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詩(一) / 김수영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 돼
복숭아가지나 아가위가지에 앉은
배부른 흰새모양으로
잠깐 앉았다가 떨어지면 돼
구겨진 휴지처럼 노래하면 돼
가정을 알려면 돈을 떼여보면 돼
숲을 알려면 땅벌에 물려보면 돼
잔소리날 때는 슬쩍 피하면 돼
―債鬼가 올 때도―
뻐스를 피해서 길을 건너서는 어린놈처럼
선뜻 큰길을 건너서면 돼
長詩만 長詩만 안 쓰려면 돼
◈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입만 반드르르하게 닦아놓으면 돼
아버지 할머니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어물전 좌판 밑바닥에서 결어있던 것이면 돼
有線合乘自動車에도 양계장에도 납공장에도
米穀倉庫 지붕에도 달려있는
썩은 공기 나가는 지붕 위의 지붕만 있으면 돼
「돼」가 肯定에서 疑問으로 돌아갔다
疑問에서 肯定으로 또 돌아오면 돼
이것이 몇바퀴만 넌지시 돌면 돼
해바라기 머리같이 돌면 돼
깨꽃이나 샐비어나 마찬가지 아니냐
내일의 債鬼를
죽은 뒤의 債鬼를 걱정하는
長詩만 長詩만 안 쓰려면 돼
샐비어 씨는 빨갛지 않으니까
長詩만 長詩만 안 쓰려면 돼
永遠만 永遠만 고민하지 않으면 돼
오징어에 말라붙은 새처럼 五月이 와도
九月이 와도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가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에서 울리면 돼
라디오소리도 거리의 風習대로 기를 쓰고 크게만 틀어놓으면 돼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서
長詩만 長詩만 안 쓰면 돼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가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까지 콩콩 울리면 돼
흙묻은 비옷이 二四時間 걸려있으면 돼
情熱도 豫測 고함도 豫測 長詩도 豫測
輕率도 豫測 봄도 豫測 여름도 豫測
氾濫도 豫測 氾濫은 華麗 恐怖는 華麗
恐怖와 老人은 同一 恐怖와 老人과 幼兒는 同一……
豫測만으로 그치면 돼
모자라는 永遠이 있으면 돼
債鬼가 집으로 돌아가면 돼
聖堂으로 가듯이
債鬼가 어젯밤에 나 없는 사이에 돌아갔으면 돼
長詩만 長詩만 안 쓰면 돼
<1962.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