잔 더 주게
그런데 여자는 술을 안 따른다
건너편 친구가 오줌을 누러 갔으니까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는데 流行歌처럼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하는 술
피안도사투리를 마시고 있나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같이 온 친구들 보기도 미안만 한데
옆상에 앉은 술친구들이 경사나 난 듯이
고함을 친다
상제보다 복재기가 더 섧다나
한잔 더 주게 한잔 더 주게
그런데 여자는 술을 안 따른다
건너편 친구가 같이 자러 가자고 쥐정만 하니까
아냐 아냐 오해야 내가 이 여자의 연인이 아니라네
나는 이 사람이 만주 술집에서 고생할 때에
연애편지를 대필해준 일이 있을 뿐이지
허고 더러 싱거운 忠告도 한 일이 있는―
충고는 허사였어 그렇지않어?
十八년 후에 이렇게 뻐젓이 서울의 茶房건너 막걸리집에서 또 만나게 됐으니
하여간 반갑다 潛入한 사랑아 무식한 사랑아
이것이 사랑의 뒤치다꺼리인가보다
평안도 사랑의 덤인가 보다
한잔 더 주게 한잔 더 주게
그런데 여자는 술을 안 따른다
건너편 친구가 벌써 곯아떨어졌으니까
<1962. 8. 下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