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때 국어 교과서에 양주동 박사의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제목은 '勉學의 書',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과 함께
양주동 박사 글의 표현들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만큼 문장력이 뛰어나서였지요.
양주동 박사는 자신을 국보라 스스로 칭하실 정도로 여러 분애에서 뛰어난 분이셨는데,
특히 鄕歌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면학의 서'에서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일상에서 적절히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박이부정(博而不精)'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男兒須讀五車書' '古七現三'등이 있는데 그중 고칠현삼을 응용해 보겠습니다.
고칠현삼은 고전 일곱권, 현댜문학 세 권 정도 비율로 읽으면 좋다는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평양 물냉면을 논할 때 육수(국물) 7, 면 3으로 배분해 평가합니다.
결국 '肉七麵三'인 것이지요.
그만큼 물냉면의 핵심은 육수에 있습니다.
면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다 어슷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소, 돼지, 꿩 또는 닭을 삶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를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치미는 겨울 음식인지라 아예 마당에 동치미 항아리를 묻어두고 매일 꺼내 쓴다면 모를까
요즘 같은 염천 더위에는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식당에 따라서 양지머리 부위만 쓰거나 돼지고기와 사골 등을 같이 넣어 우려내기도 합니다.
또는 대전 숯골원냉면처럼 닭고기로 육수를 내기도 하지만 동치미를 옛날처럼 제대로 섞어 내는 곳은 드뭅니다.
동치미 구하기가 어려우니 아예 식초를 뿌려서 동치미의 시큼함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과음한 다음 날 많은 사람이 해장 음식으로 냉면육수를 꼽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맑은 고기국물을 차갑게 낸 것이라 영양가와 칼로리는 물론이고 혼돈스러움 머리를 한 방에 정리하는 시원함 때문이다.
흔히 냉면은 겨울 음식이라 하지만 요즘 동치미 국물이 없는 냉면을 만들다보니 이제는 여름이 냉면 계절이 되었습니다.
냉면집 주인들은 새벽부터 고기 국물을 우려내 그날 사용할 육수를 만들어 둡니다.
이 작업에 워낙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바쁜 낮에는 육수를 추가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냉면집은 육수가 떨어지면 바로 영업을 끝내기도 하고, 오후에는 손님 수를 봐가며
육수의 양을 어느 정도 조절하기도 하겠지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 일명 밥집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