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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읽은 글 중에 흥미있는 글이 있어 여러분께 나누어 드립니다.
Seung-pyo Eun MD, PhD
Orthopaedic surgeon, Medical correspondent
Univ. of Vermont, Department of Orthopaedics
Division of Sports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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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논쟁 - '저지방'이냐? '저탄수화물'이냐? -
Rescent Debate in Diet -low fat diet vs low carbohydrate diet-
=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논쟁
우리 나라도 마찬 가지이지만, 피트니스 산업의 천국인 미국에서,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 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고있고, 서점에는 한 쪽 벽면 전체가 온통 다이어트 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걸 먹는 것이 좋다, 저걸 먹으면 쫙 빠진다. 운동을 해라, 누구는 운동 안 해도 빠질 수 있다... 등등... 모두가 자신의 방법이 최고이고, 다른 것은 거짓말이며, 더 이상의 방법은 없는 것처럼 각종 매체를 통하여 선전을 하므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이어트(diet)의 어원은 라틴어 'diaeta'와 그리스어 'diaita'에서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way of life' 내지는 'regimen'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로서, '적절한 음식 섭취를 통해서 조화로운 신체의 발달을 도모하는 생활 방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어원대로 몇 일, 몇 달 정도 시행하다 그만 두는 일시적인 도구가 아닌, 평생을 지속해 나가는 '생활 방식'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근육을 덮고 있는 군살을 빼서 남들에게 호감 가는 몸매를 가져보자는 것이 초점이 되어버린 다이어트 분야는,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워나간 결과, 이제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한 건 터뜨리기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고 부가가치 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 많고 새로운 방법이 계속 나오고 사라진다는 것은, 역으로 그 동안 어떤 방법도 확실히 효과로써 절대적 위치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런 미국에서 최근, 다이어트의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심각했는데, 그 발단은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라는 의사가 펴낸 'Dr. Atkins' New Diet Revolution'(앳킨스 박사의 새로운 다이어트 혁명)이라는 책이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부터 입니다.
앳킨스는 이미 1972년 'Dr. Atkins' Diet Revolution'이라는 책으로 베스트 셀러 저자가 되었던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 양반의 주장은 '기름이 잔뜩 낀 고기 등의 고지방 식품을 마음껏 먹더라도, 음식에서 탄수화물만 줄이면 살도 빼고,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도 안 걸리고, 있는 병도 다 낫고...' 한다는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 법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당시 상식으로 정착되어 가던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에 의한 다이어트를 정면으로 반박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1992년 'New'자를 하나 더 붙여 발행한 개정판이 다시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 주목을 끌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은 그 동안 수도 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특별할 것 까지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앳킨스가 1992년 'New'자를 붙여 다시 펴낸 'Dr. Atkins' New Diet Revolution'이라는 책이 천만부 이상 팔려나가고, 과거 7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공격적 경영에 힘입어, 비슷한 내용의 여러 가지 소책자, 요리책, 비디오, 카셋트, 보조 식품, 비타민에 심지어는 주방 용구 까지 100가지가 넘는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된 것입니다.
건강에 대해 미국 정부의 방침을 결정하는 곳은 'U.S. Department of Agriculture(USDA)'입니다. (이름은 '농무부'인데 '보건 복지부'의 역할을 같이하는 모양입니다.) 건강에 관련된 조사를 시행하고, 다른 기관에서 이루어진 연구 들을 종합 평가하여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곳입니다. 그 동안 모든 식품에 'Nutrition Facts(성분 분석표)'를 부착시켜 소비자가 쉽게 어떤 음식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였고, 'Foot Guide Pyramid' 등을 제정하여 어떤 식으로 음식을 골라야 하는가를 홍보하였으며, % Daily Value(과거에 RDA: Recommanded Dietary Allowance로 불리던 수치)를 정하여 적정 영양 섭취량을 권장하는 일 등을 하였습니다. 사이비 단체도 많지만, 정부가 아닌 일반 단체로서, 비교적 이 분야에서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거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모임은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ADA, 미국 영양사 협회)'가 꼽히는데, 이곳 역시 USDA와 거의 의견을 같이합니다.
이쯤 되자 이 분야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USDA, ADA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 잠깐씩 나왔다가 사라지던 여타 'fad diet(잠깐 관심을 끌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는 다이어트 방법들을 싸잡아 부르는 용어)'들이야 그냥 놔두면 자연적으로 없어지곤 했는데, 이건 그게 아니라 말이죠. 이미 70년대에 나왔던 '앳킨스 다이어트'에 대해서 '이단'이자 'fad diet'라고 규정한 적이 있었고, 그 동안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이 문제의 '앳킨스 다이어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검토를 하게 되었습니다.
'앳킨스 다이어트'와 같은 방법들을 통틀어 '저탄수화물 법(low carbohydrate method)'이라고 부릅니다. 전통적인 다이어트 방법의 기본인, 지방 섭취를 줄이는 '저지방' 방식이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여 신체의 대사과정을 지방이 연료로 소모되도록 전환시키고, 대신 단백질 및 지방을 자유롭게 섭취함으로써, 잘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앳킨스는 우선 미국 농무부(USDA)의 통계를 역으로 인용하며 정부 및 영양학자들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조사 결과를 보면,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10년간 '저지방' 방식에 의한 다이어트를 미국 국민들에게 집중 홍보해온 결과, 식사에서의 평균 지방 섭취량은 40%에서 33%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이 줄어들어 칼로리가 덜 농축된 음식을 섭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오히려 10%가 증가하였고, 그로 인해 지난 30년간 25% 정도에서 머물 던 비만 인구가 오히려 33%로 증가하여, 약 1000만명의 비만 환자가 새로 발생하였다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실패로 드러난 다이어트 정책을, 정부는 단순히 사람들의 노력 부족으로만 돌리고 있다면서, 앳킨스는 자신의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를 인정하지 않고있는 USDA, FDA, ADA 등을 싸잡아 마구 비난하였습니다.
= 저지방/고탄수화물 다이어트 방식의 이론
그러면 먼저 주류 단체(USDA, ADA 등)에서 권장하는 '바람직한 음식 섭취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이어트의 방법은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일반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목적, 체중 조절의 목적,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목적 등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지만, 모두에 해당되는 보편적인 내용은 1995년 USDA에서 발표한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미국인을 위한 영양 섭취 권장 지침)을 참고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해당되겠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같은 종인 '인간'이 먹는 것인데, 큰 테두리 까지 달라지진 않는다고 봅니다.
1. 다양한 음식을 섭취한다.
2. 신체 활동량과 균형을 맞추어 먹는 양을 조절한다.
3. 곡식류, 야채, 과일을 많이 먹는다.
4. 지방, 특히 포화지방(saturated fat)과 콜레스테롤(cholesterol)을 되도록 적게 먹는다.
5. 설탕은 적당히 먹는다.
6. 소금은 적당히 먹는다.
7. 알콜성 음료는 적당히 먹는다.
어디서 다 들어본 이야기죠?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를 잘 지켜나가는 사람은 훨씬 더 드뭅니다. 그 이유는 문명화 된 사회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 이러한 원칙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있고, 생활 습관이 이에 역행하는 쪽으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당연한 원칙들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다이어트 방법 들은,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실제로 시행하기는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게 되고, 결국은 쉬운 방법을 내세워 한 동안 사람들을 유혹하여 돈을 챙기고 사라져버리는 'fad diet' 방법이 난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fad diet'의 대표적인 예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1. 단식(fasting)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200일 이상 굶을 수 있고, 이로서 150파운드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음식 섭취를 완전히 제한하는 경우, 신체는 이것을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모든 영양소를 아껴 쓰는 체제로 전환을 합니다. 그 결과 대사량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비상 연료처럼 인식되는 체지방은 줄어들지 않고, 대신 근육을 분해하여 연료로 쓰기 때문에 아까운 근육의 소실이 일어납니다. 또 생리적 현상에 의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성 피로, 저혈압, 어지러움, 월경 주기 변화, 요산 증가로 인한 통풍 악화, 신장 결석 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원히 굶고 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식사 패턴으로 다시 복귀하면 빠른 속도로 체중이 다시 늘어납니다. 이때 다시 불어난 체중은 대부분 지방이므로 체중의 구성 성분 비율은 시작 전보다 못한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소위 '요요 현상(yo-yo)'이 일어납니다.
2. 보강 단식(supplemented fasting)
소량의 단백질 혹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며 칼로리를 극도로 제한하는 방법입니다(보통 하루 1000 칼로리 이하). '특수 식품'임을 주장하는 '보충제'가 등장하거나(예: XX사의 000을 이용한 다이어트), 사람 이름, 특정 식품의 이름이 붙습니다.(예: 탤런트 000식 다이어트, 포도 다이어트) 완전 단식에 비해서 근육 소실은 조금 덜하지만, 역시 비슷한 한계에 부딪치므로 지속적인 체중 감소 유지가 힘들며 부작용이 있습니다.
3. 저탄수화물/고지방 방식 다이어트(low carbohydrate/high fat diet)
맘대로 먹고 자도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방법들 입니다. 뒤에 자세히 설명합니다.
4. 각종 특수 약물을 이용하여 운동, 식사 조절 없이 지방을 뺄 수 있다는 방법들
'식욕 억제제', '이뇨제', '지방 흡수 억제제', '호르몬 제제', '지방 연소제' 등이 등장합니다. 모두 부작용이 있는 '약물'로서 일반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중 '식욕 억제제'나 '지방 흡수 억제제' 등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중증의 비만 환자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쓰이는 '약'입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일반인이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OTC:Over The Counter) 제품으로 구분되어 있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 전구 물질'이나 에페드린(ephedrine), 카페인(caffeine) 등을 섞은 '지방 연소제(fat burner)'로 불리는 제품 들도, 극단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사용하는 보충제로서의 역할이지, 선전처럼 앉아서 이것만 먹으면 살이 쫙 빠질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5. 부위별로 지방을 뺄 수 있다는 각종 기구들
마사지, 사우나벨트, 전기 자극기, 여러 가지 가정용 운동 기구들이 매일 같이 등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능동적인 신체 동작 없이 편안하게 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방법을 내세우며 왼쪽에는 '사용 전'(찡그린 얼굴), 오른쪽에는 '사용 후'(방긋 웃는 얼굴) 사진을 보여주는 선전은 거의 100% 사기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의 이론
이러한 주류 단체의 이론을 반박하고 나온 '앳킨스 다이어트'의 이론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의 대명사 격인 '앳킨스 다이어트'는 모든 비만의 원인을 칼로리의 과다 섭취보다는 신체의 '대사(metabolism)' 과정에 생긴 문제로 해석합니다. 비만인 사람들이 먹는 식사의 칼로리를 계산해 보면 정상인 보다 크게 높지 않으며, 오히려 덜 먹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이 대사 과정에는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슐린은 혈당(blood sugar) 수치가 올라갔을 때 췌장(pancreas)에서 분비되어 당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대사 호르몬 입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됩니다. 그런데 모든 호르몬이 그렇듯이 인슐린도 혈당 조절 이외에 여러 가지 다른 작용을 합니다. 거기에는 지방 축적을 조절하고, 아미노산 및 탄수화물의 이동에 관여하고,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 식욕 조절, 신장에서의 수분 조절을 하는 등의 작용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상황에서는 반사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만성적으로 증가해있는 '고인슐린증(Hyperinsulinism)'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인슐린의 부작용으로 인해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 등의 만성 질환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혈액 내에 만성적으로 인슐린 수치가 증가하고, 그 결과 지방을 저장하는 쪽으로 대사 과정이 적응해버린 상태가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때 원인을 제공한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지방을 분해하는 쪽으로 대사 과정이 다시 전환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음식 양을 크게 줄이지 않고, 지방이 많은 음식을 마음껏 먹더라도 오히려 체지방이 분해되어 나온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지방이 분해된 증거로 소변에서 '케톤(ketone)'이라는 물질을 측정할 수 있으며, 지방을 분해하는 'Fat Mobilizing Substance(FMS)'가 발견 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의 실패
여기서 잠간 이야기를 돌려, 미국 정부가 채택하였던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으로 표현되는 전통적인 다이어트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이유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과 이로 인한 심혈관 질환(사망률 1위) 발생율을 줄임으로써, 국민을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80년대에 시작한 이 다이어트 정책의 초점은 음식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데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혈관 벽에 붙어있는 지방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원인 물질의 섭취를 직접적으로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엄청난 돈으로 여러 가지 홍보 수단을 동원하여 '지방은 나쁜 놈이니 무조건 빼고 먹자'는 것을 강조하였고, 모든 식품에 'Nutrietional Fact(성분 분석 표)'를 부착하여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등 구성 요소의 함량을 표시하도록 하였습니다. 버터를 듬뿍 넣고, 기름에 지글 지글 튀겨 만든 맛있는 음식을 팔아오던 식품 회사, 식당에서는 졸지에 지방이 국민의 적이 되어버리자, 음식에서 지방을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음식에서 지방을 뺀 결과는? 당연이 맛이 없어지는 거죠. 맛이 없으면 잘 팔릴 리가 없고… 이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지방을 빼고도 음식을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을 줄이면서도 맛있게 만드는 방법… 그것은 음식에 '정제된 탄수화물(refined carbohydrate)'을 증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탄수화물의 원료는 주로 쌀, 밀 등의 곡식과 과일, 야채 등인데, 이들 음식들은 수확 당시에는 알갱이가 크고 거칠기 때문에 별로 맛이 없고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됩니다.(예: 현미) 그래서 이것을 공장에서 잘게 부수고, 갈아내고, 정제하여 색깔이 하얗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며 소화도 잘 되는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예: 도정한 백미) 또 오래 동안 저장하기 위해서 첨가물을 섞어 가공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본래의 형태와는 다른 탄수화물 원료들이 음식에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방은 줄였기 때문에 포장에는 '저지방(low fat)', '무지방(non-fat, skim)' 등의 글자를 크게 넣어, 정부의 권장량 보다도 훨씬 지방을 줄인 '건강한 식품'임을 강조하였지만, 실상은 '정제된 탄수화물'이 증가한 또 다른 '나쁜 음식(junk foot)'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숨겨진 지방이 많다고 알려진 고기, 달걀, 유제품 등의 자연 식품 대신 '정제된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가공 식품들을 선택함으로써, 지방 섭취는 낮아졌지만 탄수화물 섭취량이 훨씬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면 탄수화물의 과량 섭취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 글라이세믹 수치(Glycemic Index : G.I.)
음식을 구분하는 척도 중 '글라이세믹 수치(glycemic index)'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의 구성 성분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으로 나누기는 하지만 실제 음식은 이런 성분들이 여러 가지 비율로 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먹은 음식이 실제 몸 안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현상은 성분에 근거한 수학적 계산 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먹은 음식이 장을 통해 흡수되어 이용되는 과정을 실제로 평가하여 각각의 음식을 비교하는 척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글라이세믹 수치라는 것은, 음식이 장을 통해 흡수되어 혈액 안으로 들어가 혈당을 높이는 속도를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인 '글루코스(glucose)'에 비교 평가한 수치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한 음식의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다는 것은 빨리 흡수되어 혈당이 빨리 올라간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혈당이 빨리 올라가면 신체 내에서는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Insulin)' 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이렇게 '인슐린'이 만성으로 증가해있는 상태에서는 점점 인슐린에 대한 불감증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슐린의 부작용에 의한 지방의 축적이 늘어나,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의 성인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 중에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은 영양소는 단연 탄수화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대사 이상에 의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탄수화물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이란 성분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영양학자들은 탄수화물을 그 분자 구조에 따라 '단순 탄수화물'과 '복합 탄수화물'로 나누고, '복합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일이 실제로 먹는 음식물(예를 들어 찐 감자, 프랜치 프라이 등)의 글라이세믹 수치를 조사해본 결과 '복합 탄수화물' 중에서도 상당 수가 높은 '글라이세믹 수치'를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복합 탄수화물로 잘 알려진 '찐 감자'는 실제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아 혈당을 빨리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 설탕은 생각보다는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행하는데 있어서 이 글라이세믹 수치를 탄수화물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탄수화물의 글라이세믹 수치는 세 가지 조건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첫째는 알갱이의 크기입니다. 잘게 쪼갤수록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글라이세믹 수치가 증가합니다. 가루로 만든 곡식(밀가루, 녹말가루 등)은 당연히 글라이세믹 수치가 증가합니다.
둘째는 녹말(글루코스 덩어리)의 '젤라틴화(gelatinization)' 정도입니다. 탄수화물에 열을 가하고 물에 넣어 요리를 하면 녹말이 부풀어 끈적 끈적해집니다.(탕수육 국물처럼) 이런 상태에서는 흡수가 빨라지므로 글라이세믹 수치가 증가합니다.
셋째, 녹말은 두 종류의 구성 형태가 있는데, 아밀로스(amilose)와 아미노펙틴(aminopectin) 중에 아미노펙틴이 많을수록 흡수가 빨라져 글라이세믹 수치가 증가합니다.
질병의 역사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근 10000년 이상 '고탄수화물' 식사를 해오면서도 별 문제가 없었던 인간에게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이 증가한 것은, 19세기 후반 '고속 제분기(high speed steel roller mills)의 발명과 시작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분기가 나오기 이전, 사람들은 쌀, 밀 등의 곡식을 대량으로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거칠고 알갱이가 큰 곡식으로 만든 빵, 밥 등을 주식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글라이세믹 수치가 낮은 탄수화물을 주로 먹었던 것입니다.
농업 기술이 발달되어 수확량이 늘어나고 제분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좀 더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곡식의 껍질을 벗겨내고, 잘게 부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하얀 쌀밥과 보들보들한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게는 되었지만, 잔 머리 굴린 대가를 치루게 됩니다. 밀을 분말로 만들고, 쌀의 껍질을 벗겨내자 글라이세믹 수치가 증가한 것입니다. 보기에 좋고, 맛있으며, 소화가 잘 되기는 하지만 흡수가 빨라진 탄수화물을 많이 먹은 결과는… 혈당이 증가하여 만성적인 '과인슐린혈증(hyperinsulinemia)'을 유발하였고, 이내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비만 등의 만성 질환이 증가한 것입니다. 인간이 발명해 낸 기구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 또 다른 예가 되겠습니다.
실제 미국인들이 '탄수화물 원'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순위를 보면, 으깬 감자, 흰 빵, 시리얼, 갈색 빵, 오랜지 주스, 바나나, 흰 쌀, 피자, 파스타, 머핀 등, 대부분이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은 식품들입니다. 온통 관심이 '저지방'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방만 줄이면 좋은 음식이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지방 섭취량은 훨씬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탄수화물, 그 중에서도 흡수가 빨라 혈당을 순식간에 증가시키는,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은 탄수화물의 섭취가 급증하였습니다.
결국 80년대 이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미국 정부의 다이어트 정책이 실패한 데에는, '저지방'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글라이세믹 수치가 높은 탄수화물'에 대한 대처를 못한 것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탄수화물/고단백' 방법을 주장하는 부류 뿐 아니라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을 고수해 온 주류 다이어트 학자들도 이미 이런 '탄수화물의 질'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 주류의 앳킨스 다이어트에 대한 반박
다이어트 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앳킨스 다이어트 법을 이단으로 규정한 주류는 다음과 같은 이론으로 앳킨스 다이어트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 앳킨스 다이어트에서 첫 주에 일어나는 체중 감소는(주당 약 5~8파운드: 약 2.3kg~3.6kg)는 수분과 전해질 소실에 의한 것이고, 이후 계속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여타 'fad diet' 방법과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에 의한 것이다.
- 앳킨스 다이어트에서 지방의 분해 산물로서 소변에서 측정하는 케톤(ketone)이 칼로리 소모를 의미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 지방 분해 물질(fat mobilizing substance)가 소변에서 발견되긴 하였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 지방은 탄수화물 보다 칼로리가 높으므로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대체한 방식의 다이어트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체중 감량이 점점 어려워진다.
- '고지방' 방식의 다이어트를 계속 지속할 경우 콜레스테롤 증가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요산 증가로 인한 통풍 악화, 구역질, 탈수,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원래의 식사 습관으로 돌아갈 경우 체중이 급격히 다시 증가한다.
- 근육(lean body mass)의 소실이 일어난다.
= Great Diet Debate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가?
결국 지난 해 USDA가 이들, 즉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을 주장하는 전통 주류 다이어트 파와 '저탄수화물/고단백' 방식의 다이어트를 주장하는 파의 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싸움을 붙이는 행사를 주최하였습니다. 이름하여 'Great Diet Debate'… 서로 극단적인 반대 의견을 주장하여 백만장자가 된 다이어트 전문가 들이 모여 싸움을 한다... 흥미진진하죠?
그런데 결과는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은근히 서로 거품 물고 논쟁을 벌이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할아버지들이 단상에 올라와서 '그래~ 너 잘났다 쟈식아!' 하며 서로 한방 먹이는 광경을 기대했었지만, 실제로는 서로 공감대를 확인하며 조용히 끝났다는 이야기입니다.
단 한번, 앳킨스가 "내가 개발한 다이어트 법으로 환자들의 심장병 발생률이 확 줄었어."라고 이야기하자, 저지방 다이어트와 심장 질환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로 유명한 주류의 대표 주자, 딘 오니시(Dean Ornish)가 대뜸 일어나 "그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자료를 한 번 눈으로 확인해 봤으면 좋겠군."하고 비꼬면서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앳킨스는 자신의 환자에 대한 체계적 임상 연구는 시행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앳킨스가 "난 너네들처럼 연구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연구를 진행할 수가 없었어."라고 변명을 하자, 오니시가 "아니, 책이 천만부가 팔려나가고 주방기기 까지 불티나게 팔리는데, 연구에 쓸 돈이 없다니 말이 되니?"하고 되물었고, 이내 앳킨스는 "이제 시작할거야. 너무 그러지마..."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시시하다...^^
그리고 모였던 사람들은 대부분의 문제에 동감하였다는 후문입니다.
아니? 책 표지엔 완전히 반대의 주장이 쓰여 있고, 그것을 방송 등에 나와서는 자기 방법이 최고라고 거품 물고 떠드는 것을 눈으로 보았는데, 이제 와서는 서로 공감대를 확인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 다이어트 책의 허와 실
그래서 현재 미국에서 잘 팔린다는 다이어트 책들을 죄다 구입하여 실제 내용을 보았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다이어트 책 들은 대부분 의사가 쓴 책들인데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저지방/고탄수화물' 방식의 다이어트를 고수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탄수화물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면서 탄수화물의 질을 따지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부류는 '저지방/고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실패를 비판하면서 '저탄수화물/고단백질' 방식의 다이어트를 주장하는 책들입니다. 그 외에도 특수한 방법임을 주장하는 'fad diet' 책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다이어트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앞 쪽은 왜 이 다이어트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 근거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드라마틱학 체험 수기를 소개한 후, 뒤 쪽에서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식단(recipes)과 함께 소개합니다. 그리고 겉 표지에는 마치 이책 한 권이면 끝장을 본다는 식으로 광고가 되어 있습니다.
이들 책들을 보고 나니깐 기대했던 '다이어트 공방'이 싱겁게 끝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부류의 책 내용에는 모두 크게 틀린 이야기가 없었고, 서로 비슷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모두 초반기에는 칼로리를 많이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적당량의 탄수화물/적당량의 단백질/적당량의 지방'으로 구성된 식단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된 경우는 별로 없지만 모두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앳킨스는 지속적인 식사 습관의 유지를 위해서 지방을 제한 없이 먹도록 놔둬도 된다고 이야기 하고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을 일부러 더 먹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 책에 적혀있는 식단은 맘대로 먹는 것 과는 거리가 먼 상당히 절제된 음식들 이었습니다. 이것을 선전에는 마치 먹고싶은 만큼 마음대로 먹어도 되는 것처럼 좀 과장해서 표현을 한 것 뿐입니다. 한편 저지방 다이어트 부류 역시 탄수화물을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앞서 이야기 한대로 양질의 탄수화물을 골라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장 식단의 탄수화물과 지방의 양에서 서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칼로리를 절제한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취지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럼 왜 들 난리를 친 거냐?
왜긴요… 그 결과 모두 백만장자가 되었는데…^^
결국 앳킨스는 기존의 알려진 경험들을 종합하여 '저탄수화물/고단백질'을 골자로 한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그 표현 및 홍보 과정에서 좀 많이 오버한 이유에 기존 주류에게 필요 이상의 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저지방/고탄수화물' 방법을 고수하는 주류 다이어트 학자들도, 탄수화물의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저탄수화물/고단백질 다이어트' 그룹의 판매 전략적 공격 목표가 되어, 동네 북처럼 얻어 맞고 다니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의 내용
그런데 여러 책들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앳킨스 방법을 포함한 '저탄수화물식' 다이어트의 큰 허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건강한 신체를 추구하는 작업', 즉 피트니스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피트니스 작업의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은 '운동 및 영양'입니다. 그래서 운동이 포함되지 않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통계에서도 보여주듯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원하는 건강한 육체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앳킨스의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는 4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Indcuction stage(유도기)
2. Ongoing Weight Loss(OWL) stage(지속적 체중 감소기)
3. Pre-Maintenance stage(유지 준비기)
4. Maintenance stage(유지기)
초반 2주 간의 '유도기(induction stage)'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에 20g 이하로 제한합니다. USDA 권장량이 하루 2000 칼로리 섭취 하는 사람의 경우, 300g/day 정도이므로, 20g/day 이하라는 것은 탄수화물을 철저히 안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는 야채, 과일도 제한합니다. 야채, 과일을 안 먹어서 생길 수 있는 비타민, 미네랄 등의 결핍을 자신이 개발한 비타민 보충제로 보강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신체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대사과정에서 에너지로 이용하게 되고, 지방의 분해(lipolysis)로 생성된 새로운 에너지 원인 케톤(ketone)이 소변에 증가하는 것(ketosis)을 'Lipolysis Testing Strip(LTS)'로 측정하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런 장비들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판매됩니다.)
이런 방법은 분명히 빠른 체중 감소(그것이 수분이던, 지방이던, 근육이던 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앳킨스의 주장대로 지방의 분해를 유도하는 쪽으로의 대사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특히 고혈압 등, 심장 질환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심한 비만 환자의 초반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탄수화물의 제한이 체중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앳킨스의 발상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운동 선수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저탄수화물' 방식 체중 조절의 역사는 1862년 영국의 윌리엄 밴팅(William Banting)이란 사람이 쓴 'Banting's Letter on Corpulence(밴팅이 뚱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밴팅은 자기 신발 끈을 묶을 수도 없고, 계단은 뒤 돌아 서야 내려올 정도의 심한 비만 환자였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체중을 줄여보려 했으나 실패를 거듭하던 중, 한 의사가 권한 '녹말(starch) 음식과 설탕을 줄이는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여 드라마틱하게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밴팅은 이 다이어트 방법의 효과에 감명 받아, 그 실행 과정을 자신의 돈을 들여 책으로 발간하였고, 그 책이 유럽과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저탄수화물' 방식에 의한 다이어트의 효과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밴팅'이라는 용어가 아예 '다이어트'의 의미로 쓰였고, 아직도 체급 운동 선수들이 시합에 직면하여 허겁지겁 체중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밴팅 요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 체급 운동 선수들은 이 '밴팅 요법'의 빠른 체중 감량 효과를 잘 알면서도, 되도록 이 방법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탄수화물을 심하게 제한하는 방법으로 급하게 체중을 줄여 체급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프로 복싱이 한참 인기일 때, 평소 훈련 안 하고 마냥 놀아서 체중이 불어버린 인기 절정의 세계 챔피언이, 시합 전 날 계체량 검사를 가까스로 통과한 다음, 정작 시합에서는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리던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바로 '밴팅 요법'에 의한 급격한 체중 감량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어쨌든 일종의 '밴팅 요법'이라고 볼 수 있는 앳킨스 방법에서는 초반 '유도기(induction)' 과정에서 ketosis/lipolysis를 유도함으로써, 주당 5파운드(약 2.3kg) 정도의 체중 감소를 얻습니다. 이 때 수분 소실이 같이 일어나므로 실제 지방의 감소량은 2.5파운드/week, 10 파운드(4.5kg)/month 정도라고 합니다.
이후 '지속적 체중 감소기(Ongoing Weight Loss: OWL)'에 들어가면 매 주 5g/day 정도의 탄수화물 섭취를 증가시킴으로써 체중 감소 속도를 줄여 나갑니다. 컬리플라워 한컵, 아스파라거스 6~8 뿌리, 아몬드 15개, 레몬 주스 1/3 컵 등이 각각 5g의 탄수화물을 포함하므로 여전히 매우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속도를 줄여나가다 보면 35~40g/day 정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도 매 주 1 파운드 씩의 체중이 감소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개인 차이가 많아서 어떤 사람들은 50~60g/day 까지 증가시켜도 여전히 주당 1파운드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20~25g/day 정도에서 체중 감소가 중단됩니다. 이렇게 조기에 체중 감소가 정체에 이르는 경우에는 목표량에 이를 때 까지 탄수화물의 증량을 보류합니다. 또 최종 목표량에 이르는 마지막 10파운드는 2~3개월에 걸쳐서 감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최종 목표 체중에 근접하게 되면, 탄수화물 섭취량을 증가시켜 감량 속도가 주당 1파운드 이하로 떨어지도록 낮춥니다. 이어 최종 5파운드를 감량 시키면서 '유지 준비기(Pre-maintenance)'로 들어갑니다. 이 시기에는 '좋은 탄수화물(healthy carbohydrate)'이 포함된 음식을 매주 한 두 번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변 검사를 해 보면 ketosis 결과가 음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유지기(Maintenance)'에 들어와서는 '건강한 탄수화물' 음식을 매 주 3회 정도 섭취해 줌으로써, 배 고프지 않고서도 감량된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며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산다는 내용입니다.
이상이 앳킨스의 '탄수화물 제한식 다이어트'의 요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100~200 파운드 이상 감량한 경우들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럴 듯 하죠?…
= 저탄수화물 방식 다이어트의 문제점
앳킨스 방법의 결정적인 오류는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유지하기 위해 영원히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미국에 수잔 포터(Susan Powter)라는 유명한 아줌마가 있습니다. 살이 너무 쪘다는 이유로 이혼 당한 후, 이를 갈고 200여 파운드의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현재는 피트니스 전도사로 활동 중인 멋있는 아줌마 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회고하기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추가한 것이 결정적인 성공의 원인이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수 년, 각종 다이어트에 실패를 반복하는 동안,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지 않았던 다이어트 전문가들을 저주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피트니스 프로그램의 일부로서의 다이어트의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운동 행위에 필요한 영양 공급'입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던지, 지방을 제한하던지, 아니면 아예 굶던지 간에, 어떤 방법이든 칼로리를 제한하면 초반기에는 체중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동안 감소하던 체중이, 감소 속도가 급격히 늦어지면서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줄지 않거나, 아니면 체지방은 별로 감소하지 않고 아까운 근육만 감소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이런 정체 현상의 원인은, 칼로리 섭취량 보다 소모량이 많은 음 균형(negative balance)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신체가 이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만성적으로 영양 공급이 부족한 상태를 신체는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게 되고, 이어 기본적인 신체 활동을 위축시켜 칼로리 소모를 줄이고, 가능한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하여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식과는 별개로 신체의 기초 대사량을 높여주는 작업을 해야 하고, 그 방법은 바로 운동입니다. 운동, 특히 근력 운동(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서 근육의 양 및 근육에서 일어나는 대사량을 늘여주어야 합니다. 근력 운동에 의한 대사량 증가는 마치 칼로리를 소모해내는 공장을 몸 안에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럼으로써 다이어트의 효과에도 가속도가 붙어, 정체 현상 없이 지속적으로 체지방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영양 부족에 시달려 말라 버린 근육 대신, 탄력 있는 근육이 드러나 원하던 외모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운동을 배제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결과는 대부분 실패하거나 일시적으로 성공하더라도 목표했던 건강한 몸매가 아닌, 일방적으로 무게를 감량한 빈약하고 활기 없는 몸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강력한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운동 중 근육 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다름아닌 '탄수화물'입니다. 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복합 탄수화물' 뿐 아니라 '단순 탄수화물'도 적절히 배합된 균형 있는 영양 섭취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영양 부족 상태에서 운동을 계속하는 것 만큼 미련한 짓은 없습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이라는 영양소는 운동 여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단순 탄수화물 포함한 어떤 음식이던지(포화지방은 제외) 도움이 되는 영양소이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떤 영양소던지 과잉 섭취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다이어트 및 경기력 향상의 목적으로 쓰이는 여러 가지 '보충제(supplementary food)'도 마찬가지입니다.
앳킨스 방법과 같이 유지기에서도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디빌더를 포함한 운동 전문가들이 저탄수화물 방식의 다이어트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앳킨스의 다이어트 책에는 운동에 대한 언급이 매우 빈약합니다. 기초 운동 종류를 소개하는 정도이고, 단계에 따른 운동 프로그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앳킨스 방법을 포함한 저탄수화물 방식이 진정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초반기 체중 감소를 유도한 다음에는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혈당 증가에 의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도구를 '탄수화물의 제한'으로부터 '운동'으로 대처하고, 대신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하여 활동적인 신체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앳킨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심한 비만 환자의 초기 유도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운동 등의 활동적인 생활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서 음식의 배합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 진정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운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다이어트 이론가의 한계를 보여준 예라고 하겠습니다.
= 비 현실적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의 결과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운동이던 다이어트던 간에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단기간에 빠른 결과를 얻으려는 욕심에, 너무 힘들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꼭두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 한 시간, 점심 식사 후 계단 오르기, 퇴근 후 바로 체육관으로 달려가서 웨이트 트레이닝 3시간. 아침은 책에서 본대로 잡곡밥, 두부 한 접시와 과일 몇 조각, 점심은 부대찌게 먹으러 가자는 동료들을 비웃으면서 떨어져 나와 샐러드와 함께 훈제 닭고기 한 조각, 저녁은 주스 한잔으로 때우고… 이런 식으로 몇 일, 몇 주가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중은 점점 줄어 목표량에 육박합니다. 남들에게 자신이 하고있는 생활 방식을 책에서 읽은 이론을 들먹여가며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동참할 것을 역설합니다. 존경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동료들이 한 마디씩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서 보람까지 느낍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 너무 힘듭니다…
온 몸이 지쳐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거울에 비추어진 얼굴은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고, 살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근육은 여전히 지방에 덮혀 있으며, 쳐진 배와 주변의 뱃살은 그렇게 많이 줄어든 것 같지 않습니다. 남들에게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지만, 낮에는 책상에 않아 졸기 일쑤며, 일의 능률도 떨어집니다. 저녁이 되면 다시 체육관으로 발길을 돌리기는 하지만,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운동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합니다. 하지만… 너무 힘듭니다…
피트니스 잡지에 나오는 잘 빠진 모델들의 몸매를 보면서,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야… 나는 왜 저렇게 안 되는 거야…", "음… 아직도 내가 의지가 부족한 거야. 운동량을 늘이고, 먹는 것을 더 철저히 감독하자…"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방 연소제, 식욕 억제제, 지방 흡입제'등의 선전에 눈길이 쏠립니다. 다 거짓말이고 쓸데 없는 짓이라고 남들에게는 이야기 하면서도, 속으로는 "저걸 먹으면 정말 저렇게 될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피트니스 편집증(obsessive fitness addiction syndrome)'의 초기 증상 되겠습니다.^^ (* 제가 말씀 드리는 좋은 의미에서의 '운동 중독증'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흔히들 이야기 하기를, 3개월 이상 체육관에 나오는 사람은 평생 나온다고 합니다. 3개월 정도가 고비라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몇 일, 몇 주, 한 두 달 정도는 견딜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심한 경우에는 몇 년을 지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초기에 이런 식으로 시작한 사람의 대부분은 중간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부상 포함) 중단하게 되며, 이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 결과는 시작 전 보다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인은 균형이 맞지 않는, 무리한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 바람직한 다이어트 방법
피트니스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건전하며, 실현 가능성이 많은 다이어트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가지 방법을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내용은 이런 식으로 적을 수도 없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개개인의 목표에 맞는 프로그램이 구성 되어야 할 것입니다.
(1)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심한 비만 환자를 위한 다이어트
- 심한 비만 환자의 초반기 감량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저탄수화물/고단백/적당량의 지방'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 '저탄수화물'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저탄수화물' 방식을 사용하는 초반기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시행하여 칼로리 소모를 돕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 '저탄수화물' 방식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의 감량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글라이세믹 수치가 낮은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늘이면서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추가합니다.
- 목표 체중에 접근하면서 '적당량의 탄수화물/적당량의 단백질/저지방' 방식의 다이어트로 전환을 하고, '유산소 운동/무산소 근력 운동/레져 운동'이 복합된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지속적인 체지방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도모합니다.
# 어쩔 수 없이 단시간에 많은 양의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체급 선수, 촬영을 앞둔 모델 등), 제한적으로 '저탄수화물' 방식의 다이어트를 써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탄력 있는 몸매와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중은 감소하지만 동시에 근력, 근육의 양, 탄력의 감소 및 경기력의 저하를 감수해야 할 것 입니다.
#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할 생각이 없는 심한 비만 환자의 경우 '저탄수화물/고단백' 방식으로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역시 원하는 탄력 있는 몸매와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 고콜레스테롤증,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의 질병이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여,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일단 지방을 줄여야 하는 '중증 비만 환자'의 경우 약품류(식욕 억제제, 지방 제거제:Xenical 등)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약 들은 일반인 들이 자유롭게 구입해서 사용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이뇨제 등은 다이어트의 목적으로는 쓸 이유가 전혀 없는 약입니다.
(2) 몸매 관리(body shaping)를 위한 다이어트
- 초반기부터 '유산소 운동/무산소 근력 운동/레져 운동'으로 구성된 적절한 강도의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
- 운동 프로그램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 '적당량의 탄수화물/적당량의 단백질/저지방'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합니다.
- 운동 프로그램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 각종 '보충제(supplementary food)'가 다이어트의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충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주식은 '자연식(natural food)'이어야 합니다.
# 운동을 할 수 없거나 운동을 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역시 '저탄수화물/고단백'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탄력 있는 몸매와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3)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이어트
- 해당 경기 종목을 겨냥한 고강도의 운동 프로그램이 시행됩니다.
- '고탄수화물/적당량의 단백질/저지방'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합니다.
- 각종 보충제가 근육의 발달 및 훈련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주식은 '자연식'이어야 합니다.
= 맺음말 : 항상성(Homeostasis) - 신체의 환경 적응력 -
지금 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다이어트의 동향 및 쟁점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1800년대 중반 본격적인 다이어트 책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150년 이상이 지나도록 다이어트 방식에 획기적인 발전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새로 나왔다는 방법이라는 것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옛날 것을 변형시킨 방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요즘 나오는 방법도 발달한 과학을 이용하여 이론적으로 좀 설명하였다는 것을 빼 놓고는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 동안 점멸했던 수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 중 어느 한 가지도 절대적인 우위를 보인 것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피트니스를 추구하는 것은 신체의 기본 생리 현상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 하는데, 거기에 '특별한 방법'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또 무슨 구름 잡는 소리냐 하면…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는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여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부르는데,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자극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더우면 땀이 나는 것, 피가 모자라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 등이 모두 자극에 대한 항상성에 의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체의 항상성에 의한 적응 현상은 위와 같은 단기 자극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자극에도 반응합니다. 자주 사용하여 자극이 많이 가해지는 신체 부위는 더 튼튼해지고 쓰지 않는 부위는 점점 약해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자극이 대를 이어 계속되면서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키는 '진화(evolution)' 현상도 일종의 항상성에 의한 장기적 적응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트니스 과정에서 이 항상성의 원리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음식을 신체에 필요한 연료로 생각한다면(식도락가 분들에게는 욕 먹을 이야기이겠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는 필요할 때 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조금씩 연료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명 사회에서 식사 시간은 하루에 세 끼가 상식으로 정착하였습니다. 하루 세 번으로 연료 공급을 하려면 항상 남거나 모자라는 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균형이 약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신체는 항상성을 발동하여 현명하게 적응을 합니다. 먹는 음식이 조금 부족하면 연료 소비율을 좀 낮추고(대사량을 낮추고), 조금 과하면 연료 소비율을 늘임(대사량을 늘임)으로써 균형을 맞춥니다. 또 불균형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신체는 항상성의 적용 범위를 조절하여 새로운 영양 공급 상태에 적응하게 됩니다.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경우, 처음에는 체중이 줄다가 이내 한계에 이르는 것은 새로운 자극에 대응하여 신체가 영양 결핍 상태에 맞도록 대사량을 줄임으로써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근력 운동에서 사용되는 '점진적 저항의 원칙(progressive resistance principle)'도 환경에 적응하는 신체의 항상성을 이용한 원리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한 운동을 같은 무게로 지속해서는 근육 발달이 곧 한계에 이릅니다. 이 때 주기적으로 들어 올리는 무게를 조금씩 증가시키면 근육은 새로운 자극(늘어난 무게)에 적응하여 점점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근육의 발달로 나타납니다. 바로 항상성에 의한 적응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항상성은 무한한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고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범위'가 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 가해지는 자극에 대해서 신체는 각각의 자극에 대해 고유한 반응 메커니즘을 가동시킴으로써 평형 상태를 유지하지만, 신체가 감당하지 못할 한계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자극이 가해지거나, 반대로 한계 범위 이하로 자극이 감소하면 평형이 깨지게 됩니다. 신체 항상성의 '한계 범위'를 넘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면, 신체는 이를 소모해 내지 못하고 남는 칼로리는 체내에 지방으로 쌓여 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반면 영양 공급이 한계 범위에도 못 미치는 부족한 상황이 닥치면 신체는 자신의 조직을 부수어 에너지를 공급하게 됩니다. 바로 극단적인 칼로리 조절로 인한 근육 소실 과정이 되겠습니다.
결국 실현 가능한 피트니스 작업이라는 것은 생리적인 범위(항상성의 한계 범위) 내에서 끊임 없이 신체에 자극을 가함으로써, 신체의 '항상성'의 적응 범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강한 자극에도 견딜 수 있게 되어 질병에 걸리지 않고,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상태를 '건강해졌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다이어트 과정에서는 항상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자극을 가하는 방법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대신, 신체의 대사량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항상성을 유도해야 합니다. 즉 섭취하는 칼로리의 변동에 대한 신체의 적응 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 방법은 바로 '운동'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근육은 신체의 대사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입니다. 이 근육을 키워서 대사량을 높이는 것은 마치 칼로리를 소모해내는 공장을 몸 안에 짓는 것과 같습니다. 칼로리의 균형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일종의 든든한 완충 장치를 갖고 있는 셈이 됩니다.
반면, 다이어트를 음식의 조절만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신체는 점점 섭취하는 음식에 적응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초기에 지방이 유리된다는 이론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 탄수화물만 제한하는 상황이 오래 동안 계속된다면, 분명히 신체는 항상성의 적응 범위를 조절하여 탄수화물의 필요량을 줄일 것이고, 이내 지방의 유리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운동을 배제한 다이어트 이론들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까지 나왔다가 사라져 버린 수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의 대부분은 신체의 항상성의 원칙을 무시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반면 항상성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건전한 피트니스 프로그램, 즉 '운동과 영양'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춘 프로그램은 생활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쉽고, 간단한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일부 비만의 원인을 유전자적인 원인으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가 실용화되면 상당수의 비만을 유전자 주사 한방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또 이런 방법을 피트니스를 추구하는 데에도 적용시켜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주사 한 방에 힘든 운동, 음식 조절 없이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된다… 솔깃하죠?
유전자 치료가 비만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트니스를 추구하는 '운동과 영양' 프로그램까지 유전자 요법에 의지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활동량이 줄어든다면, 그로 인해 얻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인간이 멸종의 위기로 치닫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다이어트… 오묘한 인간의 몸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보려는 또 하나의 행위…
어짜피 아무도 완전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인간의 몸은 우습게 보고 아무나 한 마디씩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