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라진 친구들
이히히힛. 얼굴도 바닷물로 씻었겠다 이제 호텔로 돌아 볼까?
케어리스 호텔 카운터에 도착하자마자 내 눈에 걸린것은 카운터에서 분명 화가 잔뜩난 표정으로 서 있는 아주아주 잘생긴 미남 이었다. 그것도 키가 180은 되는것 같은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돌릴 곳이 하나도 없었다.
헤헤, 오늘 눈보신 왜일케 많이 하는거지? 여기 물, 진짜 좋아좋아♪
카운터에 선 남자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직원은 무척이나 당황한듯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고, 욕까지 써대면서 짜증을 부리는건 손님 쪽 이었다.
그걸 보니 이 미남의 성질은 아주 개보다 못한 존재나, 이놈의 호텔에서 이 미남에게 아주 커다란 잘못을 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손님부터."
"지랄하고 있네. 날 서울에서 여기까지 불렀던 사람이 누구였지? 지금 나갔다는게 말이나 되냐고!"
언성을 너무 높이는데 그 목소리가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쓰벌놈, 정도껏 할 것이지.
얼굴 좋아도 성격 더러우면 그건 봐줄만한 놈도 안된다. 양아치 부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놈들이다.
"저, 저기... 금방 들어오신다고 하셨는데."
"시발, 장난하냐고.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 사람을 불르더니 아예 놀러를 가? 야, 나도 나갈란다."
"도, 도련님... 휘연 님께서 꼭 붙들고 계시라고 하셨는데..."
휘연 오빠라는 말에 내 눈은 이미 이 미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휘연 오빠하고 아는 사이인가?
근데 님 이라니? 꼭 조폭 보스 같잖아. 뭐, 조폭이지만 보스가 아니라는 법도 없으니 뭐. 그럼 이 미남은 휘연 오빠의 동생인것 같았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이 미남은 재수없다는듯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야, 뭘 봐?"
이런 개 싸가지를 봤나. 아무리 이중인격이라고 들어온 나라지만 이런 소릴 듣고 기분 좋을리는 없었다.
내가 싸늘하게 이 싸가지 없는 놈을 쳐다보자, 이 자식은 더 재수없게 날 쳐다본다.
"소, 손님. 뭐, 원하시는 거라도."
정말 이 직원 아저씨가 불쌍하다. 어떻게 나하고 동갑내기인것 같은 놈한테 쩔쩔매고 있는지.
나는 이 싸가지한테서 시선을 없애고, 아저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전화 좀 쓰고 싶어요. 빨리 전화해야 하는 상대가 있는데 지금 공중전화 쪽엔 줄이 너무 많거든요. 휴대폰 있으시면 좀 빌려주실수 있죠?"
공중전화 쪽에 줄이 서 있다는건 다 개구라다. 공중전화엔 카드 넣는 기계랑 동전 넣는기계 둘 다 있었지만, 나한테는 돈이 없었고, 내 친구들은 1633 콜렉트콜이나 08217 이런 콜렉트콜 같은건 다 차단 시켜놨기 때문에 전화도 못 건다.
특히 내 폰은... 아빠가 하도 인터넷 캐쉬를 올린다고 해서 거의 다 차단 시켜 버렸다.
돈도 없고 폰도 없는 나한테 할 수 있는건 없었다. 그냥 아저씨 폰을 빌리는 것 밖에는.
"제 폰은 배터리가 다 되서 못 빌려드리는데... 이거 어떡하죠?"
아저씨가 미안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아, 난감하다. 그럼 누구한테 폰을 빌린담. 그러고보니 옆에 사람이 하나 더 있었지. 근데 빌려 주려나.
"저기, 폰 빌려줄 수 있어요?"
"가져가."
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으니 싸가지는 나한테 폰을 줬다. 헤에, 그래도 매너가 더러운건 아니었군.
근데 이 놈 폰 이번에 새로 나온 초콜릿2 였다. 으윽, 부러버라.
아무튼 010-98xx-xxxx 를 눌렀다.
철 없을적 내 기억속엔 비행기 타고 가요~♪
거북이의 비행기 컬러링이 나오는데 언제 들어도 흥겨웠다. 아싸라뱌 쿵짝쿵짝! 이 노래 들으면서 춤이라도 춰주고 싶은 심정이다.
근데... 이상하다. 전화를 안 받는다. 하두 안 받고 계속 서 있으니깐 폰 주인이 짜증나는듯 날 계속 꼬려본다.
"전화 한 통 쓰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전화를 안 받아서 그래요. 잠시만요."
이상함에 다시 한 번 더 전화를 걸었고, 컬러링이 나왔다. 그런데 30초..., 아무도 안 받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내가 하두 안 오니깐 지들끼리 놀러간건가?
설마하는 걱정에 딴 놈들한테도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그러고보니 친구 번호는 모조리 다 내 폰에 저장되 있어서 난 지금 전화를 걸지 못한다.
전화번호 안 외운게 이렇게 한이 될 줄이야. 전화가 안된다는것에 울고 싶다는 그런 마음. 이제 알 것 같다.
눈물을 머금고 나는 싸가지에게 폰을 돌려줬다.
"폰 잘썼어요. 아저씨, 혹시 지금 민희영이라고 이름잡은 사람 방. 카운터에 열쇠 맡기고 갔나요?"
"여긴 여관이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군요."
"그냥 알려주면 안되요? 제 친구라서 그래요."
"이거 안되는데..."
정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있던 아저씨.
"그냥 찾아줘요. 친구 만나야 한다네요."
싸가지의 말 한마디에 직원 아저씨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카운터에 맡겨진 열쇠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근데 이 싸가지가 왜 나를 도와주려는 거지? 정말 매너가 좋은 사람인가?
그것보다 희영아. 제발 놀러갔으면 열쇠 맡기고 가게 해줘.
이상하게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조금 있다 아저씨가 일어섰는데, 안타깝게도 손엔 열쇠같은건 없었다.
"없어요."
"그, 그럼..., 민희영으로 이름 올린 방 좀 찾아 주세요. 인원은 12명으로 됐고요. 특실로 잡아놨어요. 그리고 관광 상품에 당첨되서 방 잡은 거에요."
"그, 그건 안되는데......"
신용 정보를 알려 달라는거나 마찬 가지였다. 정말 이렇게 부탁하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난 부탁해야만 했다. 안 그럼 바다에서 혼자 바람맞으면서 자야하기 때문 이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지금 친구 못 찾으면 오늘 밤은 바다에서 자야한단 말이에요. 제발요."
울먹거리면서 두 손을 붙잡고 싹싹 빌자, 직원 아저씨는 당황함과 곤란함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도련님으로 칭한 싸가지를 보았다. 그러다가 아저씨는 한숨을 쉬면서 컴퓨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없어요. 민희영 이란 이름으로 등록된 사람은. 그리고 특실, 스위트실, 대특실, 여행 예약자, 관광 예약자 다 뒤져봤지만 거기서 12명 인원으로 된 방은 하나도 없어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애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길래 다 사라졌다는 말인가.
"진짜야?"
옆에서 싸가지가 물었다.
"도, 도련님도. 진짭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한 번 확인해 보시던가요."
"그럼 진짜란 말이네. 어떡하냐? 너 오늘 바다에서 잠자야 할 것 같은데?"
진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나만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장난 같은건 치지 않았는지. 차라리 그거라면 화라도 내겠는데, 연락도 없고, 이 호텔에도 없다고 하니깐 혹시 애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우씨... 놀러 가는거 아니었는데... 흑."
이상하게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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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후기]
연습장 분량 이미 다 써버렸네요.
이번판은 제가 임의로 써놓은 거랍니다.
좀있으면 어떻게 할진 고르긴 골랐는데...
약간 좀 그러네요. 후후후후;;;;
첫댓글 ㅋㅋㅋㅋ 열라 재밌어요. 빨리빨리 올려주시와요~ ♥ 건필~!
아앗! 신밧드님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맨날 맨날 올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