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녘에 모두 출근하고 지연엄마와 둘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서 좋았다. 롯데백화점에 가서 점심으로 5,000원짜리 비빔밥을 먹고 구경하다가 메이커가 있는 50% 세일하는 작년부터 사려고 했던 검은 슈츠(바지와 웃옷) 하나와 예쁜 부라우스를 하나 사다.
나는 너무 사치한 여인이 아닌가? 옷을 살 때면 언제나 마음이 두근거리고 죄의식을 느끼고 다시는 안 사겠다고 결심한다. 평생 입을 옷이 집에 쌓여 있는데 … . 3 만원어치 물건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주어서 피터, 미혜, 요엘의 내복을 사다.
5시에 지연엄마와 헤어지고 서울대 앞, 신희 학원에서 목사님과 만나 셋이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 시장 안에 있는 아들과 둘이 살고 계시는 김평임 권사님 언니 댁을 찾아가서 권사님과 자매님들과 시아주버님과 모두 만나다.
시아주버님이 40년 동안 헤어졌던 자매님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오늘 네 자매님들이 다 모여 유명한 할머니 보쌈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돼지고기를 상추와 배추에 싸서 맛있게 먹고 나중에는 쟁반국수를 먹었다.
권사님은 관광여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목포로 부산으로 가족들 집에 여행을 다니며 즐겁고 바쁜 꿈같은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신다. 은행에서 빌린 많은 돈을 다 쓰시고 앞으로는 가난하게 사셔야 할 것이지만 언제 다시 또 이런 여행을 하실 수가 있을 것인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꼭 만나고 싶었던 언니와 동생을 만나는 꿈같은 소원을 이루셨다.
늦은 밤에 녹번동 집으로 돌아와 짐들을 내려놓고 옷을 간단하게 갈아입고 시아주버님 차를 타고 연신내 불가마 찜질방에 가다. 오늘 이곳에서 목욕도 하고 하룻밤 잘 생각이다.
샴푸, 린스. 오이 맛사지를 사고 이태리타올을 하나 외상으로 샀는데 3천원이라고 잘못 듣고 목사님에게 3천원을 받아 갖다 주었더니 4천원이라고 1천원을 더 내라고 한다.
목욕을 하고 맛사지 침대에서 시원하게 맛사지도 받고 좋았는데 잠을 자려고 하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목사님에게 내일 아침 8시에 만나자고 이야기하고 여자들만 자는 목욕탕 이층 방에 가서 자려고 누었는데 물소리, 이야기 소리, 맛사지하며 때리는 소리 등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다시 찜질방으로 가니 사방에 시체들같이 남녀들이 꽊 차게 누워 있는데 내 한 몸 누울 수 있는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목사님은 맛사지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었고 나도 그 옆 빈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는데 옆의 남자가 몸을 내 침대 쪽으로 비트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놀라 일어나다.
한 찜질방에서는 어떤 남자가 악을 쓰고 “개 같은 년"이라고 욕을 해대고 있었고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데리고 나갔다. 밤이 늦어 다 자고 있었는데 그 모양들이 보기가 흉했다. 어쩌면 찜질방이 이렇게 만원인지 참으로 놀라웠다.
예전에 예 박사님 내외분과 처음으로 가 보았던 곳은 고급 주택가에 새로 생긴 곳으로 무척 컸고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가 않고 좋았었다. 이곳은 시내에서 가까운 곳이라서인지 사람들로 차고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