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요.
아직도 어이가 없어서 잠 못이루고 몇 자 씁니다.
목요일은 보통 제가 쉬는 날인 거 아시죠. 근데 요즘 조금 바빠서 망설이다가 부득이하게 출근을 했죠.
왜냐하면 케이블카 문제로 회기동에서 3시경에 현수막 찾아서 4시 30분에 수유역에서 약속, 그리고 다시 수유역에서
5시 30분에 약속이 있었죠. 그래서 이왕 나가는 거 사무실에 가서 밀린 일을 좀 하고 약속장소에 나가자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만남이 일찍 끝나면 얼마전 동대문에서 준호 옷산거 바꿔야겠다 생각하고 옷도 챙겨나갔죠.
집에서 9시 30분경에 나갔어요. 720번 버스타고 청량리까지 1시간 20분, 청량리에서 외대까지 15분, 외대에서 걸어서 경희대
사무실까지 15분, 총 1시간 50분 걸려 사무실에 도착했죠.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는 중간에 5시30분에 만나기로 한 약속은 취소가 되었구요, 그래서 4시30분 약속도 장소를 변경해야 했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얼마전 주문한 오미자가 벌써 도착했다는 거예요.
생오미자라 날도 뜨거운데 상할 까봐 무척 신경이 쓰였죠. 항아리 뚜껑 사고, 설탕사서 오미자를 담가야 겠다 마음 먹었죠. 요즘 내 정신이 오미자 담글 정신이 아닌데 빨리도 왔네 싶었어요.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잡일과 전화통화를 하고 4시30분에 약속한 만남을 갖기 위해 3시 10분경에 퇴근을 했죠.
현수막과 몸자보를 찾았는데 꽤 무게가 나가더라구요. 제가 손목과 어깨가 좀 아파서 무거운 거 드는 것을 가급적 하지 않을려고 하는데 세상살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잖아요.
현수막, 몸자보 찾고 동대문가서 준호 옷 바꾸면 4시 30분이 되겠다 계산하고 약속을 했는데 4시 30분에 만나기로 하신 분이 약속시간이 거의 다되어서 게다가 약속장소인 동대문에 거의 다 왔는데 전화가 왔어요.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이 때 살짝 어이 없었죠. 그래도 뭐 참을 만 했어요.
계획대로 동대문에서 준호 옷 바꾸고 대호가 주문한 만화책을 3권 샀더니 무게가 만만치 않아졌어요. 무거운 내 가방에 현수막, 몸자보 (300장), 만화책 3권.. 종로6가로 걸어가서 720번 버스를 타려니 사람이 무지 많은 거예요. 그래서 홍제까지 가는 버스를 탔죠.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에.. 버스에서도 이런 저런 전화로 맘이 상해 있었어요.
홍제에서 내려 다시 706번을 타고 연신내로 갔죠. 도중에 백수건달처럼 놀고 있는 대호에게 전화를 걸어 5시 50분까지 연신내로 나와라 했더니 투덜투덜.. 항아리 뚜껑과 설탕 12kg을 사면 도저히 나혼자 짐을 들고 갈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녀석이 또 조금 늦게 왔어요. 이 때부터 혼자 속으로 18이란 숫자를 자주 내뱉었던 것 같아요.
주문한 오미자 20kg 중에 10kg 은 친정엄마께서 살고 있는 면목동까지 빨리 보내야 해서 퀵을 불렀어요. 금방 도착한다고 해서 나도 범서쇼핑에서 설탕사고 건너편 재래시장에서 항아리 뚜껑 사서 택시타고 부리나케 집에 갔죠. 도착하니 6시 10분, 경비실에 맡겨둔 오미자 10kg을 찾아서 집에 갔다 놓고 다시 내려와서 경비실에서 퀵서비스 하시는 분을 기다렸어요. 경비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기다리는데 전화가 두 번 왔어요. 지금 가고 있는데 주소가 어떻게 되냐, 지금 연신내까지 왔는데 막힌다는 전화였었죠. 그런데 6시 40분경에 다시 전화가 왔어요. 퀵서비스 하시는 분이 오다가 사고가 났다는 거예요. 목소리로 봐서 몸을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어요. 화는 났지만 다행이지요. 뭐
그래서 기다리고 계신 친정엄마께 전화를 걸어 친정엄마 아시는 분 중에 택배일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내일 일찍 와서 가져가면 안되겠냐고 하니까 짜증을 내시며 그 먼데까지 그 사람이 어떻게 가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방법이 없으니까 한 번 물어나 봐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왜 오미자는 그렇게 많이 사서 그러냐며 오미자를 받아도 엄마가 담글 시간이 없어서 다 썩을지도 모른다며 화를 내시는 거예요. 결국 완전 폭발.. 분명 엄마가 10kg을 사야겠다고 하셨고 오미자 사게 되면 엄마것도 사달라고 하셨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겁니다. 10kg에 10만원이고 이 비용도 내가 낼 건데.. 퀵서비스 2만원은 엄마가 내라고 했을 때 살짝 엄마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서 은근 나도 열받았는데 말입니다.
'됐어' '안 보내'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다시 오미자를 들고 집으로 갔죠.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숙이에게 전화를 했어요.
오미자 산다고 했거든요. 간단하게 사정얘기했더니 산다고 하더라구요. 부리나케 집에 가서 우리 것 10kg을 풀었더니 양이 엄청많더라구요. 항아리 꺼내고 소쿠리 등을 꺼내서 씻고 오미자를 씻어서 물빠지게 소쿠리에 넣고 다시 대호, 준호와 함께 나머지 10kg을 들고 연숙이네까지 택시를 타고 갔죠. 이 때가 아마도 7시 30분이 넘었을 거예요.
연숙이네 갔더니 옆집에서 떡을 줬다며 물과 함게 접시에 내 왔는데 애들이 순식간에 몇 개를 먹더라구요. 그 때까지 밥을 못 먹고 있어서 배가 무척 고팠던 게지요. 그러나 에미가 무지하게 열 받아 있는걸 알기에 배고프다는 소리를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대 맞을 분위기 아시죠?
연숙이에게 오미자를 넘기고 다시 우리 집 근처 국수집에서 대호와 나는 잔치국수, 준호는 왕돈까스로 저녁을 해결했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와 다시 항아리 소독하고 설탕과 오미자 버무려 항아리에 넣었는데 10kg 이라는 양을 짐작하지 못한 덕에 항아리에 가득 넣도고 모자라는 겁니다. 그래서 집을 뒤져 곰국 끓이는 솥단지에 일단 담았죠. 설탕이 바닥에 범벅이고 몸은 천근만근 죽을 맛이었습니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다 담그고 설겆이, 방 닦고 있는데 갑자기 준호가 배 아프다며 울더니 엄청 토하고 징징거리는 겁니다. 왕돈까스를 급하게 먹은 듯 합니다. 아이들 아빠는 준호가 아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듣지도 못하고 TV를 보며 낄낄 거리는거예요. 와 진짜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온갖 방언이 튀어나오더라구요. 물론 혼잣말로...
그리고 지금 몸은 피곤한데 약간 한가한 틈을 타 넋두리를 합니다. 준호는 토하고 설사하고 지금 겨우 잠든 것 같습니다.
미안하고 불쌍한데 내 몸이 힘들고 화나니까 아픈 아이에게 화만 내고.. 밖에서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진짜 하루가 길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전화통화와 문자도 엄청 많이 해서 피곤하구요.
연숙이 말대로 재수없는 날이었죠. 우리 엄마와는 아마도 며칠간 냉전이 될 것 같네요.
잠깐 삶에 회의가 들더라구요.
정말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글쟁이가 다 되었나봐요. 피곤해죽겠다면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다니, 소설 한번 안쓸래요. 제목은 " 18이라는 숫자가 자꾸 생각날 때는 혼자 낄낄거리는 남편보지말고 예쁜 내 새끼 얼굴 한번 쳐다보자"로 강추
야, 18이 나오는 상황에서 새끼 얼굴 본다고 마음이 가라앉든? 그놈이 그놈 같은데..^^
공감가는 글입니다. 남편에게 화가나도 진작 본인에게는 말못하고 아이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할 때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세상살이가 힘든일 고된일 겪으면서 깊이가 풍부해지는 건 아닐까요? 이젠 괜찮죠? 그럴땐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나 노래 들으면 가라앉기도 하던데....
에궁..이런 날의 조짐이 보이면..일단 심호흡부터 한번 하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