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CCTV 인증제' 손질…'묻지마 범죄' 막을까
평가 항목에 무인매장·스토킹·요양병원 분야 신설
학습할 영상도 추가 제공…"생활 밀접 자료 필요"
#1. 혼자 살고 있는 70대 할머니 김모씨는 최근 한밤 중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능형 CC(폐쇄회로)TV' 덕분에 주거 침입 사고를 피했다. 이 CCTV는 처음 보는 남성이 김 씨가 거주하는 주택 울타리를 넘으려는 모습을 포착해 관제사에 바로 알려줬다.
최근 대도시에서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국내 지능형 CCTV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인공지능(AI) 기술로 CCTV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이상행위를 자동 인식하고 관제사에 보고한다.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최근 기업에 제공하는 '지능형 CCTV' 학습 데이터를 대폭 늘렸다.
KISA가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능형 CCTV 성능시험·인증 분류체계'를 개편한 결과다.
정부는 CCTV 영상 속 행동 종류를 단일 이벤트 중심으로 나눴던 기존 체계를 '일반·안전' 분야로 세분화하면서 인증 항목을 6개 추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지능형 CC(폐쇄회로)TV 인증 체계 심사시 쓰이는 데이터 세트 (KISA 제공)
'일반 항목'(10개)은 △배회 △침입 △유기 △싸움 △방화 △쓰러짐 △마케팅 △익수자 △실종자 △낙상(신규)으로 구성됐다.
또 새롭게 추가된 '안전 항목'(5개)에는 △무인매장 안전 △스토킹 예방 △요양병원 안전 △드론 화재 감지 △치매 노인 수색이 들어갔다.
지능형 CCTV 인증제가 체계적으로 변하면서 KISA가 지능형 CCTV 기업에 주는 영상 데이터 역시 풍부해졌다. 무인매장 사고·스토킹 등을 다룬 영상은 이번에 처음으로 제공된다.
실제 KISA는 기업이 CCTV 인증 평가를 신청할 경우 배우들이 상황별로 연기한 영상 DB(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CCTV가 '스토킹 예방'에 도움 되는지 평가하고자 사람이 특정 공간에 불법 침입하거나 상대방을 염탐하는 영상(300개)을 준다.
정부가 인증과 별개로 지원하는 데이터 세트도 많아졌다.
KISA는 △차량 불법행위(불법 주정차·중앙선 침범 등 500개) △해외환경(해외 배회·침입·유기 등 1500개) △일반 분야(배회·침입·유기 등 5044개) △안전 분야(무인매장 안전·스토킹 예방 등 3440개) 영상을 제공한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이번 인증제 개편으로 국내 지능형 CCTV 역량이 커질지 눈여겨 보고 있다. 그간 AI 기반 CCTV는 학습할 영상 데이터를 구하기 힘들어 분석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토킹·주택 침입 등 특정 상황을 연출한 영상을 제작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더욱 세분화된 CCTV 영상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CCTV 53만대를 2027년까지 모두 지능형으로 바꾸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능형 CCTV 비중은 24%(13만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도로변이나 주택가·낮은 해상도·어두운 골목길 등의 배경 상황처럼 실제 지자체 CCTV 환경과 유사한 데이터, 한국 생활에 밀접한 데이터가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KISA는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상 6대 안전지수에 맞춰 또다른 시험 항목을 추가해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KISA 측은 "새롭게 계속 발생하는 사회 이슈에 맞춰 인증 항목을 고민할 것"이라며 "향후 감염병·극단 선택 관련 사항도 반영해 시험 사항에 구체적으로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능형 CCTV 속 AI 기반 영상 검색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CCTV에 "컵을 들고 있는 남자를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적합한 영상을 찾아주는 형태다.
KISA는 세종시와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가 보유한 '초거대 영상이해 AI 솔루션'의 텍스트 기반 영상검색 기술과 자동 이상행위 탐지·알람 기술을 세종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실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