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8년도에 어느 문학지에 실린,
체험을 바탕으로 한 본인의 부끄러운 글입니다.
♣ 이사 가던 날
6월 24일은 이사를 가는 날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기 위해 집사람의 궁리 끝에 작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하였다.
집사람은 이사비용까지 아끼기 위해 용달이사를 택했었고 새끼줄에 샛노란 감꽃을 매달듯이 일주일 동안 방안에서 옹알거리며 이사짐박스를 만들었다.
이삿날은 한국과 스위스의 독일월드컵 조별 리그 마지막 날이라 새벽 일찍 일어나 축구를 보았다.
결과가 좋았으면 좋았겠는데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서 상당히 안타까웠다.
아침에 용달차가 일찍 도착하자 집사람과 나는 분주히 움직였다.
아이들 또한 다른 집으로 간다니 좋아하며 빨리 그 집에 가서 놀고싶다며 짐사이로 뛰어다녔다.
사다리차가 오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짐을 옮기기로 하고 세 명의 인부들은 서두르지 않고 노련하게 차근차근 짐을 옮겼다.
그냥 보기에는 별로 많지 않았는데 싸놓고 보니 꽤나 많았다.
집사람은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필요한 물건은 자가용에 싣는 등 마지막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옆집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2년 정도 대문을 바로 보며 살았는데 가끔 마주치면 인사나 하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드리기만 했지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저 이웃집에 사시는 아저씨로만 생각해왔다.
나의 손을 꼭 잡고 왜 이사가느냐며 아쉬워 명함을 달라고 하셨다.
‘차안에 있는 명함을 드리겠다’ 하면서 나도 그 분의 손을 힘주어 잡아드렸다.
그러나 차안에 있다던 명함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사가는 날 북새통 속에서 물건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그 분의 존재는 건네 드리지 못한 명함과 함께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