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인도에 우리말과 똑같은 말을 쓰는 종족이 있다. 이란 아리안어계의 다리어(이란·아프가니스탄 언어)와 인도 드라비다족이 그들이다. 우리의 것과 닮은 문장 형태가 많이 발견된다. 어순이 유사하고 낱말이 같은 것이 많다. 남인도 드라비다족의 ‘타밀어’도 우리말과 유사한 단어가 무려 500단어가 넘는다. ‘엄마’, ‘아버치’, ‘왕’ 등 우리말과 흡사한 단어는 이들 국가의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된다. 평범한 삶 속에서 밝혀진 작은 진실들이 놀랍고 반갑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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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는 여행
아라비아와 인도대륙은 우리와 결코 먼 나라가 아니었다. 이미 2천년 전부터 해상교류가 있었음이 역사적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쿠쉬나메’나 ‘허황후’ 설화도 그 중에 하나다. 우리 DNA가 60%는 북방계, 40%는 남방계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밝혀냈다. 가야 왕족으로 추정되는 고분유골 분석 결과, 주인공이 ‘인도인 DNA 염기서열을 가진 자’라고 판명되기도 했다.
우리 종족이나 문화의 뿌리를 찾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나의 존재를 찾는 재미난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할 때 아름다운 자연경관 보다는 문화에 관심이 더 가는 이유다.
오래된 옛 문화일수록 깊이가 있어 좋다. 언어, 민속, 설화, 음악, 역사와 고고학 자료가 여행의 매력이다.
페르시아의 고대 해상실크로드 항구 (반다르압바스)
이번 ‘아리안어족의 땅(이란과 인도) 여행’은 이런 측면에서 특히나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었다.
대개의 학자들은 한반도의 주도세력이 북방 출신이라고 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한반도 남부지방은 해양적 요소가 생각보다 많음을 느낄 수 있다.
과연 그렇다면 그 어딘가에 지금도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를 존재케 한 우리 민족의 원류가 남방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또한 말도 비슷하게 구사할 것이다. 궁금증과 함께 관련된 몇 권의 학술논문을 들고 아리안어족의 땅(이란과 인도)을 찾아갔다.
▶ 기본어(원시 언어)의 유사성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상에 사는 어느 부족이나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기본적인 낱말이 있다고 한다. 인류학에서는 이 기본 낱말들을 일컬어 ‘스와디쉬 차트(Swardish Chart)’라고 부른다. 이들 기본어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좀처럼 변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 낱말은 대개 200-3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하늘, 해, 달, 나, 너, 꽃 등의 낱말이 그들이다.
이들 기본어(원시 어휘)를 비교할 때, 하나같이 우리말과 북방 알타이어계(터키나 몽골)는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해(기네쉬), 달(아이), 별(열더스), 하늘(그억유수), 바람(뤼스갸르), 구름(부르트), 날(균), 밤(기제), 아침(사바), 비(야므르), 땅(예르), 흙(톱브라크), 돌(타쉬), 꽃(치채키), 나무(아치), 나(벤), 너(센), 새(구쉬)’ 등이다. 이와 같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아리안어계의 다리어는 기본어(원시 어휘)를 비교할 때 우리말과 너무나 많은 단어가 유사하다.
나, 너, 어머니와 아버지, 둘과 셋, 태양, 불, 달, 딸, 쌀, 밥, 밀, 보리 등 거의 똑같은 말도 많다. 귀신이 곡할 정도로 일치하는 말도 있다.
페르시아의 고대 해상실크로드 항구(호르무즈)
‘해(태양)’를 과거에 우리도 ‘수리’라고 불렀다.
삼국시대 사람들이 해를 ‘라’라고 불렀던 반면, 고려시대 사람들은 해를 ‘수리’라고 불렀다.
“수리 수리 마하 수리(해님 해님 위대한 해님…소원 좀 들어주세요)”
고려의 대표적인 가요 ‘동동’을 봐도 알 수 있다.
수사 중 하나, 둘, 셋은 옛날 그 옛날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시 어휘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우리 말 ‘둘’과 ‘셋’은 아리안 어와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말 수사(數詞)의 고향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첫, 처음, 어린아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애’(애기, 애당초, 애벌레 등) 역시….
불가사의하게도 우리말 ‘불’은 인도-아리안 어와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친근 관계가 있다. ‘불’이란 낱말이 이란에서 인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의 활용마저 우리말과 똑같은 경우가 많다. 우리말의 어법 중 가장 유별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사(助詞)를 봐도 유사하다. 세계의 언어 중에 주격조사가 있는 언어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주격조사는 우리말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주격조사는 라후어에서 발견된다. 또 호격조사도 주격조사처럼 매우 드물다고 하는데 오직 드라비다어, 라후어에서만 발견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는 없다.
▶ 해상교류를 통한 언어 전파
라후족은 고구려 유민들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니 언어의 일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드라비다족은 수만년 전 시베리아 중남부에서 남하해서 인도대륙에 흩어져 살던 종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시베리아 중남부에서 동남쪽으로 이동해 간 종족은 우리 민족인 것을 생각할 때 최초의 우리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 집단이다. 그래서 언어의 일치성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시기는 아리안어족이 인도대륙으로 침입하기 이전의 일이다.
아리안어족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카프카스산맥 인근에 살던 종족 중 일부가 기원 전 3천-1천년경 이란과 인도로 남하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우리 조상의 근원지인 시베리아와는 지리적으로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일치성은 해상교류를 통한 만남의 결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 옛날 언젠가 두 민족이 접촉했다는 증거다. 다만 이들에게 그 먼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연유를 밝혀줄 사람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것과 같다. 북방 알타어계 보다는 남방 아리안-드라비다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더 많은 분석을 하고 고증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만 아라비아와 인도대륙으로 이어지는 해상통로를 통해 전해져 온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어떤 말들은 중동에, 또 다른 말은 한반도에서 좀 더 가까운 인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같은 장소에서 어떤 시기에 일괄적으로 이동해 온 것이 아니고 대륙 쪽과 해양 쪽에서 여러 해에 걸쳐 시차적으로 이동해 왔다고 생각된다.
한반도의 선주민(부여, 고구려, 백제) 언어는 대륙과 인도에서, 그리고 그 이후 이동해 왔다고 추측되는 신라의 말은 중동의 언어와 유사점이 더 많은 것이 그와 같은 추측을 가능케 한다.
우리 민족의 문화의 원류를 북방 일변도의 시각에서 탈피해 남방의 해양문화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하지 않나하는 문제를 제기해 보는 차원에서 이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