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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1/12도, 풍속 1ms
(복장)
상의:반팔집티위 민소매티,팔토시 하의:팬츠위 남한강롱타이즈,겨울쿠션양말
기타:말톤장갑,모자,썬그라스,시계,페이스챠트,아웃도아허리쎅(비상금,파워젤1),발가락골무,젖꼭지밴드,아식스화.
(구간기록)
00-04k 04-17.5k 17.5-20k 20-25k 25-27.5k 27.5-33.5k 33.5-F
계획 0000/0:22 0:67.5/1;29.5 0:16.5/1:45.5 0:25/2;10.5 0:15/2:26 0:33/2;59 0;57/3;56
(5분30초) (5분) (6분30초) (5분) (6분) (5분30초) (6분30초)
실제 0000/0:22 0:72:00/1:33 0;14:00/1:48 0:25.5/2:13.5 0:15/2:28.5 0:40.5/3:09 0:55/4;04:41
(5분30초) (5분20초) (5분36초) (5분4초) (6분) (6분45초) (6분19초)
주로 언덕 내리막,평지 오르막 내리막 오르막 평지 오르막후내리막
특징 구간 2 키로
(대회후기)
-D-1.
대회전 2 일간 컨디션 부조에 초기 몸살감기로 매일밤 타이레놀을 복용하면서 그럭저럭 컨디션을 유지해간다.
설상가상,두딸들이 애기들과 신랑들을 데리고 집에 와서 하루밤을 자고 가겠다며 오니까,그 순간부터 우리집은 아수라장에 술판까지 질펀하다.
하두 매양 올때마다 달리기베낭을 꾸려대니까 이제는 나는 제쳐두고 일정을 잡고 진행하는듯하다.
새벽 1시까지 애기들 울고,웃고,떠들고,노는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3시간 남짓 어설프게 눈을 붙이고 일어난다.
-D데이.
아침 4시반,일어나 베낭 점검하고 5시에 집을 나선다.
어제밤에 사위들과 같이 먹은 각종 군것질 때문에 밤새 위가 더부룩 하기도 하고,새벽까지 나 대신 사위.딸에게 와인접대한 마눌 깨우기도 뭐해서 어제 미리 사두었던 백설기떡을 들고 나와서 시간 여유도 있기에 김무언선배가 타는 정자역으로 향한다.
잠실역에서 곽화진,김정덕선배를 만나 6시반에 대회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중간에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잔치국수국물에 싸가지고 간 떡을 먹고 다시 출발,두시간만에 대회장인 따뚜경기장에 도착한다.
따뚜가 무슨뜻인지를 몰라서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군대에서 귀영을 알리는 나팔소리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긴 했는데 아침의 쌀랑한 느낌에 탈의실로 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서성거리고만 있다.
이런 때일수록 빨리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도하고 워밍업도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나 혼자 돌출행동을 할수가 없다.
괜히 초장부터 고수인양 설치고 개폼잡다가 복날 똥개맨치로 개거품물고 들어와서 개망신할까봐서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배동성의 사회로 대회가 시작되고 원주시장이 총을 뽑는다.10시에 탕~!
0-4키로구간.
대회책자의 고저도에는 분명히 평지로 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언덕이 시작된다.
몇년전 9월에 원주치악마라톤에서 수마클 이종애씨의 첫풀 페메로 나섰다가 길고긴 언덕구간과 30도를 웃도는 더위로 페메가 먼저 탈진하는 망신을 경험했던 곳이라서~
물론 그때하고는 대회주체도 코스도 다르다.
그 이종애는 이번 중마에서 서브 3를 했고 난 지금도 계속 헤메는 중이다.
이번에는 지형별 특성에 맞추고 온갖 지혜와 통빡을 총동원하여 구간별페이스전략을 세웠는데 시작부터 지형이 어긋나니까 당황스럽다.
그래서 5키로구간이 아닌 지형별구간이 된 것인데....이것 참~쩝쩝.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곽화진선배와 조우하고 다른분들은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운동화밑창의 골에 조그만 돌조각이 박힌채로 뛰려니까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돌을 빼내고 보니 곽선배도 없고,모든 주자들이 초반부터 엄청 속도를 내며 달린다. 왜 그럴가?
겨울의 지방대회는 나름대로 골수이자 고수들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내빼는 것은 후반의 언덕을 감안해서 초반에 시간을 좀 벌어 놓을려고 하는것이다 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몸도 안 풀리고,컨디션도 별로이고,언덕부터 나타나서 체력소모가 걱정되지만 나도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대로 달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손해 본다는 기분으로 군중의 힘에 휩싸이는 것이다.
평지구간으로 예상했던 언덕구간을 초반부터 계획속도와 일치하는 5분페이스로 정확히 20분에 통과한다.
콧물이 콧구멍을 막고 숨은 턱에까지 차오른다.
오버 페이스인 것 만은 분명하다.
4-14키로구간.
단계삼거리에서 시작되는 내리막과 약간의 평지가 혼재된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이제 풀린 몸을 5분의 페이스로 얹어 가속을 시켜야 한다.
지형특성상 가장 가볍게 속도를 더하여 주로전체의 페이스에 자신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구간이다.
의지와는 달리 여전히 숨통은 트이지 않고,다리도 무겁고,팔의 흔들림도 어색하고 둔하다.
정신과 몸이 일체가 되어야 하는데 의지로만 달리고 있다.
이런 달리기가 체력소모가 빠르고 무모한 줄 알면서도 오늘은 페이스 새끼줄의 족쇄에 묶여있다..
헐레벌떡 달리기로 10키로 쯤의신평초등학교에 이르니 다소나마 진정이 되고 앞뒤옆주자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게된다.
앞에는 이경두원장,옆에는 정진원씨,뒤에는 장재연씨로 100회와 칠마회소속의 역전노장들이 호흡도 고르게 뛰고있다.
목표시간을 물어보니 칠마회 장재연씨는 서브 4이고,나머지 두사람은 3시간45분이다.
이팀에 편승하여 분위기도 살리면서 페이스를 잃어 버리지 않도록 가능한한 오래동안 동반주를 하기로한다.
12키로 쯤해서 김정덕선배가 반환점을 돌아 오는 것을 본다.
현 싯점에서 최소한 나보다 25분 이상을 앞선 것이고,별 이변이 없는한 오늘도 3시간30분대를 무난히 달성할듯하다.
반환점인 14키로를 1시간 14분에 지나고 이번구간 페이스는 5분18초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좀 까먹었지만 내리막과 평지가 혼재된 구간을 나름대로 잘 선방한 것이다.
14-17.5키로구간.
실제로 전구간중 9키로지점부터 이번구간인 17.5키로까지는 나름대로 교통통제도 신경쓰고, 시야가 탁트인 논과 들판이 펼쳐져
있어 맑은 공기와 함께 지방대회참가의 보람을 느낄수 있다.
바로 다음구간부터 닥치는 불편한 감정은 지금까지는 전혀 알수가 없고 기분도 체력도 Goooood 이다.
반환점까지 그런대로 잘 뛰었다는 안도감으로 조금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이 구간은 5분26초의 페이스로 통과한다.
잠시 방심했다.
넷타임 1시간33분이다.
17.5-20키로구간.
이번 주로중에서 처음으로 언덕다운 급경사 구간이다.
치악환경산업까지의 우측으로 살짝 굽은 길은 평소 언덕훈련을 하지않은 내게는 큰 파도로 다가온다.
시야도 좁고,차 통제도 잘 안 되어있어 질주하는 차가 내뿜는 매연까지 체력과 심기를 어지럽힌다.
여기서 본의 아니게 칠마회와 100회 회원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기 발동하여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계획상 6분30초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데 5분36초로 목표지점을 통과한다.
미쳤다.돌았다.아이구~또라이 같으니라구.
그래도 전체구간의 계획시간보다 아직은 2분30초가 느리다.
20-25키로구간.
다시 이 주로에서 마지막으로 긴 내리막구간이다.
체력은 그런대로 아직까지는 잘 받쳐주고 있고 45도 각도의 뒷바람에 실려 약간 더운듯 했던 체온도 쾌적감을 더해준다.
지금까지의 주행중에서 가장 발걸음이 경쾌하고 빠르다.
탄력받았을때 몰아치고,이렇게만 된다면 서브4도 조금 여유있게 달성하겠다는 자신감이 앞서고 그럴수록 하체는 더욱 가속을 받
는다.
갑자기 어떤 주자가 옆에 다가오더니 10키로 정도를 쫒아 왔는데 폼이 유연해서 하나도 힘이 안들어 보일 정도로 경쾌하게 뛴다고 한다.
주법이 부러워서 계속 관찰하면서 왔단다.
지금까지는 폼이 경직되어 있다는 소리만 들었는데 처음으로 들어보는 칭찬이 싫지만은 않다.
기분이 업되어 지정초교앞 삼거리를 나는듯이 통과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실제 결과는 조금 실망스러운 5분4초페이스로 25분20초에 구간을 통과한다.
25-27.5키로구간.
만낭포주유소를 조금 지나는 지점까지 다시 나타나는 약간의 오르막 구간이다.
약한 경사지만 실제 느끼는 몸의 체력은 큰 부담으로 하체를 붙든다.
그래도 예상 페이스인 키로당 6분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맞추어 본다.
30키로구간을 넘어서는 마의 구간에 대한 불안감이 벌써부터 등뒤에 매달린다.
6분 페이스로 구간기록 15분에 끊는다.
27.5-33.5키로구간.
보통삼거리,사제삼거리를 지나 원주면허시험장을 거쳐 거장아파트에 이르는 평탄한 주로지만 교차로에서만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차량운행에는 제한이 없어 거의 직선 주로에 의한 시각적 지루함과 매연에 대한 짜증이 겹쳐서 인내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니,그 보다는 체력고갈에 따른 의욕상실이 더 솔직한 표현이다.
이 구간에서는 나와 동반주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내 시야에서 뒤쳐져 있던 모든 사람들을 앞서 보내야 하는 힘든 구간이다.
과연 내가 피니시라인까지 걷지 않고 들어 갈 수있을까,이러다가 5시간 정도에 겨우 들어 갈지도 모르겠다는 절망감이 꿈틀거린
다.
이제 서브4는 물건너 갔고,4시간10분대도 어렵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이어지고~
물 먹은 솜처럼,비에 젖은 소금가마처럼 온몸은 축 쳐지고 발걸음은 질질 끌린다.
당초의 예상페이스 5분30초를 어처구니 없게 만드는 6분45초 페이스로, 구간기록 40분30초에 턱걸이로 걸친다.
33.5-피니시구간.
계속 오르막과 평지가 숨바꼭질하다가 마지막 2키로를 내리막으로 끝내는 피날레구간이다.
전 구간과 마찬가지로 피로와 배고품에 쩔어서 38키로지점을 패잔병 모양으로 오는데 거짓말같이 쵸코파이와 바나나가 놓여있다.
그동안 참았던 소변도 보고 바지춤을 올리면서 옛날 배삼룡 코메디 맨치로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하는데,하필이면 그 장면에
서 곽화진선배가 짠~하고 나타난다.
어느만치에서부터 계속 따라왔다고 하는데 4키로지점에서 휑~하고 달아 났다가 이제 요놈하고 잡힌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기서 부터 새로운 힘이 솟고,몸도 가벼워진다.
곽선배가 무슨 사이비교주도 아닌데 만나자 마자 갑자기 聖靈의 힘(?)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언덕에서는 나 혼자 구령도 붙이면서,곁의 주자에게는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40키로구간에 도착한다.
바야흐로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내리막구간이다.
연료도 다시 채웠고,성령의 힘이 실린 날개도 달았으니 이제는 거침없는 하이킥과 천하무적의 날쌘돌이처럼 앞의 주자들을 하나둘씩 추월해 나갈뿐이다.
오늘은 달리는 동안 내 시야에 여성주자를 놓고 달린적이 없는데 이제야 처음 여성주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조금도 지친 흔적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달리는 이 사람은 언뜻보아도 모습이 상큼하다.
건강하고 젊은 여성의 성적 매력 포인트는 히프에 있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속도감있게 흔들리는 히프의 율동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식욕을 왕성하게 한다.
나타난 첫 먹잇감을 그대로 놓쳐 버리는 동물은 지구상에는 없다.
아프리카초원의 표범이 가젤영양을 덮치듯이, 소리소문없이 다가간다.
50,40,30,20,10......그렇게 그렇게 시나브로 ,적당히 살찐 아담한 히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거리를 좁힌다.
드디어 먹잇감에게 달려들어 덮치기 좋은 찰라의 순간, 모든 동작은 스로우비디오로 슬며시 흘려 보내며 눈길만 마주친다.
마주치는 눈빛은 밝은 햇살에 맑고 따뜻하게 교차한다.
나~ 어쩌라구! 나~ 어떡해! @@@@@@@
먹잇감을 잡아 채는 야성의 불타는 눈빛은 어느새 온유한 인간의 눈빛으로 전환된다.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와 마지막 힘을 다하는 스퍼트 순간에 느끼는 심장의 비트!
내 몸에 불붙는 불꽃의 향연!
마라톤의 참맛은 바로 이것이다.
드디어 멀리 피니시라인의 아치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대로의 가속탄력으로 골인한다.
내 시계의 총 넷타임은 4시간4분44초이고,대회본부측의 핸폰 메세지는 4시간4분41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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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는 고요한 호수의 평상심으로 회귀한다.
(아직도 못다한 말...)
대회 끝나고 나오는 맛있는 순두부백반과 무제한으로 주디끼하는 동동주가 내 마음을 세상 부러울게 없이 만든다.
대회장의 깨끗한 화장실에서 뜨거운 온수로 머리도 감고 대충 씻은 다음 한강달 4명은 잽싸게 버스에 올라 출발한다.
몇십분 늦게 출발하면 그 결과는 몇시간 늦게 도착한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우리 일행은 다 알고있다.
그러한 통빡과 머리굴림으로 세시간만에 신천역에 도착한다.
사우나를 생략하는 것으로 의견일치가 되어 돼지갈비식사로 순서가 자동이월된다.
예의 우리식대로 소주 각 일병이다.
오늘도 장원은 김정덕선배인데 당연히 식사비부담을 자청하고 나선다.
우리 한강달에서는 언제나 김정덕선배참가=장원의 등식이 성립되는데 이것 참 하루이틀도 아니고 난감하다.
장원한 사람은 오히려 비용부담에서 제외시켜주는 것도 어떠할 지~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듯이,술 한잔 더하고 싶은데 나서는 분이없이 다들 엉거주춤하다.
이차 생맥주 500CC 없이 그냥 그렇게 그대로 헤어지기로 한다.
그래 이거야,이것이 맞다,잘 됐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조금은 허전하고 옆구리를 스치는 바람도 쌩~하다. (끝)
첫댓글 이번에도 좋은기록으로 완주 하셨습니다. 축하 합니다. 그런데 교통관리가 안됬어요? 거긴 가지 말아야 겠네!
생동감있는 완주기로 마치 내가 참가하여 달린는듯 느껴집니다.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옮긴다요? 천부적인 문장가 올씨다.저는 뛰고나면 날씨 좋았다 언덕이 많았다 차량이 무서웠다 많이 걸었다 등등 원시적인 기억밖에 없는데 아주 실감나게 재밌게 올려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열심히 연습하셔서 타고난 좋은 체격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활력을 주는 완주기,마라톤의 매력이 물씬 풍깁니다.완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