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봄은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作.
아니라고,
아니라고 자꾸만 우기면서 살았는데
어쩌지요?
겨울이 가고 봄이 와서 매화가 피었었고 산수유가 피었고 너도바람꽃이 피었었다지요.
목련이 피고 진달래도 피고 복사꽃 능금꽃도 피고 산도화도 피었었지요.
훈훈한 남풍이 불어와 어느 먼 이역의 향수를 불러왔었구요.
산하가 꽃으로 가득하고 그 향기로 가득하며
달빛이 꽃천지와 향기로움 위에 연연한 빛을 뿌릴 때는
사무친 그리움에 소리내어 울고도 싶었었지요.
헌데 이제
어쩌면 좋지요?
어느덧 봄은 가고 뜨겁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으니 말입니다.
눈부신 봄의 옷자락을 실하게 붙잡은 채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그 열정이 채 익기도 전에 벌써 가을이라니요.
스잔한 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있으니 이를 어쩌지요?
가출이라도 해서 어느 낯선 곳을 헤매며
슬픔이나 아픔, 또는 고독조차도 감미롭게 느껴야 할 때가 되었나요?
"시몬" 이 숲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면 어떻하지요?
달의 표정처럼 하얗게 수척해진 채 가슴 앓이만 해야 하나요?
아니잖아요,
애잔한 듯 슬픔인 듯 머나 먼 그리움인 듯 물들어 가는 저 가을의 빛깔과 동참해야지요.
가을이 주는 저 깊고 뜨거운 정조(情調)와 함께 해야지요.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의 그림자라도 불러다가 가을 빛깔로 물들어 가자 졸라봐야지요.
기다림도 그리움도 이제는 허기져서 더는 어찌할 수 없다고 호소라도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니되면,
너 죽고 나 죽자... 이렇게 협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도 북극의 빙하시대에 묻혀있는 느낌
정말인가요?
억울한 일이지만 청춘은 갔고 열정도 식었으니
그냥 저냥 화엄의 목숨 밭에 서서
허덕이는 숨결만 그려그려 껴안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니냐고 탄핵이라도 할까요?
오~ 맙소사...
그렇군요.
우리 모두가 그러는 줄 알면서 사는군요...
결국 우리는 결코 현실적이지 않는... 꿈이고야 마는
그 어떤 파토스(pathos)적인 감정이나 감성에
편재(遍在)되는 사치를 맘컷 누리며 살았던 셈이군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허참,
내일도 그래야겠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자꾸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잡히지 않는 그리움만 안은 채 홀로 터벅터벅 가을 길을 걸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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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인 듯 호소인 듯 신음인 듯 강열하게 어필되는 음률과 가사,
한 때 미국의 흑인들에게 폭풍처럼 휘몰아쳤다는 음악...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퇴페곡이라 해서 금지곡이도 했던..
우리 함께여서 젊은 날을 회억하며 잊혀져 가는 음악이나 들어볼까요.
House of the Rising Sun (해 뜨는 집) - 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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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아주 잘 아시는군요.
우리가 찾아 가야할 해뜨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에덴의 동쪽에 있을까요?
학생 때.. 목이 터져라 불렀던 저 음악....
어머니가 재단사가 아니었어도.. 내 청바지를 기워주지 않았어도..
아버지가 도막꾼이었다는 것은 사실.. 그러나 전혀 가난하지 않아 유학까지 할 수 있었지만
허지만,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저 노래를 그리도 불렀는지.. 지금도 부르면 목이 메이는지....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요. 꾸벅.....
너 죽고 나 죽자...
그런 불꽃을 가지고 계시다니 부럽군요
아련한 저 기억 너머 몇 십년 전 교복 입고 등.하교 하던 추억에
그 기억에 콧등이 시려오지만
그렇다고 누가 나더러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해도
난 싫다고 하겠어요
그냥 갈등도 번뇌의 불꽃도 사그러져가는 지금이 살기 편하니까요 .
옛날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은 처음 대합니다.
어렸을 때 너무도 아픈.. 그래서 혹시 그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니온지요.
정념도 열정도 꿈도 야망도 지금은 다 사라지고...
그저 그렇게 무심하게 늙어지는 하루.. 하루들....
어찌보면 존재의 의미는커녕... 삶의 의미조차 희해져가는데
어찌하여 님은 지금이 .. 차라리 편하다고 하시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그래요,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도 부질없었다는 회한이나 자괴감도 있겠지요.
그래도...
아직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죽을 때 까지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아시겠지요?
부디.. 힘내시기를.....
@강하수 아직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하는걸까요?
그냥 구름에 달 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흘러가야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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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스러운 글이라도 올리면...
칭찬이라도 해 주시는 분.... 정말 감사하지요.
단 한 분이라도 댓글을 주시는 분이 있다면 커더란 위안이 되지요.
한 줄의 글이라도 글을 쓰시려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완성하기까지의 그 고뇌와 아픔을....
그래서 저는 글을 써서 올리시는 분들에게 늘상 감사드린답니다.
물론 댓글이라도 주시는 분들에게도....
고맙습니다. 감사드리는 것 잊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