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표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너는 마법을 부리길 좋아해.
나는 식물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부러뜨리자 새빨간 피가 땅 위로 하염없이 흘러갔어.
너는 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
사랑이나 이별의 깨끗한 얼굴을 내밀기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의 신은
공중화장실 비누같이 닳은 얼굴을 하고서 내게 온다
두 손을 문지르며 사라질 때까지 경배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의 흰색에 대해 쓰면서
네가 얼마나 내 뺨을 창백하게 했는지
내 사랑
한 줄로 된 현악기
울리거나 멈추거나
나도 알아
내가 단조로 ······ 운 밤이라는 거
그러니까 시는
시여 네가 좋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모두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의 문장들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길 바라
깊고 묵직하고 진한 울림이 있는 여성 시인의 시집이야
이외의 추천사는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을 빌려 할게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첫댓글 고마워 여시야
와 너무 좋다 고마워 여시야
단조로 v 운 밤이라니 와 와 와 너무 좋다 이 부분 여샤 꼭 책으로도 읽어볼게! 글 너무 고마워
좋아서 다시 읽으러 들어왔는데 나도 그 부분 너무 찌르르해.. 단조로운 단조로 운 미친듯ㅠ 어떻게 이렇게 쓰지
와 글귀 전부 다 내 스탈
와 이 시집 사야겠다
역시 진은영이다...
여시 덕분에 사로 잡혀서 시집 사러 가야겠다 고마워
좋다
안그래도 오늘 서점에서 제목에 이끌린 시집이라 청혼만 읽고 너무 좋아서 찾아봤는데 여시 글이 이렇게 바로 나오네! 너무 기쁘고 좋다. 글 올려줘서 고마워! 다음에 서점가면 바로 사야겠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