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밤 친구를 바래다 주러 나왔다가 통금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미정이 누나는 우리 하숙집 골목어귀에 작은 구멍가계 주인집 딸이다.
가계 이름도 없어 그냥 골목 구멍가계라 불렀다.
구멍가계엔 라면도 팔았지만 시원한 하드와 과자도 팔고 쪽문을 밀고 옆으로 가면 만화가계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미정이 누나는 주근깨가 많아 까무잡잡한 얼굴에 작은 눈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씨가 참 고운것 같았다.
가난한 내 어머니가 하숙비를 늦게 부처주는 달에는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미정이누나가 먼저 알고 "대경아 필요한 거 있으면 누나한데 와"라고 말을 건네곤 했다.
누나는 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골목 구멍가계 아저씨는 어디가 아픈지 매일 굴속같은 방에 불도켜지 않은 채 누워만 계셨다.
그래서 미정이누나는 학교 갔다오기 무섭게 가계를 봤다.
누나는 학교를 1년만 더 다니고 졸업하면 은행원이 되어 돈을 많이 벌어 시집 갈 거라고 늘 내게 말하곤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누나는 가계에 앉아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거 같았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나는 필요한게 있으면 미정이누나가 가계를 볼 때만 다녔다.
그냥 그게 편했다.
미정이 누나는 가끔 하드통에서 절반 쯤은 녹아버린 하드를 꺼내 먹으라고 주기도 하고 가수 은희와 정미조 장미리 등 당시 유행하던 가수들의 동향을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미정이 누나는 가수 중에 '똑같애'란 노래를 부르는 이현이란 가수가 제일 좋다고 덧 붙이기도 했다.
어디에서 오렸는지 예쁜 연예인 사진도 참 많이 보여주곤 했었다.
그 날도 내 하숙집에 놀러 온 근삼이를 버스타는 큰길까지 바래다 주고 올라오는데......
누나가 나를 불렀다.
대경아~
"놀다가 올라가" 하고 말이다.
그 날 나는 미정이 누나와 구멍가계 안에서 밤 늦도록 친구이야기와 우리 엄마이야기 그리고 모운동 이야기를 하며 자정이 넘도록 집엘 들어가지 않았었다.
미정이 누나와 같이 있으면 참 편하고 좋았다.
왜 그런지 잠도 오질 않았던 것 같았다.
첫댓글 그 시절의 환경이 그대로 등장하는것이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네요~~~~!!꼭 우리동네 온것처럼.........!!쿵쾅쿵쾅 뛰는 가슴이 아닌 콩닥콩닥 뛰는 대경님 가슴이 느껴집니다~~~!!
고마워요 ~~~~
정말 小時的얘기네요...왕대경님 제 중2시절이 떠오릅니다... 공학이었구요 교무실을 갈라치면 남학생교실을 지나야 하는데 그땐 왜 그리 얼굴이 빨개졌는지 심장은 왜 그리 빨리 뛰었는지 ....
저도 그랬는데 여학생 앞을 지나칠땐 ㅋㅋㅋㅋ
그리운 추억 한자락 가슴속에 곱게 모셔두세요...ㅎㅎㅎ
고마워요 유당님 ~
참 재밌게 쓰시네요,그다음 줄거리는 언제 쓰실거여요?
ㅋ 그래요 고마워요
전....그 구멍가게 옆 만화방에서 만화만 본 청년이라서 그런 추억이....하하하하하 잘 읽고갑니다.하하하하하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