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레길 2코스를 먼저 잠간 걷고, 오늘은 1코스로 이동한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는 남원시 주천면에서 운봉(14.7km)까지 걷는다.
왜 지리산 둘레길 1코스가 주천(朱川)일까?
엇! 내 성씨의 주(朱)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천면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주촌면의 '주'자와 원천면의 '천'자를 따서 주천면이 되었단다.
주천은 주자가례에 따라 예의범절이 뛰어난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는데...
뭐 그래서 주천이 1코스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조상들의 멋진 역할로 뿌듯함과 함께 기분 좋게 나간다.ㅎㅎㅎ
주천은 지리산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남원시와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지정된 것같다.
그래서 2008년 시범 운영할 때 제일 먼저 둘레길이 만들어진 곳이다.
지리산 둘레길의 특이한 점은 해파랑길이나 한라산 둘레길 같은 곳은 방향 표시가 리본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주황색의 커다란 말뚝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빨간 화살표는 시계방향, 검정 화살표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시작점이니 인증샷은 하고 출발!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인다.
조금 있다가 운봉 해발 500m를 오르는 이후의 표정과 비교하면 아직은...ㅎㅎ
시작하자 마자 개울을 건너고 다리를 지난다.
다리 위의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야 하는 듯...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시골에 살면 새벽같이 일어나 논 밭으로 일하러 나가고 했다는데
요즘엔 9시가 넘어야 식당도 문을 열고 일하러 나가는 사람도 보인다.
편해진걸까? 게을러진걸까?
전부 기계농으로 전환했기에 그런 듯하다.
아침 이슬에 하얀 서리가 내린 듯한 나팔꽃과 마늘의 모습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산길에 들어선다.
숲의 향긋함을 느낄새도 없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그 와중에도 홍 회장은 바쁘다.ㅎ
다른 사람은 네발로 오르는데 난 두발로 오르니 힘이 두배가 든다.
누군가 자기들은 네발이 힘들지만 나는 두발만 힘드니 괜찮다는데... 맞나?ㅎㅎ
두 소나무가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면 저리 칭칭 감았을까?
만수산 드렁칡만 얽히는 게 아닌 듯 싶다.
지금의 정치도 저렇게 상생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힘든 오르막 코스를 지나 평평한 숲길을 걷는다.
시원하게 펼쳐진 운봉을 바라보며 잠간의 휴식을 취한다.
이 때부터 나의 둘레길 갈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저 틈에 끼지 못하고 항상 이렇게 떨어져서 사진을 담아야하고 쉴 때 쉬지 못하면서
나는 왜 이 길을 걷지? 하는 의문이 스멀 스멀 올라온다.ㅎㅎ
둘레길 걷는 내내 나를 괴롭혀왔던 생각의 시작이.....
멋드러진 느티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한다.
우렁이 추어탕? 허름한 간이 식당이었지만 맛있었다.
나무의 풍경이 멋있어서 나도 찍어보고 싶었는데....ㅎㅎ
나는 항상 저 틈에 낑가지 못하고 쓸데없이 바쁘다.ㅎㅎ
멀리 보이는 산이 운봉의 뒷산 바래봉이다.
봄에 철쭉이 아름답다고 한다.
논두렁길을 따라 걷는 정취가 아름답다.
김 회장 혼자 앞질러 가는데 뭐 삐질 일이 있었나?ㅎㅎ
해발 500m의 운봉 마을이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다.
제 1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고 하는 '서어나무 숲'이다.
200년 전에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200여그루를 심어 놨단다.
아마도 사방으로 터져있는 마을이라 바람막이라도 할 수 있는 이런 숲이 필요했으리라.
선인들의 혜안이 참 부럽다.
멀리 하천을 따라 심어 놓은 벚나무가 봄에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줄 듯하다.
이 제방 길의 끝에 1코스의 종점이 있다.
어제보다 조금 힘들었던 오늘 둘레길을 여기서 마친다.
운봉에서 2박을 하고 내일은 3코스에 도전하여 금계까지 이동, 숙박을 한다.
점점 지리산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신입 황 박사가 우려했던 염려를 불식시키고 누구보다 잘 걷는다.
국선도가 좋은가 보다.ㅎㅎ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써 나간다.
그게 나의 수준이고 한계인 듯...ㅎ
To Be Continued....
첫댓글 마냥 부럽다.
체력도 좋은 친구도 함께 할수 있으니 부럽다.
지리산 능선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둘레길을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있다.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 낑가서 한 번 돌아 봐요.ㅎㅎㅎ
급경사에, 전반적인 컨디션이 썩 좋지않아서 힘들었던 1코스 였는데 우리 주작가님의 글을 읽어보면 전혀 힘듦을 찾아볼수 없으니.....이러한 모습도 관록이라고 할수있는건가???
아무 생각없이 사진만 찍는줄 알았는데 여러가지 번민이 있었군요. 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힘들었시유!
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네요.ㅎ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떠오르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주작 홧팅! 네 나그네 홧팅!
주작? 뭘 지어냈다는 말?ㅎ
오랫만에 박목월 시를 들어 보네.ㅎ
언제나 수고가 많아요. 남들은 그냥 걷는데 혼자서 무거운 카메라를 나홀로 지고... 그리고 마지막 기행문까지.
덕분에 여러 사람이 즐거우니 복받으실껴!!!!
오지랍이지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