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회(3장).hwp
3장
(1) 원문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敢爲也. 爲無爲則無不治.
불상현, 사민부쟁,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불현가욕, 사민심불란. 시이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상사민무지무욕, 사부지자불감위야. 위무위즉무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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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尙) : 오히려. 바라다. 높이다. 숭상하다.
현(賢) : 어질다. 어진 사람. 현명하다. 현명한 사람. 재지가 있고 덕행이 뛰어난 사 람.
사(使) : 하여금. 시키다. 좇다.
쟁(爭) : 다투다. 다툼. 싸움. 따져 말하다.
귀(貴) : 귀하다. 귀하게 여기다. 귀하게 되다.
난(難) : 어렵다. 재앙. 근심.
득(得) : 얻다. 이득. 이익.
화(貨) : 재화. 물품. 뇌물을 주다.
도(盜) : 훔치다. 도적질. 밀통하다.
현(見) : 보다. 보이다. 보여주다. 생각해보다. 변별하다. 나타내다.
란(亂) : 어지럽다. 반역. 심란
치(治) : 다스리다. 다스려지다. 관리하다. 평정하다.
허(虛) : 비다. 없다. 욕심이 없다.
실(實) : 열매. 차다. 익다.
복(腹) : 배. 창자. 마음. 두텁다. 가운데.
지(志) : 뜻. 뜻하다. 뜻을 두다. 의향. 사심(私心).
골(骨) : 뼈. 됨됨이. 굳다, 강직하다.
즉(則) : 곧. 법.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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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투지 않고, 구하기 힘든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욕심낼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심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의 통치방법은 (백성들을 심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백성들의 마음을 비게 하고 배를 부르게 하며,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여 항상 백성을 무지 무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백성들 중에 현명한 자가 있어 그 지혜로 인위적인 일을 하려고 하면 감히 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리지 못할 바가 없다.
(3) 해설
3장은 다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위(無爲)의 도(道)를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대한 원리(原理)가 적혀 있다. 이 원리를 정치가가 활용하면 정치이론이 되고, 행정가가 활용하면 행정이론이 되고, 경영인이 활용하면 경영이론이 되고, 교육자가 활용하면 교육이론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개별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활용의 폭을 확대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관리(스스로를 다스림)의 이론으로도 활용가능하다. 개인이나 공동체 등 여러 통치 대상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必要)하다. 원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2장에서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의 개념에 대한 선납득(先納得)이 있어야 한다.
2장에서는 미(美)의 반대를 추(醜)로 보지 않고, 선(善)의 반대를 악(惡)으로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무위(無爲)의 반대를 유위(有爲)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無)의 반대를 유(有)로 보았을 때 유무상생(有無相生)의 의미가 나타나지 않는 이분법(二分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분법은 논리적으로 모순관계(矛盾對當關係)라 하며 양립불가능성(兩立不可能性)을 갖게 된다. 양립불가능성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대비되는 두 항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성질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제1전제가 되는 원리이다. 이 원리는 사고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실재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노자는 보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현명하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고 있으며, 어느 한 항을 좋은 것으로 여기고 다른 항을 좋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그 사람들은 지식이 많은 것을 좋다고 규정한다. 그러면 반대쪽의 지식이 적은 것은 이분법에 의해 좋지 않은 것으로 규정된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은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지식을 갖게 된 만큼 대가(代價)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지식을 많이 지니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고, 좋은 학교에서도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학생들은 서열이 정해지면서 우열(優劣)이 가려지게 된다. 학교에서는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분법으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 인위적임을 아는 노자는 통치자가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투지 않는다”(不尙賢, 使民不爭)고 말한다. 즉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무위의 방식으로 통치하면 처음부터 다툴 일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재화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서 재화를 많이 지닐수록 좋다고 여기면 재화를 적게 지니면 좋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면 재화를 많이 지니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동서고금을 통해 대부분의 다툼은 그 이면에 재화에 대한 집착이 놓여 있다. 1, 2차 세계 대전도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노자는 통치자가 “구하기 힘든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적질을 하지 않는다.”(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고 말한다. 통치자 자신이 재화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도 강해서 통치자 자리까지 올랐고 그 자리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백성들의 도적질을 폭력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재화를 많이 지니게 되면 그것으로 권력, 명예, 지위 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성공한 인생으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를 지녀야만 한다는 것을 당연시여기면 재앙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노자의 해법은 처음부터 통치자가 “욕심낼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심란하지 않는다.”(不見可欲 使民心不亂) 즉 이분법으로 잘나고 못나고를 편 가르지 마라는 것이다. 그러면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달려갈 일이 없어져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심란할 일이 없어진다.
인생을 살려면 어느 정도 지식과 재화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그러면 통치자는 백성으로 하여금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가? 이것에 대해서 노자는 성인의 통치를 예로 들면서 “백성들의 마음을 비게 하고 배를 부르게 하며,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여야 한다.(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고 말한다.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지녀야 할 것을 향한 마음을 비우고, 오직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의식주를 해결하는 정도)에 만족하고 그 일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이름을 남기겠다는 뜻을 약하게 하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게 좋다.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출세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뼈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노자는 말한다.
그리고 통치자로서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백성들 중에 현명한 자가 있어 그 지혜로 인위적인 일을 하려고 하면 감히 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리지 못할 바가 없다.“(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敢爲也 爲無爲則無不治) 지식과 경험을 많이 지녔다 하더라도 이분법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가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채용하지 마라. 부국강병으로 가는 길이 인위적인 것으로 폐망의 길임을 아는 것이 무위의 일을 행하는 성인의 자세임을 노자는 강조하고 있다.
노자는 3장에서 정치가에게는 ‘진정으로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행정전문가에게는 ‘행정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경영전문가에게는 ‘누구를 위한 경영인가’에 대해, 교육학자에게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자신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떻게하는 것이 좋은지’에 말하고 있다. 인위적인 일에 매달리지 말고 무위의 일을 하라는 것이다.
(4) 문제제기
백성들로 하여금 무지 무욕하게 하는 것은 통치자가 쉽게 통치하기 위해서는 아닌가?
2. 유무상생(有無相生)은 이분법(二分法)적 사고에서는 왜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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