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임대인 정보 ‘등기부 기재’ 불가 결론
등기법·대법원 규칙개정 국감 요구
HUG 검토결과 법률상 부적합 결론
과잉금지 위배·평등권 침해소지 커
오는 9월부터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미반환한 악성임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안심전세 앱·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는 가능하지만 등기부등본에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관련 기관인 HUG는 내부적으로 등기부를 통해 악성임대인 정보를 공개하는 건 현행 법령체계에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29일 HUG에 따르면 공사는 국회의 요청이 있던 악성임대인 정보를 등기부에 표기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법률상 시행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HUG에 대해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등기법 또는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 악성임대인 정보를 등기부 소유자 기재사항에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심전세 앱 또는 HUG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확인은 별도의 채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등기부에 표기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달 HUG가 부동산등기법 개정안 법률 검토 과정을 거친 결과, 악성임대인 정보를 등기부에 공개하는 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미 지난 2월 말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안심전세 앱, HUG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악성임대인 정보가 공개될 예정인데 등기부에도 표기하는 건 사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총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갚지 않고,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를 거쳐 안심전세 앱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등기부 표기는 평등권 침해에 따른 위헌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악성임대인 명단을 관리하는 HUG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임대인 중 보증보험에 가입했고, 보증채무가 등록된 경우로 제한된다. HUG 보증이력이 없으면 전세금을 미반환한 임대인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HUG 보증이력이 있는 악성임대인만 등기에 표기한다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르게 취급하게 돼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HUG는 악성임대인 정보 등기부 표기는 부동산등기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부동산등기의 목적은 부동산 거래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일 뿐 징벌적 목적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HUG 관계자는 “전세사기로 인해 최근 임차인들이 계약 전 등기를 한 번씩은 떼보는 경향이 있어 등기부 표기가 악성임대인 정보 확인이 더 용이하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인들의 모든 등기를 파악해 정보를 표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안심전세 앱,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개로도 충분히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연립·다세대주택 및 소형아파트 시세 및 신축주택 준공 전 시세정보 등을제공하는 안심전세 앱 1.0을 출시한 HUG는 지난달 말 시세정보 제공 범위를 기존 수도권에서 광역시로 확대하고, 임대인 정보 조회 기능을 강화한 안심전세 앱 2.0 버전을 공개했다. 안심전세 앱 2.0 버전에는 악성임대인 명단 공개 기능도 추가됐는데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9월 이후부터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관계기관의 악성임대인 정보 공개 계획과 별도로 개인이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만든 임대인 신상공개 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 ‘나쁜 집주인’이라는 명칭의 홈페이지는 악성임대인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토한 뒤 해당 임대인에게 신상공개를 통보하고 그로부터 2주 뒤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게시하는 식이다. 다만 이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신상공개 사이트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 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