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 걸음을 떼고 몇 개월 뒤엔 뒤꿈치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잘 걷고 잘 뛰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사의 모든 화근이 아닐까 선수는 생각했다 선수는 걷고 달리는 일 너머의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결승선 너머에 아무것도 없듯이
뛴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면에 붙어있는 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더 많다
스타트와 라스트스퍼트를 훈련한다
팔다리를 효율적으로 가동한다
최대한의 속도를 익힌다
선수는 기록을 세운다
기록을 깨고 또다시 기록을 세운다
달리기 위해 달린다
그러다 선수는
누군가 손뼉을 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풍선이 터지거나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리에도 무조건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결승선을 통과하고서도 멈추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다
- 시집〈오늘 사회 발코니〉문학과지성사 -
Czech Dances for Piano - Series 2 -The Lancer · Bedřich Smetana · Ivan Morav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