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미국 영어다] (9) 시간을 물을 때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어느 한국 여학생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한번은 그녀가 캠퍼스 벤치에 앉아 쉬고 잇는데 험상궂게 생긴 흑인 학생 한 명이 다가와서는 Do you have the time? (두 유 해브 더 타임)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유학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여학생은 흑인학생이 한 말을 "아가씨 시간 좀 있습니까?" 즉 같이 이야기 좀 할 수 있느냐는 뜻으로 오해하고 No!라고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그랬더니 그 흑인 학생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흑인 학생이 한 말은 " 시간 좀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몇 시냐?"는 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받을 때는 몇 시냐고 시간을 묻는 말은 What time is it? (왓 타임 이즈 잇)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미국에 와 보니 미국 사람들은 남에게 시간을 물을 때 What time is it?보다 Do you have the time?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시계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때는 What time is it? (몇 시입니까?)라고 묻기보다는 Do you have the time? (시계 가지고 계십니까?)라고 묻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the time 은 '시계'라는 뜻이다.
물론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시계를 차고있는 것이 보일 때는 바로 What time is it?이나 What time do you have? (당신 시계로는 몇 시입니까?)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한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계를 가지고 있느냐?" 즉 "몇 시냐?"는 뜻으로 Do you have the time?이라고 할 때는 time 앞에 반드시 정관사 the가 붙는다. 그러나 Do you have time to talk with me? (나하고 얘기 할 시간이 있느냐?)와 같이 '.....할 시간'이란 뜻일 때는 보통 time 앞에 the가 붙지 않는다.
A : Excuse me. Do you have the time?
B : Yes. It's a quarter to ten.
A : Thank you.
B : You're welcome.
A : Do you have time to have a little talk with me?
B : Certainly.
A : 실례지만 시계 가지고 계십니까?
B : 예, 지금 10시 15분 전입니다.
A : 감사합니다.
B : 천만에요.
A : 저하고 얘기 좀 할 시간 있으세요?
B : 있고 말고요.
A : What time is it now?
B : Sorry I don't have a watch. I guess it should be about 10 o'clock.
A : 10 o'clock already? I sure have lost track of the time talking with you.
B : Do you have time for a cup of coffee?
A : I am afraid not. I gotta be going.
A : 지금 몇 시지요?
B : 시계가 없는데요. 아마 10시쯤 됐을 겁니다.
A : 벌써 10시라고요? 당신과 이야기하느라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군요.
B : 커피 한잔 할 시간 있으세요?
A : 없을 것 같아요. 전 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