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기아 셀토스 차량이 음식점으로 돌진했다. 70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했다”고 진술했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추진하고 있는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인센티브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고 있다. 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자는 많은 데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9일 행정안전부·경찰청, 각 지자체에 따르면 고령자 면허증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정책은 201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정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지자체 인센티브는 다양하다. 서울시는 10만원짜리 무기명 선불형 카드를 주고, 강원·충청 일부 시·군은 10만원 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구례·순천 등 전남 일부 시·군은 50만원을 준다.
부산에서 면허증을 반납하면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받아 목욕탕 등 2100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남 지역 126개 식당·숙박업소·병원도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자에게 요금을 5~30% 할인해준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모두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고령 운전자 중 운전면허증 반납 비율. 그래픽 김영옥 기자
민원 제도 개선 우수사례…2020년 전국 확대
고령자 면허증 자진반납 제도. [사진 서울시·게티이미지뱅크]
이 제도는 당초 경찰청·운전면허시험장에 면허증을 제출한 뒤 주민센터에서 인센티브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그러다가 2020년 주민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덕분에 40일 걸리던 민원 처리 기간을 하루로 줄였다는 것이 당시 행안부 설명이다. 이 제도는 2020년 행안부가 ‘민원제도개선 우수사례’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면허증을 반납하려고 주민센터를 찾아도 상당수 고령자가 헛걸음하기 일쑤라고 한다. 예산 한계로 인센티브를 곧바로 받지 못해서다.
실제로 강원도 일부 시·군은 지난해 연말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아직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면허증 반납에 따른 보상금을 정산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곡성군도 지난해 하반기 편성한 예산이 600만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선착순 20명만 각각 3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서울 자치구도 지난 3일 운전면허 반납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행 2주 만에 관련 예산이 대부분 소진됐다. 노원구 등 일부 자치구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해 대기하는 반납자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관악구는 830명분을 배분했는데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게 이미 800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