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진보하고 발전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고,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 안에 계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하느님의 대사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배고픈 우리 손님들을 “하느님의 대사”라고 불렀습니다. 왜냐면 피터 모린이 거지들을 하느님의 대사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찾아오는 우리 손님들이 하느님의 대사인 줄 몰랐습니다. 손님에게 온갖 욕을 얻어먹고, 멱살을 잡히고, 얻어맞았습니다. 술주정에 시달릴 때, 싸움을 말릴 때 우리 손님들이 하느님의 대사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놀랍습니다.
가난한 우리 손님들이 자기보다 더 배고픈 사람을 걱정합니다. 빵 하나 사서 나눠 먹습니다. 힘들게 막노동으로 번 돈을 아낌없이 이웃과 나눌 줄 압니다. 이처럼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우리 손님들에게는 따뜻한 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정말 “하느님의 대사”들입니다.
요즘은 정말 모든 것이 오릅니다. 치솟는 물가입니다. 가스값, 전기값, 기름값, 달걀값,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물고기도 올랐습니다. 채소 값도 식용유도 또 안 오른 것이 없습니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입니다.
능소화가 피면 장마가 시작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안타까운 손님들이 늘어납니다. 장마로 일거리 없는 손님들이 배고픔을 참다 참다가 체면 무릎쓰고 국수집 문을 두드립니다.
우리 손님들은 모든 음식을 참 맛있게 드십니다.
유기농 달걀 프라이를 두 개씩 드리면 참 좋아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감자탕을 끓이면 손님들이 오래 오래 음식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식사합니다.
감자탕에는 감자가 없습니다. 살이 듬뿍 붙은 돼지 등뼈와 시래기로 푹 끓였습니다.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합니다.
며칠 전에 민들레국수집을 열어 놓은 후에 여주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도소 접견이 많이 변했습니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면회할 수 있습니다. 북적이던 교도소 민원실은 적막강산입니다. 예약한 사람 외에는 들어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 화면을 조작해야 하고, 신용카드 결제를 해야 하고... 영치금도 교도관이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계좌가 있어서 민원실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주교도소의 면회시간은 딱 10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55,000여명이 교도소와 구치소에 갇혀있습니다. 무기수는 약 1,330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