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氣)라는 말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는 말도 없다. 기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마치 웃음이나 울음에 대한 정의를 묻는 일과 같다. 그러면 웃음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웃음의 종류는 몇가지나 되는가. 웃음은 반드시 즐거울 때만 웃는 것인가.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고 슬프거나 기가 막혀서 웃는 헛웃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 질문이 이쯤되면 대답이 궁해질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이 웃을 때는 무려 80여 가지의 근육이 움직이는데 이 근육들이 움직이는 조합으로서 나타나는 표정은 무려 7천여가지나 된다고 한다. 또 문헌에 등장하는 웃음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손뼉을 치고 크게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에서부터 억지로 웃는 희소(嬉笑), 쌩긋 쌩긋 웃는 교소(巧笑) 등 무려 50여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물론 이같은 이론을 알지 못해도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우는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속에는 기라는 글자가 포함된 단어가 무려 4백여가지나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단어들을 예로 들어 보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는 「기분이 좋다, 나쁘다」의 「기분」(氣分)이다. 기분이라는 말은 「기의 분배」(分配)를 뜻한다. 우리의 몸속 이곳 저곳에 필요한 만큼 기의 분배가 잘 이루어져 균형이 맞춰져 있으면 기분이 좋고, 그렇지 못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인기가 있다, 또는 인기를 끌다」로 사용되는 「인기」(人氣)라는 말도 있다. 전기(電氣)나 자기(磁氣)·열기(熱氣)·온기(溫氣)·냉기(冷氣)·한기(寒氣)가 아닌 사람의 기운 즉 「인(人)의 기」를 끄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기란 하늘의 기(天氣), 땅의 기(地氣)와 더불어 우리의 전통사상인 삼재사상(三才思想)을 구성하는 핵심이 된다. 이 때문에 인간의 기는 다른 물질적인 것들의 그것과 차별화하는 의미에서 강하게 「끼」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끼가 있다」 「끼가 (넘쳐서) 줄줄 흐른다」는 것은 기분에 그만큼 예민하다는 뜻이 되고 바꿔 말하면 체질적으로 「기감(氣感)이 예민한」 것을 뜻한다. 또 인기를 끌어 모을 소질이 남들보다 많다는 뜻도 된다. 세력을 다투는 모습을 말하는 「기싸움을 벌이다」에서 기는 「기의 힘」(氣勢)을 표현한 것이고 이 말은 「기세가 등등하다」라는 식으로 사용된다. 「기가 차다」는 말도 있다. 「기가 우리 몸 속에 가득 찼다」는 뜻인데 기가 허약한 사람에게 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면 좋다募? 의미가 되지만, 일단 가득차서 움직이지 않고 정체되면 마치 고인 물이 썩게 되듯 도리어 해로우므로 나쁘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기똥차다」는 속어로도 사용되는데 이것은 「기가 똥구멍까지 가득 찬다」는 뜻이다. 기는 물과 같아서 쉬지 않고 흘러야 한다. 기운(氣運)이라는 말은 「기의 운동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정체되면 썩게 된다.
그래서 「기가 펄펄 살았다, 죽었다」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기가 막히다」 「기절(氣絶)하다」는 말이 사용된다. 끊임없이 흘러야 하는 기가 막히거나 절단되면 어떻게 되는가. 죽는 것이다.
기, 생활의 체험학
이같은 생태학적인 표현 이외에 기운을 다루는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사용되는 말들은 곧 건강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한의학적인 표현으로 「기가 실(實)하다」거나 「허(虛)하다」는 표현은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다거나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좋지 못한 기가 뭉쳐 있다」는 뜻인 「기울」(氣鬱)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그뿐 아니다. 흔히 쓰는 방귀도 어원이 방기(放氣)다. 방사기(放邪氣)의 줄임말로 사기 즉 나쁜 기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할아버지들은 「방귀를 잘 뀌어야만 건강하다」는 말씀을 서슴지 않으셨다. 나쁜 기를 몸 속에 담고 있어 득될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서양의 학문을 과학이라고만 생각해 온 현대인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같은 한의학적인 진단이다.
예를 들어 간(肝)에 발생하는 질환을 두고 한의사들은 「간이 허하다」 또는 「실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서양의학처럼 간염이나 간경화, 또는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내리면 이같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약들을 처방하는 데 대해 이무런 이의가 있을 수 없을 터인데 그저 간이 허하다니.
이처럼 우리 몸 속의 기운을 살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특정장기의 기운을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기의 의술」(醫術)인 한의학적 관점을 서양인들은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기라는 관념이 언어를 통해 생활이나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우리들은 입장이 다르다. 관심을 갖고 되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우선 감기라고 하는 가장 기초적인 질병을 예로 들어 보자. 서양식 관점에서의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에의 감염이다. 불행하게도 아직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즉효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감기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의 몸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과로 등으로 피곤해지면 잠재적 면역력이 떨어져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감기바이러스가 발동을 하면 열이 나거나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하면서 팔·다리가 쑤시는 무력증상 등이 나타난다. 그래서 열이 나지 않도록 해열제를 주사하고, 염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항생제 등을 투여하면서 비타민C 등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면역력이 저절로 강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서양의학적 그리고 소위 말하는 「과학적인 접근법」이다.
동양적 접근법은 어떤가. 앞서 설명했듯 감기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냉기에 감염된 것으로 폐(肺)에 차겁고 습한 냉기가 침입한 병이다.
폐에 침입한 냉기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폐에 직접 열기를 넣어주는 방법을 쓰거나 어머니인 위장에 열기를 넣어 그 열기가 자식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처방이 뜨거운 콩나물국에 매운 고춧가루를 풀어 땀을 흘리면서 먹도록 한다.
다음은 어떻게 하는가. 열이 나는데도 불구 방에 불을 지피고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땀을 흠씬 빼고 나면 거뜬하게 치료가 되는 것이다. 폐에 얼음과 같은 냉기가 들어갔으니 위장에 열기를 내뿜는 음식을 집어넣어 얼음을 녹인 다음 그 녹은 얼음물을 땀으로 배출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바로 여기에 절묘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왜 하필이면 콩나물국이고 고춧가루인가. 물론 어른들에게는 콩나물국과 고춧가루를 사용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무즙 또는 배와 벌꿀을 쓰기도 한다. 콩나물국이나 무즙, 배는 수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이다. 땀을 내야 하니 탈수현상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음식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동시에 이들은 모두 열성(熱性) 음식이다. 비타민C로만 따지자면 양파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양파는 쓰지 않는다. 냉성(冷性)이기 때문이다. 양파를 고추장에 찍어먹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우리 몸의 내장기관 중에서 폐와 대장은 같은 금성(金性)으로 형제간이다. 폐에 냉기가 들어가면 아우인 대장에는 형의 몫까지 열기가 넘쳐나게 된다. 그래서 감기로 심한 열이 나면 먼저 해열을 위해 아니 예스러운 말로 불을 끄기 위해 대장을 비운다. 피마자기름을 사용해 관장(灌腸)을 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기의 논리이고 기의 과학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은 체험학일 수밖에 없다.
와! 그런 깊은 뜻을...참 병은 자랑하라고 옛분들이 말씀하셨는데 혹시 도움을 받을까 생각하여 나의 고질병을 말씀드려볼려구하는데..괜잖겠죠 6년전부터 고혈압 때문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약물 치료 그리고 알러지비염이 지금은 천식으로 발전하여 몇년째 약을먹고있는데 좋은 민간치료방법 아시면 부탁합니다*^*
첫댓글 길어도 읽었어요...저는 너무 길어서 일부만 어제 올렸어요....ㅋㅋㅋㅋㅋㅋ
와! 그런 깊은 뜻을...참 병은 자랑하라고 옛분들이 말씀하셨는데 혹시 도움을 받을까 생각하여 나의 고질병을 말씀드려볼려구하는데..괜잖겠죠 6년전부터 고혈압 때문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약물 치료 그리고 알러지비염이 지금은 천식으로 발전하여 몇년째 약을먹고있는데 좋은 민간치료방법 아시면 부탁합니다*^*
잘 봤습니다...기라는게 바로 그런거...두리님 제가 동네 어르신들한테 여쭤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