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맹문재 시인을 초청한 문학강연회를 마치고
<이리 오너라>에서 뒤풀이를 가졌습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의 일부를 떠올릴 이름의 음식점입니다.
주인공 이몽룡은 춘향에게 사랑이라면서 계속 명령조입니다.
‘이리 오너라’, ‘저리 가거라’라고 하지요.
지금 시각으로 보면 권위적이고 격식적인 말투로 비칩니다.
어미 ‘-너라’와 ‘-거라’가 더욱 그렇게 느껴지게 하거든요.
이전 시기 ‘오다’와 ‘가다’에는
‘사랑가’에서처럼 명령형으로 ‘-너라’와 ‘-거라’가 붙어 쓰였습니다.
다른 말들처럼 ‘-아라’가 붙지 않았지요.
규칙에서 벗어나 특이하게 ‘-너라’와 ‘-거라’가 붙은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권위와 압도의 어감까지 가졌을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오다’의 명령형은 ‘오너라’가 차지했습니다.
규범이란 갑옷을 입혀 ‘오거라’, ‘와라’를 멀리하게 했지요.
그러나 일상에서는 ‘오너라’와 거리를 뒀고, ‘와라’를 선호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오너라’, ‘오거라’, ‘와라’ 모두 규범의 틀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오다’에 ‘-거라’를 붙여도, ‘-아라’를 붙여 ‘와라’라고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한때 ‘가다’에만 붙여야 인정을 받았던 ‘-거라’는
‘오다’는 물론 다른 동사들에 붙여도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보거라’, ‘웃거라’, ‘쉬거라’라고 해도 규범을 벗어난 형태가 아니란 말입니다.
휴일에 다음 광고를 한번 보십시다. 가족과 함께 지내자는 뜻에서...
현재 나이 (53세)/ 평균 수명 : 85세
남은 시간 : 32년?/ 일하는 시간 : 10년
자는 시간 : 9년11개월/ TV 및 스마트 폰 보는 시간 : 4년 2개월
그 외 혼자 보내는 시간 : 7년 2개월/ 가족과 함께 할 : 9개월
당신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 할' 시간 9개월
"여보. 나 오늘도 늦어!"
"엄마.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못 내려가요!"
"안 돼, 나 주말에 친구 만나기로 했어."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하는 시간을 미루며 말하곤 합니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하지만. 다음으로 미루기엔.....
가족과 대화는 자주 하시나요? 전화는 자주 하시나요?
바쁘다는 핑계로 그 시간을 흘려보내고 계시지는 않나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한 보험회사가 만든 광고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미루지도 버리지도 말아야겠습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고 문자 한번 넣어보자구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