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은 바 있다”며 거듭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사례로 언급한 외환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 조정 폭보다 지난 1년 새 가격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산다는 의미)’해서 집을 산 사람들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점을 홍 부총리가 인정해준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경찰청 등 관계기관 수장들과 함께 ‘부동산 시장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주택 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말씀드린 건 단순히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거 경험이나 관련 지표가 보여준 바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0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KB국민은행 기준 18.2%,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9.0% 조정된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1년 동안에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48%, 전국 아파트 가격은 18.19% 각각 상승했다. 불과 1년 새 홍 부총리가 언급한 조정 폭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오른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하반기에 영끌해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 한 자기가 매수한 가격보다 집값이 내려갈 일이 없다는 걸 경제부총리가 인증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가 계속해서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를 거론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환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부동산을 포함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경제 수장이 외부 충격 여파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예시로 든 건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하며 지금 가장 절박하고 최우선적 정책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정책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시장 불안의 원인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대심리 탓으로 돌렸다. 홍 부총리는 “시장 수급과 별개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된 모습”이라며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진단에 대해 시장에서는 “결국 정부는 잘못한 게 없는데 시장의 투기 심리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을 굳이 사지 않고 전세로 살려는 사람도 많은데 지난해부터 임대차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뒤늦게 매수세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적 요인에 대한 반성 없는 기자회견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 등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 규제도 매물 출회를 막아 집값을 오르게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과하게 부풀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가구로 과거 10년 평균 주택 입주 물량(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시장의)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언급한 서울 입주 물량 8만3000가구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을 모두 합친 물량이다. 이 중 아파트는 4만2000가구다. 그나마도 ‘아실(1만9343가구)’ 등 민간에서 전망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과 차이가 크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정부가 발표한 공급 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10년간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며 “앞으로 수도권에 1기 신도시 10곳 이상이 새로 건설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2·4 대책에서 약속한 신규 공공택지 24만 가구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여파로 아직 발표하지 않은 13만 가구의 잔여 택지 공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반발 등으로 차질이 빚어졌던 정부과천청사 대체부지와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8월 안에 구체적 계획을 마련, 연내 지구지정 등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3기 신도시에 대해 시작한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2·4 대책에 따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http://naver.me/FqSayk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