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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눈 속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 간 시민들에게 문을 연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연일 화제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뒤로 "윤석열 탄핵"과 체포 촉구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 이에 많은 시민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나와 3일부터 5일까지 주말 내내 밤새워 농성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추위와 화장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꼰벤뚜알 수도회는 몸 녹이며 쉴 수 있도록 교육관과 화장실을 개방했다. 도움 받은 시민들은 누리소통망에 이를 공유했고, 소식을 접한 이들은 수도회에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후원금도 쇄도하고 있다.
오상환 신부가 아미(BTS 공식 팬덤)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화장실로 이끄는 모습. (사진 출처 = muriyanan의 X)
7일,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찾아 원장 김욱 신부(다윗)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욱 신부는 늘 조용하기만 하던 수도회 인근에 그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도, 수도원 안에 방문객이 들어온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하고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수도회를 개방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일일 뿐”이라고 했다.
한밤중 시민들을 지켜보고 수도원으로 들이자는 제안을 한 것은 오상환 신부(요셉)다. 누리소통망에 퍼진 '응원봉 들고 시민들 이끄는 수도자' 사진에서 맨 앞에 선 이다. 오 신부는 그날 이후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직접 응하지 않았다.
김욱 신부 역시 “수도회가 늘 해 왔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오상환 신부도 우리 모두도 수도회가 한 일보다는 거리에서 애쓰는 이들에게 마음과 시선이 더 집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의 반응이 이토록 뜨거울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누리소통망이 정말 대단하다며 웃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입구. 바로 옆길과 도로를 비롯해 한강진역 인근에는 집회에 참여한 이들로 꽉 찼다. 누구도 이 조용한 수도회 문이 열려 사람들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현진 기자
“미리 준비한 것도, 반응을 예상한 것도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좋은 선교가 됐다”는 기자의 말에 김 신부는 동의하면서도, “수도회가 결정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도 또 이런 일이 있다면, 기꺼이 개방할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수도회로서 우리에게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시민과 신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줬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고마운 마음에 후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김 신부는 “알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생겨나는 비용은 우리도 각오는 하고 있다. 후원금은 내부 논의해서 다른 후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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