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누나, 잘생긴 동생 ※※ 39
정말 좋은소설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사랑받는 소설 쓰고 싶습니다.
저는 LEEN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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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이란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내 핸드폰이 울리는 진동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와요.
핸드폰 배터리를 빼야겠다는 생각은 아까부터 했지만
움직이기도 귀찮고 그럴 마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드르르르르라는 진동이 이제 멈추면
난 손을 뻗어서 핸드폰 플립을 열어
수십번도 넘게 걸려올 전화를 액정으로 확인합니다.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
.
.
[김동현♡]........
병윤이와 해진이 그리고 해성이의 전화번호랑
동현이것까지 걸려온걸 합하면 모두 39개의 부재중통화.
그리고 200/200으로 뜨는 문자까지
내 머리를 윙윙 울리게 합니다.
플립을 닫으면 그새 또 울리는 진동소리에
액정을 확인하면 [김동현♡]이라는 문구 뿐.
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나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어버려요.
그 반지.
그렇게 빼서 버리는게 아니었는데..
동현이가 뒤에서 날 보고 있을꺼 뻔히 알면서
반지를 빼며 시궁창에 집어 넣는게 아니었는데..
난 정말 바보 같은 애에요.
왜 그랬을까요. 분명 동현이가 아파할게 뻔한데도
하나랑 있는 모습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을까요.
오늘은 즐겁게 동현이와 데이트를 해야 하는 날인데
고작 하나랑 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해서 나랑 데이트도 하지 않고
방글방글 웃고 있는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서 미치겠어요.
딩동-띵동-♪
누구죠. 이시간에 머리 아프게.
혹시 동현이 녀석들 친구들일까봐 괜히 귀를 틀어막으면
경쾌하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와요.
"딩동-! 맛있는 피자가 배달왔습니다~!"
....통통통.
공이 계단아래로 굴러가듯이 나는 온 몸에 힘을빼고
계단 아래로 힘없이 걸어갔어요.
피자는 시킨적도 없고
난 피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합니다.
그리고 문앞에 다다르면 보이는 거울덕에
부스스한 머리도 챙기고 문을 열게 됩니다.
울고있는 내 추한꼴을 살짝 가리기 위해서 눈을 찌푸리지만요.
".....피자왔어요! 잘생긴 꽃미남이 피자배달하러 왔답니다!"
"......"
"안받을 꺼에요?"
"....해성...."
내 눈앞에 있어야 하는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야 할 피자 배달원이지만
지금 내 눈앞엔 그저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넥타이가 있는 교복을 입고 있는
어디서 많이본 얼굴의 소유자가 빙그레 웃고있습니다.
그리고 피자는 온데간데 없이
두 손을 뒤로 감추기만한 해성이 덕에
난 점점더 눈을 찡그리며 문을 닫으려고 손을 내뻗습니다.
"그거 알아요?"
"해성아. 누나 쉬고 싶다."
"내가 누나보다 손이 더 길다는거."
내 손이 미처 닿지도 못한 현관문은 해성이의 손에 의해 활짝 열리게 되고
늦은 밤을 환하게 켜주고 있는 주황색 가로등불빛이
해성이 녀석의 얼굴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누나 힘들어. 더더욱 너랑 말 할 힘은 없고."
"왜 얘기 끝까지 안들을려고 해요. 누나는?"
"무슨 애기 말인데. 너도 동현이 얘기할꺼면 좀 가줘."
"왜 누나는 사람이 말하는걸 끝까지 안들으려고 해요? 겁이 나나봐."
그건 나도 인정하는 사실이에요.
조금 화가 실려있는 말을 탁탁 뱉어내는 해성이를 보고있으려니
동현이의 얼굴과 겹쳐져서 머리가 욱씬욱씬 아파와요.
하지만 지금 김동현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보고싶지 않아요.
다 꼴도 보기 싫다구요.
"피하면 다인줄 아나봐. 누나는."
"니가 왜 화내? 무슨 자격이 있다구?"
"누나야 말로 왜 멋대로 동현이한테 상처주고 가요. 왜 멋대로예요?"
"....뭐라구? 내가 동현이한테 상처를 줬다니. 그게 무슨 말인데."
이제 너무 지긋지긋해서 해성이를 째려봅니다.
병윤이도 해진이도 하나에게 사과하라고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녀석도 내게 동현이에게 사과하라고 할꺼면
난 더이상 이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누나 진짜 나쁜 사람이다."
"너도 나쁜애다. 나 아픈건 생각 안해줘?"
"생각 안해요. 천만에요."
".....하."
해성이가 뭣때문에 화나서 내게 이러는 건지는 나는 잘 모릅니다.
그저 이녀석이 내게 위로섞인 한마디도 안해주고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골이 나니까요.
해성이는 잠시 나를 향해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내리깔아 쳐다보더니.
이내 뒤에 감춘 두 손을 내 앞에 손바닥을 펼쳐 내밉니다.
마치 뽑기장수가 양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사탕과 엿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걸 고르라고 어린아이를 꼬드기는것 처럼요.
해성이의 손바닥에는 엿과 사탕도 아닌
그냥 분홍색과 노란색의 포스트 잇.
아이들 같은 장난에 짜증이 화락 하며 밀쳐 오르면
난 그대로 뒤돌아 버렸어요.
"골라봐요. 내가 이제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테니까."
...
뭐?.
호기심반 짜증반에 뒤를 돌아 서면
활짝하니 웃고 있는 해성이가 나를 향해
양 손바닥을 내밉니다.
"난 누나에게 지금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그 이야기 다 들어주면 너 집에 갈꺼니?"
"응. 갈게요."
".....후. 알았어."
대충 아무거나 고르려는 걸 알아 챘는지 해성이는 손바닥을 다시 뒤로 감추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참 예쁘게도 말해요.
"내 이야기. 듣고 싶어요, 안듣고 싶어요?"
"뭐? 들려 준다면서."
"음음. 그전에 누나가 선택해주세요."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장난인것 같은 행동을 부리고 있어서
안그래도 칭얼대는 녀석을 달래주기는 내게 너무 벅찬일이에요.
이 얘기를 안듣는다고 하면 또 귀찮게 할까봐
난 그냥 대충 고개를 상하로 흔들어 오케이 싸인을 합니다.
"근데 이 이야기 듣고나면. 누나가 아파할수도 있는데."
"........."
"나 누나 아픈건 싫은데. 이건 되게 중요한 일인데."
"나 아파도 되. 그냥 들을게."
"........."
지금 벌써 동현이 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는데..
여기서 또 불을 붙이면 이건 한줌 재가 되어 날아가버릴텐데요.
해성이는 고개를 반쯤 수그리다가
다시 번뜩하며 고개를 들고
내 눈앞에 양 손바닥을 펼쳐요.
"먼저 듣고싶은 얘기 선택해요."
"분홍색."
저번에 그 러브홀릭에서 해성이가 가리킨 오른손 검지 때문에
난 지금도 그게 신경쓰였는지 왼손에 달려있는 분홍색 포스트잇을 골랐고
해성이는 잠시 목을 가다듬어요.
무슨 얘기를 내게 해줄껀지
이제는 궁금하기 까지 합니다.
내가....
이 얘기를 들으면..
아파할까요?
"그러니까. 음. 아까 거리에서 마주쳤던 일에 대한거에요."
"그거라면 나 안들을게. 노란색도 필요 없으니까 나가."
"누난 지금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어요. 에베레스트 산 보다 더 큰 오해를요."
"오해?..... 무슨 오해? 내가 여기서 또 무슨 오해를 할건데."
그 얘기에 대해서 또 무슨 거짓말을 내게 해서
다시 동현이와 이어주려 하는 속셈은 눈치채고 있어요.
동현이를 보게 된다면 난 가슴이 찢어질테고.
무엇보다 더 실망할걸 내 자신이 더 알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피하려 하는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보탠 그 이야기에 대해
내 오해가 풀리고. 동현이와 다시 행복하게 지낼수 있기를.
어쩌면 나약한 내가 또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약속해요. 내 얘기에 대해서 태클걸지 않기로."
"나 아픈거 싫어한다고 해줬잖아. 나 아픈거 니가 피해준다며."
".....누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는데."
"....."
결국에 목이 메여버린 나는
그대로 해성이를 직시해요.
"누나보다..... 지금 무척 슬프고. 아파할 사람이 있을텐데요."
"........."
"누나보다. 지금 울고 힘들어 할 사람이 있는데.."
"......"
"누나가 조금만 아파하고 이 얘기 들어줘요. 그 슬퍼할 사람을 위해서요."
그 사람이... 그 슬퍼할 사람이.
지금 내게 동현이라 말하는 거니?..
내가 아마 그 얘기를 다 들으면 온 몸에 힘이 빠져서
힘들어할걸 넌 다 알면서 얘기를 해주겠다는 이유가
....도대체 뭐니.
"누나는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요?"
"....."
"6월 24일. 정말 몰라요?"
".....응."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면 해성이는 찬바람이 쓩쓩 들어오는 현관앞에 서서
그냥 가만히 눈물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무척 가엾게 길을 떠돌아 다니는 떠돌이개처럼.
"오늘은.....요. 바로 오늘은요."
"....응."
녀석도 목이 메여버렸는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닦아냈어요.
그 눈물방울이 해성이의 손등에 묻혀서
바닥으로 고이 떨어지게 되면 그 울림이 내 안까지 들어와서 내가 더 힘들어져요.
닦아내도 닦아내도 흐르고 있는 해성이의 눈물에 비춰진
내 모습은. 해성이보다 더 괴기한 모습으로
눈물을 나도 모르게 흘려대고 있는 내 모습은..
동현이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오늘은 동현이 엄마. 그러니까... 동현이네 아줌마 기일이래요."
툭. 투둑.
머리가 잠시 멍해진 탓에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고
눈물이 내 앞을 뿌옇게 가리면.
........
내 머릿속 뇌세포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 엣 일을 기억해 내버려요.
너무 까마득하고.
너무 흐릿해서.
보이지도 않지만.....
그 음성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짜릿하게 만듭니다.
동현이와 내가 처음 만난 날.
그러니까 우리가 가족이 된 날.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는.... 눈이 아주 많이 왔던 첫 날.
그리고........
그 날은.. 또.
우리 아빠의 생일날.
...
...
'안녕. 나는 박수진이야.'
'.....'
'만나서 반가워. 이제부터 내가 니 누나구, 넌 내 동생이네.'
'......'
...그래요. 그때 내 앞에 있는 작고 힘없는 어린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머금고 내 앞에 서있었어요.
'보고싶어.'
'응?...'
'우리 옛날 엄마가.... 보구싶어.'
'....'
......
...
기일. 오늘이 바로 동현이 옛날 아주머니 기일이었어요.
그때 즉시 난 옆에 있던 조그만 달력 첫장 3월달을 넘기고
4월달을 넘기고... 빠르게 6월달까지 넘겨요.
그러면........ 달력 네번째줄 맨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24'라는 숫자 하나.
그리고 그 아래에... 조그맣게 빨간색으로 '○'쳐져 있는 동그라미 하나.
...
아마도 나와 우리 엄마를 본 순간.
내 앞에있던 작고작던 꼬마아이가
떠올린건.
아마도 그 아이의...
그 아이가 보고싶을 자신만의 진짜 엄마가.
떠올... 랐을까요.
'너희 엄마 생신은 언제야?'
'..6월 24일..'
'그래? 넌 참 똑똑 하구나. 아차!'
'.......'
'그렇구나. 내가 그날 같이 있어줄게. 꼭 같이 있어줄게.'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여자아이의 한마디.
두 눈을 비비고 어린여자아이를 향해 고개를 들었던
조그만 체구의 남자아이.
'....정말?'
'그래. 옆에서 같이 생일케이크두 후~ 하고 불어주고 그럴게!'
'진짜 같이.. 있어 줄꺼야?'
'당연하지.'
.....
.....
바보. 바보 박수진.
정말.... 멍청이해삼말미잘 박수진.
정작 동현이네 아줌마 생신을 기억도 못했으면서
옆에 꼭 있어준다는 순서도 안맞았던 얘기.
순서도 안맞게,
생일케이크도 후 불어준다고
동현이에게 약속했던 엉뚱천지인 얘기 한마디..
그 한마디 때문에
밝아진 남자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기뻐했는데 말이죠. 그것도 무척.
"그래서 내일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거에요."
"그래서..?"
"그래서라뇨."
"하나랑 동현이랑 있었던 이유가 그거라구?"
그럼 말이 안되잖아요.
오늘이 동현이 아줌마네 기일이면
나랑 같이 있어야 하는게..
나한테 말해줘야 하는게 맞는거 아니에요?
"동현이가 누나가 괜히 신경쓰일까봐. 오늘 병신이랑 송해랑 같이 셋이서
동현이네 아줌마 산소 있는 고향에 내려간다구 했어요.
그런데 하나가 동현이 옆에 붙어서 놓아주질 않자 조금만 놀다가
고향으로 내려가겠다고 했죠."
속이 터져요.
지금 저 얘길 나보고 믿으라는 거에요?
하나가 놓아주질 않는다고 해서
오늘 조금만 놀아준다구. 그런 얘길 나보고 믿으라구요?
다 거짓말이면서..
다.... 모두다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면서.
"그래서 내가 지금 두번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동현이가 하나 병원에 들락날락한 이유를."
"......뭐?..."
"다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그때 애들도 누나한테 하나보고 사과하라고 한 것도."
"이유?.. 이유라구?"
엎친데 덮친격으로 분홍색 포스트 잇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난 머리가 어질어질한것도 잠시.
동현이가 하나 병원에 들린 이유가 따로 있다는 얘기와
그때 애들이 내게 하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던 이유가 있다는 얘기까지.
도통......
내가 모르는 말들만 해대는 해성이가..
천천히 내 머릿속에 있는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
"하나랑 동현이랑. 약속하나 했어요."
"....약... 뭐?"
"그러니까. 하나가 자기 병실에 동현이보고 맨날 와달라구. 그리고."
"뭐? 하나... 하나가 뭐?"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해성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두세어번 가량 다시 되물었을때.
"동현이는 대신에. 하나 병실에 찾아오는 대신에.
누나 괴롭히지 말라구... 자기 누나 불쌍하니까
조그만 털하나도 건드리지 말라구."
아니야..
....이건.......
.....
"그래서 그때. 누나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나병실에 찾아갔을때 모두 그런거에요."
"........"
"하나가 약속 깨고 또 누나 괴롭힐까봐 동현이가 걱정한건데."
"......"
"누난. 바보다. 그런 조그만거 그냥 넘기면 되지."
...
응..
난 진짜 바보인가 보다.
쓸데없이 일 벌리는덴 천재고.
그냥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넘겨버리지
불과 몇시간 전. 그 반지를 빼버리는 나는..
"이거요."
"...."
"자. 반지에요. 짝꿍이라구."
"......"
"병윤이가 전해 달랬어요. 꼭."
해성이가 내 손에 반지를 쥐어주고
그대로 뒤돌아 서버려.
나는 울어야 할지
지금 웃어야 할지
엄청난 고민에 빠져버려요.
"해성아."
"....."
"나 한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
"......"
빙그레 웃으며 해성이가 자연스럽게 뒤돌아 섰어요.
난 내 손에 쥐어진 반지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두근두근 뛰어대는 심장가까이 대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꾸만 터질것같이 생각나는
아까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었을 동현이 얼굴 때문에..
자연스레 입술을 꼬옥 깨물어요.
"내가 지금 가면. 동현이가 날 반겨줄까?"
"........"
"만약에 내가 동현이 옆으로 지금 달려가면 나 용서해 줄까?"
"......"
"...미안하다구.. 싹싹 빌면. 다시 우리 원래대로 돌아올까?"
입술을 조금 벌리고 나를 바라보고 섰던 해성이는,
'응'이라는 대답대신 웃어주며 다시 뒤돌아서서 우리집 대문을 나서요.
그러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똑같이 해성이를 향해 빙그레 웃어주고.
뒤돌아선 내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
일단 동현이에게 가면 무슨 말을 해줄까요.
같이 있어준다는 말만 해주면서
정작, 이 반지를 뺴버렸는데.
나를 향해 웃어주기를 바라진 않을꺼에요.
내 손 잡아주기를 바라진 않을꺼에요.
그냥 내가 동현이를 향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해줄꺼구.
그냥.
동현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 녀석에게 다가가서
옆에 꼭 있어주리라.
어쩌면 나때문에 엄청나게 슬퍼하고 있을 그 아이에게..
나보다 더 힘들고 아파할 그 아이에게.
내가 먼저 따뜻하게 웃어줄거에요.
.........
....
머리를 대충 다듬고는 약간의 돈과 핸드폰, 소지품등을 챙긴
가방을 허리에 차고 집 문을 꼭꼭 잠군채
우리집 대문을 끼익- 하며 열어요.
익숙한 부르르르릉- 소리가 내 앞을 마중하고 있고
어디선가 많이본 오토바이에 탄 해성이가 나를 반깁니다.
"너.. 안갔어?"
"누나 설마 지하철이나 고속버스 그런거 타고 갈려고 한거에요?"
"너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내 걱정 말고 빨리 집에나 가."
"타요. 데려다 줄게요."
"....어어?"
해성이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뱉고
내게 헬멧을 하나 건넵니다.
여기서 나는 거절같은걸 할수 없었기 때문에
재빨리 헬멧을 쓰고 나서 해성이에 뒤에 올라 탑니다.
손목시계로 확인한 시간은
어느새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어요.
"근데 너 가는길은 알아?"
"자. 잔말 말고 얼른 내 허리 꽉붙잡아요."
"그래. 알았어."
"갈게요! 출바알~"
신나보이는 해성이의 허리를 꼭 붙잡고
어느새 오토바이는 우리집을 떠나 한적한 큰 도로길로 향합니다.
핸드폰을 꺼내 동현이에게 연락할 마음은 없었어요.
아니 그런 마음을 가질수 없었어요.
동현이 목소리를 듣기 전에.
내가 그 아이의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서
눈을 감아 버립니다.
어서 보고 싶어요.
그동안 그 러브홀릭 이후로
나와 잘 얘기하지도 않고 웃어주지도 않았던 그 이유가
바로 동현이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기일 때문이란거
이제야 알았으니까.... 참 난 나쁜애에요.
그동안..
나와 동현이가 만난 그 2년. 아니 곧 3년.
그 시간동안 그러고 보면..
동현이는 자신의 친어머니 기일을
챙기지 않았어요.
6월 24일. 아무일도 아닌듯 그냥 넘겨버렸던 나 때문에
얼마나 그 아이는 힘들어 했을까요.
"누나."
"....."
"누나 자요?"
"어?.. 아냐."
"눈 붙여둬요. 멀리 가려면 피곤할텐데."
해성이 이녀석도 참 날 많이 도와주어요.
모든지 너무나 고마워서 녀석의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더 싣습니다.
"해성아."
"네?"
"근데.. 왜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준거야. 너도 하나 친구잖아."
"......."
"왜.. 날 더 많이 도와줘?"
눈커풀이 점점 무게를 싣고 내려앉을 쯤에..
몽롱한 정신에 조금은 힘이 느슨해 졌을쯤에..
해성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난 빙그레 웃으며 눈을 꼭 닫았던것 같습니다.
......
"난 누나가 하나보다 더 좋아요."
"......"
"하나가.. 누나보다 더 이쁘지만. 나는 마음씨 이쁜 여자가 좋거든요."
"....."
"...누나 자요?..."
"............"
해성이는 더더욱 세게 달리며
빨리 동현이와 수진이를 이어주려고
졸린것도 모르고 앞을 향해요.
"잘자요. 누나."
".........."
"....내가 꼭 동현이 만나게 해줄게요."
........
그리고 그렇게 한밤의 질주는 어느덧 시간이 새벽 4시쯤에 다다랐을때
그 끝을 맺었습니다.
***
"누나. 일어나 봐요."
".....우으."
"누나? 다 왔어요!"
"어어!?"
나를 흔드는 해성이의 소리에 깜짝놀라 일어났습니다.
....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여름날 새벽.
그리고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주위를 살펴보면
문명과는 꽤 거리가 있을 법한 시골 한 구석입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해성이를 쳐다보면
눈 아래 그늘이 새카만게 무척 졸리나봐요.
"...너.."
"우리 빨리 동현이 보러 가요!"
"해성아. 너 괜찮아?"
"응. 괜찮아요. 그니까 어서 빨리 동현이 보러가요."
얼굴은 초췌하기 그지 없는데...
지금 모습은 무척 신나 보여요.
지금 해성이가 너무너무 고마운 내 은인이라서
하여튼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면
정말 잘해줘야 하겠습니다.
"근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나도 잘 모르겠네. 충남... 연긴가?"
"근데 동현이를 어떻게 찾지."
"핸드폰으로 연락해 봐도 안받는데.. 참."
빨간색 지붕과 파란색 지붕... 못보던 푸른색 산과 논까지.
내 앞에 펼쳐진 새벽녘의 풍경이란 참으로 신기했어요.
일단은 여기 어디쯤이라고 자꾸자꾸 헤매는 해성이가
어떻게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차에
나는 이 주위를 둘러 봅니다.
"병윤이 자식이 낙서한거 가져온건데. 이것좀 볼수 있겠어요?"
"뭔데? 약도야?"
"네. 안개가 많이 껴서 그런지 동네가 잘 안보이네요."
이걸 과연 고 1이 그렸다고 하면 믿을까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 아이가 그렸다고 하면
그제서야 믿을만한 그림.. 아니 소중한 약도 그림.
듬성듬성 써져 있는 파란색 집과
논을 그린건지 밭을 그린건지 모를 기호랑
또.
저 한구석에는
다른 필체로 써져 있는... 그러니까 동현이의 글씨체로 써져있는
북쪽에 위치한 조그만 집 한채가 있습니다.
'할머니네'
....할머니..
아마도...
아마도 동현이네 외할머니를 말하는 듯
무척이나 정성들인 집한채 그림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와요.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상처만 준 나쁜 누나라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합니다.
내 눈치를 챘는지 해성이가 어깨를 다독여 주며
곧 오토바이에 다시 올라타며 험준한 비포장 길을 올라가려고 해요.
"누나. 아마도 우리 걸어야 될것 같지 않아요?"
"응. 더이상 길이 없나보다."
"에이씨. 그럼 이거 버리고 가야 겠다."
"다음에 내려오면서 다시 찾으면 되지. 어서 가자."
아까운 듯 오토바이를 매만지는 해성이를 끌고
점점 보일듯 말듯한 안개가 껴있는 산속으로
우리는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었어요.
"누나. 힘들지 않아요?"
"아냐. 괜찮아."
"내가 업어줄게요."
"괜찮다니까. 어서 가자."
계속 업어준다는 해성이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하루빨리 동현이를 보기 위해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동현이를 찾아야 해요.
그 슬퍼할 아이옆에서 내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 어디 쯤이겠지?"
"근데 서병신 이자식. 잘못그린거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그리고 그거 동현이가 그린것 같은데."
"으악. 누나. 근데 여기 진짜 으스스하다."
자꾸 내 뒤에서 쫑알쫑알 대는 해성이 때문에
이제는 으스스 살이 떨리기 까지 해서
이 산 속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어디서 벌레들이 우는 소리도 들리고..
또 어디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그리고.
또 어디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고.
"누나. 저기 아니에요?"
"어?"
"저 조그만... 저 파란색 집이요."
잘 보이지 않아서 파란색 집이 어딘지도 보이지 않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후레쉬 전등이라도 가져올껄 그랬어요.
무서워서 해성이 팔을 꼭 붙잡고 있는데
손에 무언가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 때문에
무서워서 자세히 보니까.
"..거...."
".....에에?"
"거... 거미...."
"거.. 거 뭐요?"
"거미... 꺄아아아아!!!!!!!!!!!!!!!!!!!"
조그만 거미도 아니고.
내 엄지 발가락 만한 엄청나게 커다란 거미가
내 손에서 기고 있었어요.
원래 거미든 뭐든 벌레 한마리만 보면 정말 눈물까지나는 나는
거미를 얼른 떨쳐내고 새벽에 '곡'하듯이 해성이를 뿌리치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앞으로 향해 달려갔습니다.
눈물이 안그래도 보이지 않는 안개라서
더더욱 내 눈앞을 가리고 닦고 또 닦습니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길을
100m달리기처럼 꼭꼭 뛰어갔어요.
그리고... 멈춰서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돌아 보았을때.
해성이는 내 뒤에 없었고
이 안개속에는 나 혼자뿐이었습니다.
"해성아..?"
없어요.
해성이가... 내 뒤에도.. 옆에도.
이곳엔... 나 혼자뿐이에요.
..........
"동현아.....흐흑.."
혼자 덩그러니 이 산속에 남겨진 나는
주저 앉아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물만 쏟아놨어요.
난 너무나 나쁜애라서 지금 벌을 받고 있는거에요.
동현이같은 아픈애를 혼자 내버려 두고
내가 그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줘서
이렇게 벌을 받고 있는 거에요.
"흐흑........ 흡. 동현아..."
..내 눈앞엔 그냥 동현이 얼굴만 떠오르고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내 의지와는 달리
눈물이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져요.
"동현아......... 동현아.."
...옛날에 꿈을 하나 꿨어요.
동현이와 내가 처음 가족이 된날.
그리고 우리 아빠의 생신날이었던 그 날에..
난 꿈을 하나 꿨어요.
처음만난 꼬마애가 내 꿈에 나타나서는.
내 손을 잡고 씩씩하게 어디론가 걸어가는
그런 이상한 꿈.
아니..
그 꼬마애가 내 손을 잡는게 아니라.
내가 그 꼬마애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우리 둘이 사라지는 꿈..
아마도 그때부터
난 그아이를 조금 더 사랑한것 같았어요.
그 꿈을 꾸고 나서부터
내가 그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게
바로.. 그때부터였을거에요.
잊고 있었던 별의별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온통 복잡하게 해놓고
나는 눈을 꼭 감고 빨리 내 눈앞에 동현이가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누나?"
".....동현아.."
"...누나?"
......그래.
어디선가 들려오는 동현이의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들어오면.
나는 두 눈을 크게 끔뻑이며
내 눈앞에 서있는 한 꼬마애를 보게 되고,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올려다 보다가
이내 안겨버리고 말아버려요.
"누나가.. 여길......"
"동현아.. 동현아."
"..누나. 왜그래!"
"동현아......"
"응? 왜?"
진짜에요.. 진짜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녀석이 바로 동현이에요.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
그 꼬마애. 동현이 녀석이에요.
"미안해..."
".....어?"
"미안해. 아무것도 모르고 너한테 상처줘서 미안해."
"......"
"정말로...... 미안해. 미안해."
동현이에게 안겨 미안하다는 말만 수십번, 수백번 늘어 놓다가
동현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눈을 다시 감게 되버립니다.
익숙한 체온이랑..
익숙한 느낌이랑...
익숙한 목소리까지....
.....모두다 그대로라서.
처음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라서..
".....미안.미안.."
"아니야.."
"......"
"우리 아가. 그것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야?..."
".....흐흑.."
"왜 울어. 왜 울어. 아가야."
나를 안은 손에 동현이가 꼭 힘을 주면
나도 똑같이 놓지 않으려는 듯 동현이를 더욱더 세게 끌어 안고
딱 그때쯤에 눈물 한줄기가 동현이의 어깨에 흘러 내립니다.
"앞으로 같이 있어줄게. 죽을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응.."
"앞으로. 너 떼어놓지 않고 꼭 붙어 있을게."
"..응."
"그니까....앞으로 울지마. 앞으로 아파하지 마."
"응."
....
앞으로 정말 내 말대로 울지 않을거라서.
우리 동현이가 울지 않을거라서.
그래서.
마음이 풀어지고, 눈물이 멈춰서 나오지가 않습니다.
이제 동현이와 꼭 붙어 있을게요.
절대로 녀석에게 상처주지 않고
늘 함께 있어줄게요.
아빠.
나 그래도 되죠?..
나... 이해해줄 수 있으시죠?
아빠...
동현이 만나게 해줘서..
오늘도 너무 고마워요.
이 어린아이 내 옆으로 보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
안녕하세요. 염치도 없는 LEENA 놈입니다.ㅠ_ㅠ
과연 저를 기억해주실 분이 몇분이라도 계실까요...흑흑.
저도 소설을 올리고 싶어서 죽는줄 알았어요.
요번편도 고쿠센 보다가 -_- 수정도 못하고 대충 작업해서 올리와요.ㅠ^ㅠ
인소닷도 참으루 오랜만에 들어서 반갑다는..........
성실연재 해야 되는데
그것도 못하고 이젠 연재도 느려지구... 또 진도도 못나가구.
정말정말 너무 죄송해요.
저 욕하셔도 되요.ㅠ_ㅠ........
책임감도 없이 소설 올리고 일주일간동안 잠수 쏙 타버리구.........
연재일을 정해서 올린다는건 참 힘든일인것 같습니다.
저 마음 단단하게 먹고 올릴게요.
동현이 수진이 얘기. 꼭꼭 해피로 완결 내서
여러분 앞에 자랑스럽게 올릴수 있도록 마음가짐 단단히 하고 올려요.
너무너무 죄송하구.
제 소설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정말 면목도 없습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 어린 누나, 잘생긴 동생 ※※ 39
LEENA
추천 0
조회 232
06.08.28 19:22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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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예 -- ; 조회 3에다가 첫리플다는 이 기쁨이란...ㄷㄷ;;;;;;재밋서욤 ㅜㅜ ㅋㅋ 동현이랑 누나님이 오해풀어서 다행 !! 히히 앞으루두 열시미 볼게요 ㅜㅜ *
우와.첨부터쭉보는데힘좀들엿다는......ㅋㅋㅋㅋㅋ짱재밋서요♡
오해 풀려서 진짜 다행이에요 히히 앞으로 더더더~ 잘됬으면 좋겠어요 >ㅅ<
으아~ 전편보고는 심장이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화해를 했네요 아~ 감동의 순간.
오메오메!! 그 괘심한 서하나!!! 너무 잘됐다!! 역시 수연동현 커플짱짱짱!! 헤헷 작가님 오랜만에뵈요!!!! 무척 기달렸어요!! ㅠㅠ 너무 재밌당 ㅠㅠ 역시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넹!!!! ㅋㅋ 조를 만들었는뎀 ㅠㅠ 저만 여자예요!! ㅠㅠ 아 외로워~ ㅋㅋ 앞으로는 둘이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나 심장 조마조마해요 ㅠㅠ ㅋㅋ 그래도 재밌는거 알죠!~ 헤헷 잘보고 가요!
이히히 ㅋ 오랫만에 올라왔네요 ㅋㅋ 재미있어열 ~ ^^ 오해가 풀려서 다행 ~ 리나님도 개학 하셧겠네요 ~ ? 학교생활 열심히 하시구 ^^ 다음편 기대할게요
하핫;;ㅁ; 다행이에요 ㅜ_+ 이나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T_T 기억하시는 거죠?(초롱 )수요일날 또 올게요♡
다행이 수진이랑 동현이랑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구요,,해성이는,,,다음편도기대할께요,,,
오랜만이에요,ㅠㅠ LEENA님 많이 기다렸어요, 해성이 너무 귀엽고 좋아요, ㅋㅋ 다행이 동현이랑 수진이랑 잘되서, LEENA님 앞으로도 소설 많이 써주세요, ㅋㅋ 언제까지나 기달릴게요 ^^
우흑!ㅠ_ㅠ LEENA님 보구팠어요!!!푸헬헬-,,-정말 수진이 동현이가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고쿠센 재밌죠~~
보고싶었는데..왜빨리안오셨어요
고쿠센*-_-*ㅋㅋㅋㅋ 수진이랑 동현이 오해가 풀렸군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