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뚝에 새겨진 빨간 별 하나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로
북해도 개척사에 맞먹는 역사를 가졌다고 한다.
술을 즐기고 치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발길이 갈 것 같은 박물관이다.

맥주 박물관 답게 건물 앞엔
호프 줄기가 싱싱하다
예전 강원도 여행 중에 하도 신기한 나무(식물)가 보이길래 물어보니
남편이 맥주 원료인 호프라고 한다.
다년생 덩굴초로 늘어져 있는 덩굴이 아주 멋지다
강원도에서 본 것보다 키가 3배는 크다.

미니 호밀밭도 가꾸어 놓은 걸 보니
맥주 원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밀밭은 역시 누렇게 익었을 때가 멋있지.
누렇게 익은 밀밭이나 보리밭에 대한 어릴 적 정취가 난 아직도 그립다

와인 오크통이 보이면 괜히 멋있어 보이고
안에서 보글보글 술이 익어가는 상상이 되곤 했는데
맥주 숙성 통은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투박한 질감의 통이 고전적이다.


이 맥주 숙성통은 한사람이 하루 한병씩 마신다면
약 2만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그 만큼 무지막지하게 큰 숙성통이다
건물 3층 정도의 높이는 되는 것 같다.
이 통 옆구리를 보며 계단을 내려왔으니.

맥주의 재료를 진열해놓았다


호프 열매가 너무 예쁘다
영상미가 가미되었지만
자세히 보아 예쁜 것은 꽃만이 아닌것 같다.
나태주 시인님 그렇죠?

오래전 어느 시대의 맥주 전문 잡지를 전시해 놓은 것 같다.
모델의 모습을 보니 꽤 오래 전의 잡지들이다.
요즘세대 맥주광고 사진이라면
더 자극적이고 더 난해한 사진들이겠지


시음장 천정의 샹틀리에도 맥주병 모양이다.
진짜 맥주병에 전구를 넣어 만든 것인지
아님, 맥주병 모양의 샹틀리에를 특별주문 제작한 것인지
맥주 박물관 답다.

의자 등받이도
삿뽀로 맥주 심벌마크인 별이 선명하다.


맥주 한잔씩 시음하는 시간
술을 즐기지 못하는 나도
한잔 쯤은 쉽게 마실 수 있다.
기분 조옿다~~~
정말이지 술 맛을 알고 술을 즐기는 사람이 참 부럽다
세상사는 맛 하나를 난 모르고 사는 것 아닌가

구 북해도청사 방문.
너무 딱딱한 연수프로그램처럼 느껴진다.
공무원 해외 시찰단 같은
우린 세금으로 온 거 아니예요
사비를 들여 온 여행이랍니다.
사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방문지.
그리 궁금하지도 않은 북해도 역사 이야기

일본에선 이 곳이 변방이다보니
아직 미개한 아이누족이 살고 있는 이 곳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이 지도는
북해도를 샅샅이 걸어다니며 만든 지도라고 한다.
3번을 반복해서 돌아다닌 끝에 탄생한 지도인데
지금의 지도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구역을 나누어 조각조각 이어붙였다.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은
대동여지도를 만든 우리의 김정호 같은 분인가.



마지막 청장이 사용하던 물품을 그대로 보관해 놓았는데
저 낡은 책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청장실엔 번쩍이는 물건만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낡음낡음한 책상을 사용하고 있었다니
이들의 검소함이 큰 무기가 아닌가 싶다.

좋은 사진 찍어주느라 열일하고 있는 친구
친구들 모습 예쁘게 담아주려고 몸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좋은 사진들이 많다.

지붕이 짤렸다고 많이 아쉬워했지만
북해도구청 지붕이 좀 짤리면 어때
우리 이렇게 웃고 있는데
청사 안에서 재미없는 시간 보내는 것 보다
청사 밖의 공원이나 산책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오오도리 공원으로 가는 길
삿뽀로 맥주 축제 기간이라서
저녁이 되니 이렇게 큰 도로를 막고
맥주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이제 막 축제를 시작되는 시간 인듯
준비하는 사람, 호객하는 사람, 교통 정리하는 사람 등
바쁘고 활기차다.


오오도리 공원은
삿뽀로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될 듯 하다.
도심 속에 자리한 공원은 늘 옳다
여름엔 우리가 갔을 때 한창 북적거리던 맥주축제가 열리고
겨울엔 그 유명한 눈 축제와 일루미네이션 장으로 변한다.
눈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꼭 와 보고 싶다.
삿뽀로 하면 눈 아니겠는가.
이제 저녁으로 게요리를 먹기 위해 우린 침을 다시며 걷는다.
털게, 왕게, 대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테이블마다 소복이 담겨있는 털게, 대게, 왕게
대게는 먹어보았지만
털게와 왕게는 처음인지라 맛이 궁금하다.
도구를 가지고 열심히 털게부터 공격한다
와! 단맛이 날 정도로 맛있다.
음~~~맛있네
다음은 왕게 다리 한토막으로도 입안이 꽉 찬다.
씹을 수록 맛나다
다음은 대게
역시 왕게에 비해 입안으로 들어가는 게 적다
우리 남편은 게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
'노력에 비해 입에 들어가는 게 별로 없어서'
나도 그 말에 차츰 동감을 하고 있었는데
왕게는 안 그렇다
무한리필 이라고 하지만 그다지 많이 먹진 못하겠다
"우린 왕게만 주세요"
왕게가 한아름 또 왔다
1년간 먹을 게를 한꺼번에 다 먹은 기분이다
" 나 1년간 게 안 먹어도 될 것 같애"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동안 입안에 침이 고인다.
벌써 왕게와 털게 맛이 그립다

배불리 먹고 삿뽀로 프린스 타워 호텔에 짐을 풀었다.
짐만 던져놓고
우린 맥주축제가 열리는 오오도리 공원에 다시 나갔다
맥주축제 장을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퇴근길에 동료들과 한잔
오랜 친구 만나 한잔
연인끼리 한잔
다들 즐기는 모습 좋아.
우린 폐장 시간이 임박하여 산책만 하는 걸로
9시면 모두 불을 끈다.
100엔 샵에 들러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 쇼핑해보기
내일은 이제 꿈에 그리던 라벤더를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