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W 레스토랑' 갤러리 내부 초입에서 다스베이더 군단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든 사람이 피규어를 당당하게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24살 청년은 어릴 때부터 장난감이 좋았다. 게다가 제대 후 떠난 해외 여행 도중에 만난 피규어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오래 전부터 디자이너를 꿈꿔왔고 차근히 그 길을 밟아 성공도 이루었지만, 그의 마음 한 켠에는 다른 소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만의 피규어 갤러리를 만드는 것.
놀랍게도 그 꿈은 이루어졌다. 그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 주변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에 자신만의 갤러리를 마련했다. 경북 경산시 대평동에 자리한 ‘CW 레스토랑’이 바로 그곳. 조웅 대표는 이 장소의 명칭을 시네마 월드(Cinema World)와 자신의 이름의 약자를 따서 지었다.
▲ 대구 도심지에서도 지하철이 닿는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CW 레스토랑'
▲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들어가면 좌측이 레스토랑, 우측이 카페 공간
▲ 1층은 평범한 레스토랑, 하지만 위에 장식된 흉상들이 심상치 않다
▲ 심지어 레스토랑 중앙에 '닥터 둠'이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의 1층에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2층이 바로 그가 염원하던 공간인 피규어 갤러리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에게 동심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층을 모두 할애한 갤러리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한 전시품들이 가득했다.
▲ 카페로 향하는 복도에도 다양한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 2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전시된, 조웅 대표가 2년을 찾아 해맸다는 바로 그 영사기
▲ 갤러리 본관으로 들어가는 2층 복도 벽면에 다양한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다
▲ 높은 퀄리티로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반지의 제왕' 우르크하이 피규어
▲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선장도 특유의 표정이 잘 표현됐다
▲ 영화 뿐만이 아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류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
▲ 조 대표가 사랑하는 섹션, '스타워즈'
실제 사이즈로 제작된 무기들은 상단에 전시하고 축소판은 아이들을 위해 하단에 전시한 센스
▲ 한정판으로 고유 넘버를 매겨 출시되는 광선검
다스베이더가 사용했던 광선검과 동일한 사이즈다
조 대표는 ‘CW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13년 동안 만 점에 달하는 피규어와 영화 소품을 모았다. 현지와 해외 경매 사이트 등 고퀄리티 피규어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종횡무진 직접 발품을 팔면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부터 사람보다 큰 피규어까지 차곡차곡 전시품을 쌓았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 고퀄리티 전시품들은 해외에서 경매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불사한다고. 심지어 그는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를 찾기 위해 2년 넘게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치열한 수집 활동 덕분에 더 이상 집 안에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피규어는 많아졌지만, 갤러리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 '스타워즈'의 군단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조 대표는 같은 트루퍼스도 여러 자세로 장식했다
▲ 운 좋게도 저렴하게 낙찰되었다던 '로보캅' 피규어
▲ '갓 오브 워' 시리즈의 크레토스도 전시되어 있었다
조 대표는 게임 관련 피규어들은 고퀄리티로 출시된 것이 한정되어 있어 섹션이 협소하다고 아쉬워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의 오크라이더
▲ '디아블로 3'의 바바리안
그는 소위 잘 나가던 그래픽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갤러리 오픈 준비에 착수했다. 평생의 꿈이었던 만큼 허투루 할 수 없었기에 고깃집에서 숯불 다루는 일과 서빙, 주방에서 고기를 써는 일까지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레스토랑과 피규어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장소를 마련하려 서울을 떠나 대구까지 삶의 터를 옮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수집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그 활동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조 대표가 갤러리를 준비하면서 개인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을 때도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댓글이 많이 달렸고, 그가 하는 일을 전적으로 믿어 주던 아버지까지 만류할 정도였다니 말 다했다. 조 대표는 심지어 갤러리 공사를 시작했을 당시 콘크리트 외벽이 노출된 디자인을 보고 지역 주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던 적도 있었다며 담담히 말을 꺼냈다. 다소 음지에 있었던 문화로 여겨지던 피규어 전시였기에 갤러리를 개방했을 때도 적잖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준비할 때부터 유지만 된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그 조차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 레고 팬들이 모여 임의로 제작한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
피규어를 주로 모으는 조 대표지만 특별히 제작자에게 부탁해 전시했다고
▲ 조 대표가 직접 돌을 줍고 해골 조각도 마련해 전시대까지 만든 '터미네이터' 디오라마
다가가면 눈에 불이 들어오는 위 피규어는 크기가 매우 커서, 조 대표도 파트별로 따로 가져왔다고
▲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재현한 트루퍼스 장식대
▲ 'E.T.'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려 당시 직접 사용한 자전거 모델까지 구한 조 대표
▲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해 전시된 디즈니 '환타지아' 피규어
특별히 도자기 재질로 제작된 고퀄리티 전시품으로, 빛깔이 남다르다
▲ 조 대표가 실제로 프로포즈에 사용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 '백 투더 퓨처'의 자동차, 드로리안
▲ '반지의 제왕'의 실제 반지 크기 피규어
조 대표는 먼 길을 달려온 메카 기자를 위해 비밀 창고에서 이 작품을 꺼내 주었다
5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조 대표의 컬렉션은 걱정이 무색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공중파 뉴스 인터뷰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갤러리가 소개됐으며, 우연히 기회가 닿아 미국에 개최됐던 ‘스타워즈’ 30주년 행사장에 자신의 갤러리 사진을 전시했던 일도 있다. 조 대표는 그래서 그런지 국내 웹 포털보다 구글에 자신의 정보가 더 많이 나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최근 ‘아이언맨’의 높은 인기를 위시, 1층 카페 공간에 ‘아이언맨’ 관련 피규어를 특별히 전시해 두었다. 조 대표는 다양한 히어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하며 음지에 있던 컬렉터 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그를 부르는 ‘성공한 오타쿠’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오타쿠’ 문화를 긍정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카페 공간 한켠에 마련된 '아이언맨' 특별 전시
▲ 수트 장착 장면도 고퀄리티로 재현됐다
▲ 전문 작가에게 부탁해 제작한 '아이언맨' 영화의 한 장면
▲ 'CW 레스토랑' 조웅 대표
“제가 ‘스타워즈’를 보고 디자이너를 꿈꿨던 것처럼, 이 피규어들이 갤러리에 방문하는 아이에게도 어떤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CW 레스토랑’ 은 아직도 많은 변화를 거치고 있다. 소장품 중 아직 전시되지 않은 것들도 많으며,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콜렉션에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영화와 만화에 비해 종류가 적은 게임 관련 피규어들도 규모를 확장하고 싶다며,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낸 일에 대해 살짝 귀띔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