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름산~향로산 산행기
지금도 꽁꽁 얼어붙은 얼음아래 깊은 곳에서는 얼음위 상황과는 별개로 먹이를
찾아 물고기들은 얕은 수심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바쁜 유영을 할 것이다.추운
겨울을 맞아 날아온 겨울 철새들도 호수 같이 맑은 수면위를 우아한 몸짓으로
점잖을 가장하지만, 사실은 꽤 바쁜 발놀림과 예리한 촉감과 시력으로 먹이사냥에
몰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주말 산꾼들도 그들 무리와 큰 다름이 없어 보인다.그들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피를
이용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삶의 연속성을 위한 구동력의 핵심은 혈액의 적정온도
유지다.외부온도 여하에 따라 행동의 다소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현상이겠지만
이성의 주체인 인간에게는 유불리 판단에 대한 이기심에서는 뭇 생물체를 뛰어넘는
행위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그러나 인간에게는 감성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우월한 요소지만 다양성이 내재되어있어 복잡성을 수반하므로 이성과 감성의
역학관계와 연결 그리고 융합과정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는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흔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하는 수식어가 수천년 인류
역사를 따라 끊이지 않고 인식되고 있는 이유이다.
외부온도 여하에 따라 행동반경은 으레 줄어들게 마련이다.나이 탓이려니 한다.
갑오년의 새해도 열흘남짓 지났다.수원시외버스 공영터미날,09시 수원발 춘천행
(요금 9600원)에 나를 포함한 다섯명이
모였다.집합장소에서 비교적 먼 곳에 거주
하는 사람이 으레 제일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법이다.오늘이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내명이 첫째고 내가 두 번째를
기록하고 민교장님이 세번째이니 청아대장은 역시 맡아
논 꼴찌다.
집합장소에서 가장 먼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제일먼저 도착하니 거리에 반비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거리가 가까우면 가늠수치가 정확하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고 부피가 크면 비례해서 오차의 범위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늘어남으로
오차를 감안하고 불가칙성을 우려한 여유의 시간을 할당 할 필요가 발생한다.
거리가 가깝고 크기가 작으면 계산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정확하기까지 하다.
정확성에 의지한 느긋한 청아형과 조관장님,부정확성의 우려에 부지런을 추가한
먼 곳의 산우에게는 정신적 시간적 비용적으로 피해를 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오늘은 춘천시에 위치한 드름산과 향로산의 연계산행이다.수시로 이따금 부지불식간에
갑짜기 떠나는 산행이라서, 주말산꾼들에게는 흔히 백과사전에도 없는 번개산행이라고
칭하는 산행이다. 이번 번개산행지의 강력추천자는 내명이다.그는 남양에 거주하는 맹렬
산꾼이다. 춘천 시외버스 터미날 도착 삼십여 분전 부터 눈발이 어지럽게 차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안개가 낀 탓으로 찌푸린 날씨겠지 여겨졌던 예상이 여지없이 무너진다.오뉴월 우중산행도
마다하지 않았었는데 한 겨울 동절기의 눈 산행이야 그보다는 낫지 않겠어?
우중산행이야 처량스럽고 거추장스럽고 알바하기 맞춤의 산행이라면 한 겨울의 눈산행은
낭만이 가득한 우아한 산행이라고 자위를 해본다.
그러나 춘천터미날에 도착하니 내리던 눈발은 이미 멈춰 버렸고 날씨만 우중충하고
다만 심술궂은 모습만 조금 보일 뿐이다.눈을 뿌려 행패(?)를 부릴 불량배 모습은 아니다.
번개산행의 이동수단에는 종종 택시가 이용이 된다.오늘도 택시에 의존하게(6000원)
되었다.터미날을 벗어나 의암호를 향하면 댐관리소 못 미쳐 좌측의 작은 공터가
보이고 작은 협곡에 숲으로 드는 산길이 보인다. 작은 공터에는 이미 도착한
산꾼들의 차량으로 가득하다.협소한 공터지만 임시 주차장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산길 입구 옆으로는 드름산 산행안내도가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다.
냉기를 머금은 협곡의 공기가 설탕없는 아이스 크림같다. 의암호 건너 우뚝 솟은
삼악산의 울퉁불퉁한 근골의 산줄기가 우람하고 화려하고 힘이 넘친다.
마른 나무아래 흰 눈이 큰 골 작은 골 하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세세하게
내려 앉아있다.빼어난 근골을 자랑하는 삼악의 화려함을 등에 지고 협곡을 들어선다.
크고작은 돌들이 이리저리 깔려있는 산길의 오르막,찹쌀떡을 으깨어 눌러붙여 놓은 듯
발디디는 곳마다 얼음 덮힌 산길이 이어진다.으깨놓은 찹쌀떡처럼 늘어붙은 얼음위를
가랑잎이 슬쩍 위장을 돕고있고 다갈색의 흙부스러기를 살짝 흩뿌려 멀쩡하게 시치미를 떼고
넋빠진 산꾼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자빠지기 전에 아이젠 착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금 더 진행을 해보자는 이성적인 판단이 앞을 막아선다.
사실은 번거러움을 거북스럽게 여기는 게으름이 감추어진 것을 위장한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마누라의 부지런한 기도 덕분인가?, 십여 분 바닥만 주의깊게 바라보고
조심이동을 한 조심 탓인가?
좌우지간 안전사고 없이 비포장(?)산길에 안착을 하게 된다.
가파른 가풀막이 산꾼들의 무릅을 파고든다.산길을 따라 기다란 로프가 매여있다.
초보산꾼이나 약골이라도 쉽게 나설 수 있게 설치한 산행보조수단이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참나무 일색이던 주변이 소나무능선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삼악산의 울툭불툭한 능선의 화려함은 그대로 변화가 없는데
의암호의 전모가 주변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한다.능선길도 암릉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사이사이 노송들을 끌어들여 변화를 추구한다.삼악산의 아름다운 풍모에
의암호의 의젓하고 장엄한 자태가 진경산수화를 그려낸다.산(山)과 물(河)이 결합하고
융합하여 빚어낸 긍극의 예술품인 것이다.카메라의 앵글은 어느 곳을 타겟으로 삼을지
잠시 혼란을 일으킨다.경외로움을 담은 언사와 헌사에 답 할 진경산수화를 앵글에
담아야 하는데,능력은 그만 못하고 애면글면 한다.잠시 넋을 놓고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앵글에 담아내는 능력이 부족하면 시야에 가득 담아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마침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다.자세도 불안하지 않고 원근을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조망의 열락을 맘껏 시야에 차곡차곡 담아두는데 열중한다.따끈따끈하고 구수하며 쌉쌀하면서
달콤한 커피를 빌어 목을 적셔가며 더없는 열락의 감흥에 머무르기를 고집한다.
까만 태양광 판넬을 뒤짚어 쓴 붕어섬이 이색적이다.태양광 판넬을 뒤짚어 쓰지
않았다면 주변 모습은 또 다른 뉘앙스를 나타냈을 것이다.아쉽지만 문명의 발달과
진보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일이 아닐까?
기념촬영을 마치고 아쉬운 맘 뒤로하고 정상 멧덩이로 향한다.
커다란 노송들로 상록의 봉우리를 유지하고 있는 드름산 정상,검고 작은 빗돌이
해발 357.4m의 드름의 높이를 알린다.의암호와 주변경관의 조망은 여전하다.
안부 사거리 옆으로 쉼터정자가 산객을 기다린다.약간의 샛바람이 선들거리긴 해도
오찬을 하기에는 그중 적당하지 싶다.
잠시잠깐의 오찬이고 풍찬노숙과 다름없는 한 뎃거리라 쓸쓸맞고 썰렁한 식탁풍경이
아닐 수 없다.느긋하고 흐뭇한 시간을 누릴 계제가 아니다.서둘러 주변을 정리하고
배낭을 갈무리 한 후 이정표가 손짓하는 대우 아파트 방면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산자락을 거의 내려서면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된 쉼터를 지나게 되고,
이어서 울창한 잣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산길은 비록 넓은 임도로 변했지만
길바닥은 허옇게 쌓여서 다져진 미끄러운 눈길이 기다린다.엉거주춤의 어색하지만
조심걸음을 치면 이내 대우아파트 단지다.
단지의 커다란 입구로-정문인지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후문이다- 직진을 하면
좀 더 빠른 행로인데, 신내초교 정문앞으로 우회한 길을 따라 향로산 들머리로 향한다.
지름길을 내다보지 못한 우둔함의 결과지만 따질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서는 일이 산꾼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 뿐더러
단지내를 통과하면 대개 작으마한 후문 통과가 어색하기 때문이기도 한 이유다.
그러나 나중 일이지만 뒷 쪽이 정문인줄 어찌 알았겠는가,초행길에...
오전에 택시를 이용해서 의암호 방면으로 지나가던 조금 전의 그 차도를 만난다.
의암호 방면으로 100m가량 진행을 하면 대우 아파트 단지 정문이 나오고 조금 더
이동을 하면 우측의 숲으로 드는 산길이 보인다."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산길입구를 알린다.잣나무가 듬성듬성보이기 시작하고 광산김씨 무덤을 두엇 지나면
완만한 산길 주변으로 잣나무 숲이 시나브로 깊어진다.오르막 산길은 양지바른 완만한
오르막 길이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드름산의 거뭇한 실루엣이 함께 한다.
잣향이 묻어있는 숲향의 감미로움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향로산의 정수리는 비교적 밋밋한 형태의 멧덩이로 조망은 춘천시내의 원경을
조망할 수 있고 드름산을 가까이 바라다 볼 수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드름산의 조망이
워낙 화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느낌이다.벤치 두엇이 놓여있고
밋밋한 봉우리는 잣나무와 소나무들의 그늘로 서늘하기만 하다.
배낭에 아직도 처분을 기다리는 먹거리를 털어내서 무례한(?) 입놀림을 해본다.
하산길 초입부터 다져진 눈길이 지친 무릅을 노린다.애시당초 아이젠 착용을 서두른다.
부상과 멀쩡함의 차이,질병과 건강과의 차이,그 두 사이에는 무한대의 차이점이
발생할 수가 있는 법,약간의 불편함이 예방을 위한 백신이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세 사내들은 아이젠도 없이 살금살금 별 어려움 없이 덩실덩실 양곱창을 닮은 내리막
미끄러운 산길을 아이젠 찬 나를 앞질러 사뿐 걸음 잘도 걷는다.
2차선 차도에 닿게된다.예비군 훈련장 입구를 겸하고 있다.예비군 구호가 곳곳에 세워져 있고
춘천예비군 훈련장을 알리는 빗돌이 사거리 한 모퉁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꼿꼿하다.
그리고 맞은 쪽 길 건너편에는 외로워 보이는 버스정류소가 보인다.
이곳에서 콜택시를 부른다.다섯 명?, 인원초과라 태울 수 없다고,또 다른 택시를 불러온다.
인원을 보고는 머리를 갸웃하더니 우선 타란다.이내 교통경찰들의 단속현장이 나타난다.
음주단속인가? 그렇다면 인원초과로 안전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택시기사가 눈치를 준다. 조관장님이 이 곳에서 내려서 걸어서 버스터미날로 가겠다고
솔선수범한다. 단속현장을 벗어난 우리도 곧바로 택시에서 내린다.
사내들의 감춰진 귀중한 자산이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의리다.
5 분여 잰걸음을 치면 이내 버스터미날이다.나중 일이지만 콜택시를 부른 곳에서
버스터미날까지는 걸어서 느긋하게 잡아도 10여 분이면 되었을 턱 밑의 거리다.
선견지명이니 지피지기니 모두 입안의 논쟁에 불과하다.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말이다.
사실이 이럴진데, 여의도는 작금에 국정원 축소를 민주주의를 위한 명분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이제는 대세라고 을러대며 핏대를 세운다.
지난 대선 당시 쓸데없이 정치에 관련된 인터넷 댓글사건이 빌미를 제공했다.
국가정보원의 기구축소보다는 사건에 유형무형으로 관련된 직원들에게는 밥그릇을
빼앗아 버리든지 엄중한 징역형을 안겨 일벌백계의 전형을 마련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는
마땅한 처방은 아닌지 모른다. 엇비슷한 정보기구의 신설확대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기구축소는 말이 안된다.(춘천출발 16시20분,수원도착 19시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