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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마지막구간 산행기
○ 마지막 구간 산행의 출발
일을 하다 7시 30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는 KTX 차편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다행이 10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해 차에 올라타 기다릴 수 있었다. 현지로 내려갈 차량 걱정을 않게 되자 자연스레 그동안 지나온 정맥길에 대한 상념이 일었다,
기차가 출발햇다. 가면서 이번 구간이 시내를 통과하는 곳이 많아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있을지 에 대한 긴장감과 이제 마지막 구간만 걸으면 낙동 정맥과도 이별이라는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다 걷지 않아서 덜하지만 다 마치고 나면 웬지 슬픈 느낌까지 들 것이다. 전에 백두대간을 마칠 때도 그랬다.
이제 마치고 나면 갖가지 회상만 남을 것 같았다. 걸을 길이 다 끝나가기를 절실하게 기다리면 마음, 지친 상태에서 먼 길을 남겨 주었을 때의 막막하던 느낌, 한더위에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견디며 지났던 순간들, 길을 잘못 들어 헤맸던 일,깜깜한 밤에 길이 없어 계곡으로 탈출하다 비탈에 나뒹굴어 온몸에 상처를 입고 시계도 잃어버렸던 일, 길을 잘 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 다시 걸었던 일 등 여러 가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걸었던 주변의 고을을 지나며 잠시 만났던 사람들, 길에서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생전 처음 대한 산천의 아름다운 인상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걸었던 길을 예기하면 듣는 사람들은 모두 무리한 산행을 했다고 할 것이다. 어떤 때는 한 구간을 40km 넘게 걷게 될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런 때 마치고 나면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다시피 했다. 그 같은 산행길은 모진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잘 못 들어 부분적으로 땜빵을 한 적도 두 번 있었다. 산을 오래 걷게 되면 그만큼 오래 머물러 있게 되고 그 동안 먹고 마실 물 등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 풍족하게 갖출 수는 없고 결국은 부족한 상태로 견디며 걷게 되었다.
찜질방에서 4시 10분에 나와 4시 15분 산성고개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가 정맥이 지나가는 위치를 잘 몰라 더 위쪽으로 가 내려 주었다. 다시 동문 입구로 와서 택시에서 내려 동문에서 시작하려고 그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성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금 가다 보니 아까 택시가 멈췄던 성곽이 끊긴 곳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이어나가는 길을 찾기가 부담스러웠다. 아까 그 곳에 도착했을 때 기사분이 좌측으로 보이는 산길을 가리키며 그리 가면 된다고 했었다. 그가 알려준 길로 가다 아닌 듯하여 다시 도로로 나와 성곽을 따라 올랐다. 거기서 백양산으로 가는 정맥 길을 잇기 위해 신경을 곤두 세웠다.
4시 29분 조형미가 돋보이는 소나무를 지나 나무계단을 올랐다. 기온은 낮지만 걷다보니 땀이 나 웃옷을 벗었다. 잠시 후 망바위에 오르니 부산 시내 야경이 보였다. 능선길을 가다보니 앞 쪽에 봉우리가 보였다. 그 봉우리로 가면 산성을 벗어날 수 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케이블카로 행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안부를 지나 어두운 숲길을 오르다 넝쿨이 발에 감기어 넘어졌다.
준·희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 위치를 물으며 내가 가는 길목으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길을 물으니 성곽을 벗어나는 도로에서 케이블카 쪽으로 가라고 했다. 5시 5분 제2망루에 도착했다. 성곽 트인 곳으로 나가 도로로 걸어갔다. 좌측 케이블카 우측 남문이 표시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케이블카 쪽으로 가다보니 금정 공원이 나왔다. 그리고 숲 안에 산장8호 건물이 보였다.
거기서는 산 전체가 다 길처럼 바닥이 번질거려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케이블카로 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5시 33분 망루에서 나올 때 보았던 이정표에 원위치 했다. 거기서 산길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르던 봉우리를 넘었다.
내리막 길을 내려가니 임도와 만나는 곳에 다시 좌측 케이블카 우측 남문 이정표가 보였다. 거기서 길을 건너 다시 앞 봉우리를 넘었다. 그 곳에 만덕고개 2.0km 이정표가 보였다. 계속 걷다보니 철학로, 제2망루 등이 쓰인 이정표가 보였다.
○ 동네 공원이 되어 있는 정맥
6시 3분 주변이 분간될 만큼 날이 밝아 랜턴을 껐다. 그리고 봉우리 우측으로 지나니 6시 4분 좌측에 동쪽하늘이 불그스레해지고 있었다. 잠시 후 큰 바위들이 서 있는 봉우리를 지났다. 좌측 아침이 밝은 부산 도시 보였다.
6시 12분 안부를 지났다. 그리고 다시 봉우리를 넘어 내림길을 걸어 내려가는 동안 차량소리가 들렸다. 완만하고 넓은 흙길을 걷다보니 백양산0.6km(철학로) 상계봉 3.4km 남문 1, 7km 등이 쓰인 이정표가 나왔다. 그리고 좌측으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백양산 0.3km 이정표를 지나 6시 32분 도로에 내려서다. 제 길로 나온 것 같지 않아 다시 되돌아 능선 길을 걸어 6시 39분 조금 위쪽 도로로 내려섰다. 그 도로 건너 앞 봉우리에 오르는 오름길은 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6시 47분 쇠미산산어귀 전망대(360m)에 도착했다. 그 곳에 다시 백양산 4.7km 이정표가 보였다. 아까 지나온 백양산 거리는 잘 못 표기 된 것 같았다. 능선 길을 넘어가는 동안 길 주변에 다시 돌로 쌓은 성벽이 보였다.
○ 마중나온 원로 산악인
백양산으로 가는 길이 뚜렷해지고 보니 길 찾는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까 쇠미산산어귀 전망대에서 가다보니 앞에서 한 분이 서서 밝은 미소를 짓고 게셨다. 마중 나오겠다고 하신 준·희님이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다. 길을 알려 주기 위해 그렇게 새벽에 나오시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구간 길 찾기가 난해하다하여 걱정이 되어 나오신 것이다.
그동안 정맥을 지나며 정상석이 없는 곳마다 봉우리이름과 해발 높이를 적은 표지를 달아 놓은 것을 보며 왔는데 바로 그것을 설치하신 분이다. 내가 그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 밝게 웃으셨다. 그리고 부착한 것이 2,000개정도 된다고 했다. 공직 생활을 마치셨는데 고등학교때부터 산악부에 들어 산을 다니셨다고 했다.
내가 오늘 구간을 다 마치겠다고 하자 오늘은 약속이 있어 같이 걷지 못하고 잠시 후 내려가야 되니 내일까지 두 번에 마치라고 했다. 내가 오늘 다 마칠 생각이라고 하니 “내일 마치면 멋지게 해주겠고만” 하고 말씀하셨다. 함께 동행해 주고 싶다고 했다.
앞에 보이던 봉우리를 오른 후 좌측으로 꺽어 지났다. 준·희님이 이 곳이 세미산인데 여기서 길을 잘 못 들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양산으로 가는 방향으로 내려오며 표지를 달았다. 그곳에서 내가 하루에 다 마칠 결심이 확고해 보이자 백양산 쪽으로 내려선 안부에서 걸음이 빨라 오늘 다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여기까지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할 때 먹으라며 준비한 배즙과 빵을 주었다. 그분의 배려가 크게 느껴졌다.
7시 42분 안부 지점에 체욱 공원이 보였다.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쉬고 있었다. 거기서 준·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 부산 구간 산행의 백미 백양산 구간
7시 50분 오름길 오르다 잠시 완만한 부분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산세가 훤히 보였다. 앞에 봉우리로 보이던곳에 오르니 더 오르게 되어 있었다. 뒤로 돌아보이는 조망이 조았다. 지나온 산세가능선으로 이어 보였다. 부산 시내로 들어온 후로는 산세의 느낌이 덜할 거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처럼 산세가 살아 있는 것이 부산의 경관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했다.
7시 53분 봉우리 도착해 불웅령을 걸었다. 긴 능선이 펼쳐보이는 가운데 군데군데 솟아 있는 3개의 봉우리가 보였다. 거리는 멀어보이지만 능선 길이라 지나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안만한 능선을 걸으며 주변에 시야가 트인 길을 걷는 기분이 평온했다.
8시 18분 주지봉(585m) 도착했다. 백양산이 1.6km 남아 있었다. 지나온 산세가 조망되어 멈춰서 스케치를 했다. 마음이 평온해져서 오래 머물고 싶었다. 문득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의식하며 9시 서둘러 출발했다. 9시 10분 백양북봉(614m)를 지났다. 그 곳에서는 김해방향 낙동강 하구 쪽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다시 길을 걸어 소나무 사이로 트인 좁은 초원 같은 길을 지났다.
9시 20분 백양산(642m)에 도착했다. 다시 뒤돌아보니 백양산 능선 뒤로 지나온 산세가 멀리 펼쳐 보였다. 이번 부산 시내를 지나는 구간은 그처럼 산세가 호쾌하게 펼쳐보이는 모습을 대하기 어려울 것 같이 생각했는데 예상 밖에 좋은 산세를 대하여 이 구간에 대한 인상이 좋게 여겨졌다. 지도를 보니 그곳이 만덕고개에서 개금고개까지의 중간 쯤 되는 위치였다.
가끔 산행에서 정취의 감상에 젖다 보면 걸어야할 긴 거리를 잠시 잊을 수가 있다. 그리고 다시 오늘 걸을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식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양산 정상에서 넘어야 할 봉우리들이 내려 보였다. 지도상에서 보니 개금역까지 가는 동안 애진봉, 삼각봉, 갓봉 등을 지나게 되어 있었다.
9시 30분 애진봉(589m)을 지났다. 그 곳은 정상부를 평평하게 깍아 공원을 조성해 놓은 모습인데 화단 안에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곳을 지나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올랐다. 9시 37분 유두봉 (589.1m)에 도착했다. 그 봉우리는 지도에 나타나 잇지 않았는데 다음에 지날 삼각봉은 그 아래로 보였다. 삼각봉을 다가가면서 맞은편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삼각봉이 맞는지 확인하였다. 봉우리가 낮다고 하자 한 여자분이 여기서 보면 낮지만 올라오면서 보면 높다고 했다.
10시 2분 삼각봉(453m)을 지났다. 거기서 앞쪽에 지나갈 개금역 주변과 그 너머의 산세가 보였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 갓봉에 닿았다. 아까 헤어진 준·희님이 길 찾기에 주의하라고 일러주셨던 곳이다. 10시 11분 길 임도와 등로가 만나는 곳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다보니 아까 여자분이 말한대로 지나온 삼각봉이 높게 보였다.
○ 건너가기 부담스러운 개금동 시내구간
10시 30분 갓봉을 지나 내려오면서 잠시 멈춰 건너 보이는 산세를 파악했다. 한분이 올라오다 길을 엄광산을 묻자 손으로 가리키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나갈 곳을 파악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좌측 헬기장으로 목표삼아 내림길을 걸었다. 길 주변에서 더덕 냄새가 났다. 10시 32분 헬기장을 지났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좌측 능선을 지나 10시 40분 임도에 내려섰다. 내려오면서 그 능선을 넘어가면 개금역에 도착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몇 번을 오르내리며 표식을 찾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갈아 다시 뒤돌아 오름길을 걸었다.
11시 6분 아까 지났던 철탑 뒤로 돌아와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지났다. 그리 들어서다 보니 진행 방향이 맞는 것 같았다. 위에서 내려볼 때는 능선이 하나였는데 다시 아래서 갈라지는 듯 했다. 그래도 다시 제 길을 찾아 다행스러웠다. 11시 10분 임도에 닿았다. 임도 건너 산길로 들어섰다. 11시 12분 공터 조금 아래 철탑이 보였다. 갈림길서 우측으로 가다보니 에비군 훈련장이 보였다.
11시 21분 에비군 훈련장 뒤 안부 공터에서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니 텃밭이 나왔다. 그 곳을 지나 개화 초등학교 후문쪽으로 나와 동네 길에 도착했다. 모서리에 가게가 보여 시원한 아이스케키를 사 먹고 가려다 주인이 없어 그냥 갔다.
동네에서 큰 길로 내려가다 우측 모서리 주민 센타에서 우측으로 가 육교를 건넜다. 그리고 개금역 2번 출구로 들어서 3번 출구로 나와 백병원을 향해 오르다 산길을 찾아 들었다. 잠시 후 정자와 샘물이 나타나 물을 마시고 올랐다.
○ 드디어 바라보이는 몰운대
12시 52분 봉우리에 도착해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걸었다. 가다 임도를 만나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으나 잘 알지 못했다. 임도를 건너 경사가 급한 산길을 걸어 봉우리에 올랐다. 약간 좌측 정상부에 서니 지나온 산세와 그 너머 바다쪽 풍광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거기서 엄광산 정상은 우측에 조금 떨어져 있었다.
1시 10분 엄광산에 도착했다. 정자에서 쉬고 있던 일행분들에게 길을 물었다. 몰운대 가는 길을 물으니 거기까지 너무 멀어서 못 간다고 했다. 지나면 물어보는 사람들 모두 그렇게 말했다. 내가 오늘 늦더라도 다 걸을 예정이라고 하자 가리키며 설명해 주어 몰운대 위치를 확인했다. 마칠 지점을 육안으로 확인하니 다 마치게 된다는 감회가 들었다.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와 완만해진 길을 걸었다. 좌측에 울타리가 길게 쳐진 곳을 지났다. 다른 갈래길에서 내려오는 분에게 불으니 대원정사 라고 했다. 내려가다 오라오는 사람들에게 구덕령이 맞느냐고 물어 보았다
1시 32분 구덕령에 도착했다. 하산 하는 사람들이 주막거리 같은 가게에서 쉬고 있었다. 길을 물었다. 거기서 물 한잔 마시고 가려다 한 등산객이 권하는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나와 도로를 지났다.
1시 43분 구덕문화공원 돌계단 입구로 들어서 올랐다. 도로를 건너 맞은편 공원처럼 꾸며진 동산 입구로 들어섰다. 건물이 나왔다. 준·희님이 전화를 걸어와 위치를 물어 보았다. 구덕산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 정맥의 큰 산세를 이어가는 구덕산
2시 30분 구덕산에 도착했다. 정상부에 건물이 있었다. 구덕산에서 내려서며 준·희님에게 전화를 거니 시락정을 꼭 들러 가라고 했다. 그리고 가까이에 기상대가 있는 봉우리가 시락산이라고 했다. 들은대로 시락정을 들르니 여러 사람이 모여 쉬고 있었다. 그 곳에서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 보였다.
2시 45분 기상관측소 좌측의 시약산에 올라 정상을 확인하고 내림 길을 걸었다. 내림길에 작은 봉우리를 넘었다. 그리고 다시 내림길을 걸어 2시 57분 시약산 0.9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넓은 평지에 여러 기의 반듯한 묘가 돌담에 둘러쳐 있었다. 3시 4분 묘지 옆을 지나완만한 길을 걸었다. 3시 11분 인부들 일하는 둔덕에서 다시 시원하게 내려보이는 조망을 보았다. 급경사 내림길 아래로 건너갈 시내 부분의 건물들이 보였다.3시 19분 산불감시초소 앞에 당도하니 시약산 정상 2.1km 이정표가 보였다. 그곳을 지나 골목으로 내려섰다.
○ 맵시 있는 우정탑
3시 24분 도로 건너 강서 할인마트 앞을 지나 좌측 좁은 도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시 좌측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 골목길을 오른 다음 능선을 넘어 까치 고개에 당도했다. 길을 가로 질러가는 진행 방향에 너른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3시 36분 밭을 지나 마을 뒤 도로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산길로 올라 3시 45분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 닿았다. 그 곳에서 능선길이 펼쳐졌다.
3시 56분 우정탑에 도착했다. 직진해 가다보니 능선이 이어지지 않아서 다시 길을 찾아 걸었다. 4시 34분 옥천 초등학교 앞 육교를 지났다. 그리고 SK주유소와 주택 사이 골목으로 올랐다.
○ 군부대가 자리한 구간
4시 39분 정보고등학교 대문을 보며 좌측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4시 53분 봉우리에 오르니 예비군 훈련장이 보였다. 거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잘 보이지 않았다. 헬기장 표시가 잇어 위쪽 봉우리로 갔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 아까 봉우리를 넘어서던 길을 이어 내림길을 걸었다. 그 쪽으로 내려가던 분이 동행해 주었다. 5시 2분 운동 시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5시 15분 부대 정문앞에서 울타리를 따라 우회했다.
5시 29분 아파트 뒤쪽으로 나오니 지나갈 산이 건너 보였다. 아파트 뒤쪽에서 내려가 놀이터 옆을 지나 5시 33분 도로로 나왔다. 그리고 우측으로 학교 앞을 지나 내림길을 걷다보니 아까 부대 울타리에서 정맥 능선으로 보이던 곳의 끝 지점이 보였다. 그 곳은 공장을 지으며 지형을 절개한 듯 절벽이 되어 있었다. 5시 35분 구정고가 도로를 건너 아파트 우측으로 가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한동안 산봉우리를 올랐다. 점차 걷기가 힘이 들었다.
○ 산길에서 만난 공장지대
정상에 도착했다. 한동안 능선을 걷다 시대가 내려보니는 곳에서 한사람을 만났다. 그가 어제도 나처럼 여기서 길을 묻는 사람을 만났다면서 길을 안내 해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산길을 내려와 구평가구단지에 도착했다. 6시 5분 해가 지고 있었다.
그가 앞장서 갈보리 교회를 알려 준다고 갔는데 두송교회 앞에 도착했다. 자기가 잘 못 알았다고 하며 다시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했다. 그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내려서다 공장 안에 들러 길을 물으니 다시 올라가서 넘어가라고 했다. 다시 능선 부분의 길로 올라 골목골목 다니며 길을 찾았으나 내려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때문에 원래 능선 길을 이어갈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헤메는 동안 점차 어둠이 깊어지고 있어 초초한 기분이 되었다. 헤메다 다시 주변 가게에 들러 길을 물으니 아까 내려서다 올라온 길로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망설임 없이 그가 알려준 길로 내려가 6시 55분 삼환2차 아파트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로로 나오니 조금 앞 쪽에 갈보리 교회가 보였다.
○ 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아미산
7시 5분 육교를 건너 한전옆 산길로 올랐다. 걷기 편하도록 지그재그로 길을 다듬어 놓았고 길 옆에는 작은 돌탑들이 연이어 쌓여 있었다. 헨드폰 밧데리가 다 되어 전화기가 꺼졌다. 몰운대로 오겠다고 한 이철식 건축사에게 늦는다고 전화를 걸어야 할텐데 하고 걱정이 되었다. 호의를 받아 거기서 만나기로 한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다 보니 작은 암자가 나왔다. 7시 15분 거기서 위로 이어지는 산길로 계속 올랐다. 7시 35분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봉우리에 닿았다.
길이 어둡고 리본 등 표식도 없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도상에서 가늠하며 우측으로 갔다. 가다 그 방향이 아닌 듯 싶어 다시 되돌나오다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마지막 구간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초조함 기분이 들었다. 가다보니 앞에 높은 봉우리가 어둠속에 어슴프레 윤곽을 드러냈다. 그 곳에 오르니 탑이 보였다. 그런데 주변의 설명문을 보니 응봉 봉수대였다. 그리고 다시 나무에 걸려진 아미산 정상 표지가 보였다. 그 표지를 보니 마음이 안도 되었다 이제 내림길만 잘 찾아가면 정맥의 장정을 마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측에 내림길이 보여 그리로 내려섰다 .그런데 지도상에 몰운대 방향과 달라 혹시 다른 길이 있지 않나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정상에 되돌아와 살펴보았으나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내려서던 길을 가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갔다. 완만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8시 3분 갈림길서 좌측으로 들어섰다. 다시 한참 동안 걷다 보니 아래쪽에 아파트 등 건물이 보였다.
8시 14분 동네 공원으로 내려와 지나는 사람에게 몰운대를 물으니 좌측으로 아파트 단지를 건너가라고 했다. 하지만 지도 방향과 다른 길이었다. 길을 건너가 다시 한 여자분에게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길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저 만치 자기가 가는 곳까지 함게 가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수미산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내려온 것이 다행스러웠다.
○ 정맥의 발길이 멈추는 몰운대
그 아주머니가 밧데리가 떨어져 전화를 못하고 기다리게 해서 걱정이라고 하니 자기 전화로 연락을 해 주었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베푸는 마음이 감동스러웠다.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신호등이 나왔다. 그 옆에서 자전가를 타고 있는 분에게 불으니 신호등 건너 좌측으로 500m 정도만 가면 몰운대라고 했다.
이제 헤멜 곳도 없었다. 그냥 큰 도로만 따라 가면 되었다. 우측은 해변이고 좌측에는 언덕 위로 고층 아파트가 번화하게 서 있었다. 가다보니 300m 전방에 우측으로 몰운대를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처음으로 몰운대 표식을 직접 보게 되었다. 낙동정맥 들머리인 태백의 매봉산에서 이 목표 지점을 행해 걸어온 정맥 길이 끝나가고 있었다.
만감이 교차 했다. 오늘도 늦게까지 걸으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마쳤으니 망정이지 정말 힘겨울 때가 많았다. 걸음이 떼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든 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발바닥이 아팠다. 앞으로 서서히 잊혀 갈 것이지만 때때로 그동안 마친 구간에서의 힘겹고 지친 상황들이 회상될 것 같았다.
8시 35분 도로에서 우측의 몰운대로 들어섰다. 이철식 건축사가 어디서 기다리는지 두리번 가리며 가다보니 그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철식 건축사가 댓글에서 부산 구간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지난 구간을 할 때 추석 연휴여서 그냥 다녀간 걸 알고 마지막 구간에는 꼭 연락하라고 했었다.
그가 혼자 온 줄 알았는데 김해 건축사 등산동호회의 김진수 회장도 함께 와 있었다. 몰운대로 오는 동안 예상 시간을 알려준 것보다 도착이 많이 늦어져 불안했는데 김회장까지 기다리고 있어 더욱 미안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산행에 지역 회장이 축하해주기 위해 시간을 낸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부산 조개구이 식당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이 여기서 기다릴테니 어서 몰운대를 다녀 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밤이라 그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끝마칠 길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에 배려가 느껴졌다.
알겠다고 하고 길의 끝 지점에 있는 안내소 입구를 들어섰다. 지키는 사람이 없어 조금 더 가다보니 초소에서 군인이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거기서 그 군인에게 기념 사진을 부탁했다. 다시 김회장과 이철식 건축사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와서 함께 축하의 잔을 나누었다. 홀로 걸어온 정맥길을 마치는 순간 그렇게 옆에서 축하를 해주니 참으로 고마웠다.
식당에서 나오며 바로 서울로 올라가려다 밝은 낮에 몰운대를 제대로 보고 가려고 찜질방을 찾았다. 내려올 때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10대한민국 건축제도 보고 가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었다.
아침에 다시 몰운대로 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다. 날이 아주 맑았다. 그렇게 맑을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니 아쉽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쉬러 들어오고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섬이 크고 경치도 수려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선을 물리친 전적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과거부터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시 되어왔다는 기록도 적혀 있었다.
맨 안쪽의 부대 입구까지 갔다. 그 안으로는 더 갈 수가 없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거기서 쉬고 있던 분들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포즈를 취하고 서 잇는데 안에서 촬영하면 안된다는 방송이 들려 깜짝 놀라게 되었다.
좌측으로 해변에 내려섰다. 한가로히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해안에는 몽돌들이 파도에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염없이 파도가 되풀이 되고 있었다. 태초의 소리로 들렸다. 몰운대, 산행의 마지막, 그 끝은 바다였다. 산의 존재가 다 시라지고 없었다
해안을 따라 걸어갔다. 맨 끝 지점까지 가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분에게 불어보니 갈수는 있는데 위험하다고 했다.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 끝 지점으로 걸어갔다. 절벽을 오르니 아름다운 경치가 보였다. 절벽을 내려서 맨 끝 지점 바닷가로 나아갔다.
바다의 수평선이 보였다. 형체가 다 사라지고 걸을 산도 높이도 없었다. 이제 더 걸을 곳이 없었다. 낚시하고 있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이제 정말 끝 지점이었다.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바다뿐이었다. 거기서 망막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나온 긴 여정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
(20101001)
첫댓글 김석환건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힘들었지만 생각을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바쁘셔서 작품 사진도 못 올리시나 봅니다. 어제 추월산에 함께 가셨더라면 좋은 작품 많이 하셨을텐데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대단, 대단! 무지 무지 감축 드립니다! 김석환 건축사님의 열종도 무지 부럽구요 !
성원해주신 덕분에 평소 의미 있게 여긴 일을 무사히 마쳐서 기쁨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