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도 4일이 지났습니다. 작년은 사회적으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해였습니다. 마리나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등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초부터 다시 세우려는 노력은 부족하였고 정치가는 당리당략을 앞세우고 국민들은 쉽게 잊어버려 그들이 농단할 근거를 만들어 주어버렸습니다.
교수들이 새해 바람을 담은 사자성어로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의 '정본청원'(正本淸源)을 꼽았습니다. 정본청원은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비롯됐답니다. 추천 이유에 대해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자원외교, 비선조직의 국정 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 "2014년에 있었던 참사와 부정부패 등은 원칙과 법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며 "새해에는 기본을 세우고 원칙에 충실한 국가, 사회를 희망한다"는 등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본청원 다음의 새해 사자성어로는 어지러운 상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라를 건설하다는 뜻의 '회천재조'(回天再造),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의 '사필귀정'(事必歸正), 곧은 사람을 기용하면 굽은 사람을 곧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거직조왕'(擧直錯枉)이 꼽혔답니다. 이런 바람대로 올해는 제발 근본이 바로 서는 나라로 거듭났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한편, 12월에는 한해를 되돌아보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고 발표했었지요.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요.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입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 군주인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고 거짓말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호해는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오'라며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고 합니다. 지록위마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한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새해를 여는 희망의 사자성어는 전미개오(轉迷開悟)로 선정되었지요.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지요. 하지만 모두에 말씀드렸듯, 연말에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였습니다. 바람과 결과는 정반대에 가까웠지요. 참 개탄스러운 현실입니다.
14년 초, 올해의 사자성어 발표 내용을 보면서 그간의 소회와 2001년부터 매년 발표되었던 올해의 사자성어, 희망의 사자성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올 연말에는 부디 올해의 사자성어에도 긍정의 메시지가 담겼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지난날들을 돌아봅니다. 시성 타고르의 시, ‘기도’처럼 근본을 돌아보고 노력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안 될 일은 없겠지요.
http://blog.naver.com/bornfreelee/50186319099
14년의 마지막 날, 차사를 지내려 수원 형님 댁네 올라갔다가 어미니, 형님과 광교호수공원 산책을 하며 1년의 묵은 때를 날려버렸습니다. 아쉽게 양경은 못 담았지만 갈대, 억새가 노을에 불타는 장면이 좋아 모셔왔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229148529
기도(모셔온 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인생이라는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타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