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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뜨거워-최신유머 스크랩 밥은 먹고 다니냐?
최영호님 추천 0 조회 1,745 07.10.31 09:34 댓글 17
게시글 본문내용

     

 

아래 글은 에이스골프에 최점룡님이 연재하시는 [오 입싱글(띄어읽기 주의)]라는 칼럼에 실린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글입니다.


 오입싱글님은 자칭 “인물 좋고, 공 잘 치고, 매너 좋고, 돈도 많고, 인간성 짱!이고, 외국어에 능통해서 7개국어를 하고, 언제나 시간이 남아서 골프에 대한 글을 쓰거나, 연구를 하며 인생을 즐기는 ”분이라고 합니다.


오입싱글님의 승낙을 받아 위 글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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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 정도는 여러분들도 대충 아실 겁니다. 사실 우리가 새벽부터 늦게까지 이러구 돌아다니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거리 아니겠습니까?


 이 밥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결혼을 하자마자, 저는 왕비에게 쥐여서 옴짝을 못하고 여태 살았습니다.


소위 벽처가라고들 하죠. 부인을 보면 벽에 쫙!! 붙어서 숨도 못 쉬고 사는 사람이 벽처가입니다. 저보다 더 심한 분들도 물론 있습니다.


천처가라고 합니다. 천장에 딱!! 붙어 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눈물겹게 살아온 인생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저는 남들에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항목이 하나는 있는 사람입니다.


 뭐냐면 말예요, 적어도 저는 아침밥은 꼭 얻어먹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왕비에게 밤새 쥐어뜯기고, 요강을 입에 물고 꽈리를 불면서 혼이 나더라도, 왕비께서는 적어도, 하룻밤이 지나면 아침밥을 꼭 해주십니다.


 이건 사실, 장모님의 도움이 큽니다.

생전에 장모님께서는 “모름지기 남자는 대문을 나서면 노리는 사람이 열두명이다. 밥을 안 먹여 보내면 사내가 밖에 나가서 뭔 힘을 쓰겄냐... 세상 없어도 밥은 멕여서 내보내라”라는 유훈을 남기신 것이었습니다(장모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태까지 아침밥을 굶어본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복한 생활이 겨우 10 여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밤새 혼이 나더라도, 이러한 장모님의 교훈을 잘 알고 있는 저는, 떳떳하게 아침밥을 요구하고는 했었는데, 제가 그 망할 놈의 골프라는 것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이게 상황이 좀 달라지더라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대충 비슷하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동양권에서 골프를 친다는 건, 아무리 핑계 할아버지를 끌어다 대어도,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나 새벽 골프라도 걸리는 날이면, 그전 날부터 소풍가는 어린애마냥 들떠서 베란다와 창고를 들락거리며 옷 준비, 채 준비를 하다가, 본인은 물론, 부인까지 잠을 설치게 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골프장이라는 곳이 좀 멉니까? 아무리 짧게 잡아야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다가, 또 매너있는 골퍼 소리 들으려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도착을 해야 합니다.


 그러자니, 새벽 4시에도 집을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아무리 인물 하나로 버티는 저라고 해도, 새벽 3시에 밥을 해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더라 이겁니다.


 특히나 전날, 손님 접대한답시고 1시에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다음날 새벽 서너 시에 밥을 해달라고 하기가 마치 사자 아가리에 불갈비를 손에 쥐고 들이미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지, 슬그머니, 라면 하나를 숨겨다가 끓여먹고 나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왕비 깨실까봐 발 뒷굼치 들고 걷는 건 당근이고, 행여 가방 들고 나가다가 채끼리 부딪히는 소리라도 날짝시면 자동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지는 “얼음 땡!”이 되어서 토끼 귀로 왕비께서 깨셨나 싶어 숨도 못 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언젠가는 또 몰래 발 뒷굼치 들고 나가다가 캐디백이 거실 화분에 부딪혀 깨져서, 숨도 못 쉬고 새벽에 걸레질 하느라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날 저녁....

저는 같은 화분을 사들고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무릎 걸음으로 기어가 용서를 빌었습니다.


제 불쌍한 모습에 다행히 관대하신 왕비께서는 평소 때리시던 강도보다는 무려 20% 정도는 힘을 빼고 구타를 하시더군요(20% 힘을 빼고 스윙하면 거리가 더 난다는 사실, 아십니까?)


 저녁에 돌아와서는, 제가 입었던 골프 복장이나, 채 닦기, 빨래 등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잠깐 게으름 피느라고 거실에 골프 가방이 약간 오래 서있기만 해도, 그날은 그 가방 입에 물고 오리걸음으로 거실 30 바퀴를 돌기도 합니다.


 언젠가 치과에서 이를 치료한 날은 다행하게도 머리에 이고 돌도록 관대한 조치를 내리시기도 하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희 집 거실이 좀 넓습니까(몇 평인지는 까먹었지만...)?


 자, 이제 결론이 나올 때입니다.


 이거 보세요, 왕비님. 다 아는 얘기지만, 저도 이 망할 놈의 골프라는 거, 좋아서 치는 거 아닙니다. 누가 잠 못 자고 새벽부터 운전 2시간씩 해가며 기어나가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산과 들을 누비고 싶겠습니까?


 이런 골퍼들의 괴로운 현황에 대해서는 일찍이 유명훌륭 미남청년 칼럼니스트인 제가 “골프를 끊어야지”라는 명칼럼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습니다.


 전들 좋아서 이노무 골프를 치는 줄 아십니까?


 돈 들어, 몸 베려, 시간 날려, 때로는 내깃돈까지 훑어가는 악마같은 동반자 놈들이 뭐, 이뻐서 이 X랄을 하는 줄 아십니까?


 이거 다, 먹고 살자고, 그저, 거래처 접대 좀 해서 어떻게 가녀린 오더라도 좀 따 볼라고 눈에 피눈물을 흘리며 늙어가는 몸에 부치는 힘으로 쇳덩어리를 휘두르는 겁니다.


 개떡같이 치는 손님에게도 나이샷~ 하고 아양 떨어가며, 호빵같은 도우미 언니들에게도 아유, 웬 최지우씨야 해가며 그날 분위기 좀 띄워보려는 안타까운 노력.... 이거, 다 우리 좀 먹고 살자고 하는 짓입니다.


 연습장이요? 그것도 제가 좋아서 다니는 게 아닙니다.

필드 나가서, 어 멍청한 놈, 공을 저따우로 치는 놈이 뭔 일을 하겠어? 너, 거래 끊자!! 라고 할까봐, 그저 기본 스윙이나 해보겠답시고 이 나이에 새벽부터 설치는 거랍니다.


 그러니, 말입니다.... 제발 장모님의 고결하신 뜻을 생각하셔서라도, 저, 밥 좀 주십시오. 낫살 먹으면 뱃심으로 산다고, 그저 배가 좀 든든해야, 그노무 공인지 먼지도 치고, 아양인지 먼지도 떨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힘들여 공 치고 오면, 저, 제발 빨래 좀 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아니 시키시더라도, 다음날 해도 되도록 조금 여유를 주십시오.


 그거 빨래 하루 안 한다고, 한미 FTA가 깨집니까, 3차대전이 납니까?


 밥 좀 주세요....

왕비마마의 따뜻한 손길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다가, 명란젓 올려가며, 조기 구워 먹어가며, 어이, 자네 나가서 잘 치고 오시게나, 우리 집안의 먹거리는 모두 자네의 스윙에 달렸어 하며 등도 좀 두드려 주시옵소서.


 그리고, 덧붙여서, 어이, 자네 오늘 내기할 거지? 이거 많진 않아도, 스킨스라도 때리게나, 혹시 스트로크로 놀더라도 뱃심 좋게 따당!! 하며 두드릴 수도 있어야지 하며 돈도 슬그머니 좀 쥐어주십시오.


 모름지기 사내란 것이 뱃 속과 지갑 속이 든든해야 어깨가 펴지는 겁니다(제가 일기로는 김xx 형님은 그전날 밤 열심히 봉사해서 화대를 받아 공을 친다더군요)

  

 저, 정말 골프치기 싫단 말입니다.  너무너무 싫단 말입니다.


 세상사람들이 다 알지만, 세상에 골프가 재미있어서 치는 미친 사람이 어딨답니까?

 다 어쩔 수 없어서 치는 거지.


나, 오늘 거짓말 너무 많이 한 거 아냐?

이런 거 하느님이 읽어놨다가 나중에 지옥에 보내는 건 아니겠지?


하느님도 인터넷 하시나?

(‘07. 10. 24. 최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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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입이 싱글인지 오! 입 싱글인지

저 분은 너무 솔직한 분이십니다.


정말 저도 골프하기 싫습니다.


드라이버가 잘 되면 퍼팅이 되지 않고

퍼팅이 잘 되면 어프로치가 안되고

열심히 숏게임 연습하고 가면 드라이버로 몇 개씩 OB를 내고....


저는 정말 골프하기 싫습니다.

남들은 저보고 그렇게 골프를 열심히 하면 언제 집안살림을 돌보냐고 흉을 보지만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저의 블로그에 있는

“최장타와 원퍼터”라는 칼럼을 쓰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골프를 해야 합니다.


정말로 하기 싫은 골프이지만

언젠가 저렇게 솔직한 저 분과 함께 라운딩을 하여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라운딩을 하여 조금이라도 쌈지돈을 빼앗아 와야

우리 마나님께 찬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요....

(‘07. 10. 31.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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