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eauty Bazaar ‘더블 웨어’ 1호와 ‘아이디얼 매트 리피니싱 메이크업 파운데이션 SPF8’ 22호를 섞어 발라 피부 표현을 완성했다. 눈두덩에는 ‘퓨어 컬러 아이섀도’ 59호와 23호로 그러데이션을 준 후 ‘ 래시 XL 맥시멈 렝스 마스카라’01호를 발랐다. 자연스러운 아이브로는 ‘아티스트 브로 펜슬’ 01호로 정리한 것. 헬시한 치크는 ‘텐더 브러시’ 214호, 촉촉한 산호색 입술은 ‘퓨어 컬러 크리스털 립스틱’ 307호를 바른 것. 모두 Estee Lauder 제품. 블루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세팅의 드롭형 이어링과 펜던트 목걸이는 Tiffany & Co.
“버리 힐스라구요? 좋아요. 어떡하든 갈 테니 인터뷰를 꼭 연결해주세요.” 자그마치 넉 달 전, 캐롤린 머피를 인터뷰할 수도 있겠다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담보로 <바자> 뷰티 팀은 일찌감치 캘리포니아행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녀가 베버리 힐스에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오스카 주간을 맞아 에스티 로더가 지난 4년간 꾸준히 선보였던 오스카 스파(남여 주연상과 조연상의 후보들에게 뷰티, 스파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는)를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운만 따라준다면 힐러리 스웽크나 케이트 블란쳇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직접 만나는 횡재를 얻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뛰었던 것은 사람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토파즈색 눈동자를 가진 매혹적인 에스티 로더의 뮤즈, 캐롤린 머피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
|
|
오른쪽 살짝 가려진 모슬린 커튼 사이로 활짝 웃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플로리다 걸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 왼쪽 네크 라인과 등선을 따라 비즈가 장식된 플라워 프린트 시폰 드레스는 Y&Kei, 모던한 디자인의 드롭형 제이드 귀고리는 Tiffany & Co. 제품.
Model, Carolyn 아카데미 시상식을 1주일 앞둔 2월 말. 드디어 짧지 않은 기다림과 에스티 로더 홍보 우먼인 한성림 과장의 수고 끝에 오스카 주간으로 분주하던 베버리 힐스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촬영 장소는 영화 <프리티 우먼>의 촬영지로 유명한 베버리 윌셔 포 시즌스 호텔. 제한된 시간 내에 커버와 화보촬영을 진행해야 한다는 상황 때문에 미리 에스티 로더 본사와 상세한 부분까지 협의가 끝난 상태였지만 어디 촬영 현장이 그리 녹녹하던가! 오스카 스파는 시상식 못지않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데다가 얼마 전 전세계적인 판매 부수(약 5,900만부)를 자랑하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수영복 호(1년에 한 번 발간되는 스페셜 에디션) 표지를 장식한 캐롤린 머피의 뉴스가 연일 TV와 신문을 통해 보도돼 이슈가 된 터라 그 열기는 가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바자> 코리아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ENG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던 미국 내 방송사 기자들과 <피플>지 등 다양한 타블로이드판 매체 기자들 그리고 몇몇 패션지 기자들로 그 넓은 펜트하우스가 발 딛을 틈 없이 가득 차 있었으니 에디터를 포함한 <바자> 촬영 팀은 모두 초긴장 상태일 밖에. 그저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캐롤린 머피를 무조건 믿어보기로 했다.
촬영 시간에 맞춰 트레이드 마크인 건강한 피부를 강조하는 내추럴 메이크업에 로 라이즈 진과 탱크 톱을 매치한 편안한 모습의 캐롤린 머피가 펜트 하우스에 들어섰다. <바자> 코리아의 뷰티 에디터라며 인사를 건네자 마리오 테스티노가 촬영한 글래머러스한 모델은 온데간데없고 1998년 VH1 패션 어워드에서 막 ‘그 해의 모델’상을 수상했던 풋풋했던 플로리다 걸마냥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솔직히 ‘휴우, 이제 됐다’ 싶었다. 곧이어 커버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폴 스타가 리터치를 하고,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크 타운센이 흘러내린 웨이브 헤어를 정리해 내추럴 업두로 만들었다. 뉴욕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공수해 온 Y&Kei의 드레스까지 갖추고 카메라 앞에 서고 보니 그녀는 예의 그 귀족 같은 글래머러스함을 물씬 풍기며 순식간에 소녀에서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찍이 스티븐 마이젤이 알아보고 마리오 테스티노가 이끌어 내준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그녀의 능력이야말로 에스티 로더가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거의 모든 제품의 광고 비주얼을 그녀의 얼굴로 도배한 이유일 것.
물론 엘리자베스 헐리, 리야 케베데와 함께 모델 트리오의 한 사람으로 에스티 로더를 대표한다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덕트 광고에서 보여지는 얼굴은 캐롤린 머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 있는 모델이라도 에스티 로더 같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거의 모든 광고 캠페인을 커버한다는 것은 그녀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일 것. “사실 지난 3년간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많은 노력과 단호함, 개성과 정열이 필요했죠. 물론 잦은 여행으로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전혀 그런 기분이 아닐 때에도 항상 완벽한 최고의 모습으로 보여져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보고 특별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 모델이라는 직업에 충분히 만족해요 그래도 간혹 스트레스가 쌓이면 명상과 요가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컨디션을 조절해요. 물론 음악적인 취향이 같아 통하는 것이 많은 마크 제이콥스나 친자매처럼 가까운 다니엘르 Z, 챈드라 노스, 샬롬 할로 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변함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그렇다면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글로벌 브랜드 에스티 로더의 대표 모델로 3년을 보냈으니 웬만한 뷰티 월드의 판세는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을 터. 게다가 에이린 로더와는 그만큼 돈독한 관계가 없을 정도이니 에스티 로더의 도움을 받아 크리스티 털링턴이나 이만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제니퍼 로페즈처럼 ‘캐롤린 머피’라는 이름의 시그니처 향수를 론칭하고 싶다는 욕심이 그녀에게도 있지 않겠는가? “셀러브리티들이 자신들의 패션 노하우나 혹은 뷰티 센스를 앞세워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제 경우는 제 이름과 얼굴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 에스티 로더를 대표하며 함께 성장해가고 그 유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죠. 물론 언젠가 제 이름을 딴 향수나 제품이 생산될 날도 오지 않을까라는 꿈도 꿉니다. 에스티 로더의 모델들 각각의 이름을 딴 제품 말이죠.”
이렇게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호시탐탐 뷰티 월드로의 크로스오버를 탐낸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난 해 뷰티 월드의 빅 이슈였던 샤넬 ‘넘버 5’의 니콜 키드먼과 크리스찬 디올 ‘쟈도르’의 샤를리즈 테론, 캘빈 클라인 ‘이터너티’의 스칼렛 요한슨 같은 여배우들이 떠올랐다. 여배우들의 뷰티 모델 데뷔에 대해 과연 모델 캐롤린 머피는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배우들이 코스메틱이나 퍼퓸 브랜드의 모델로 크로스오버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어요. 반면 지젤이나 앰버처럼 모델들은 자꾸 스크린을 동경하게 되고. 게다가 80년대나 90년대 초반에 비해 전문 모델을 광고 모델로 선택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들었죠. 물론 대중에게는 배우들이 훨씬 친근하게 어필하겠죠. 그렇다 보니 뷰티 브랜드들의 관심도 계속 배우들을 향하는 것이겠고. 개인적으로는 배우가 아닌 모델로서 나의 위치를 이용해 활동 범위를 넓혀가며 광고 속 이미지를 통해 내 목소리를 창조하고 여성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을 느낍니다. 저는 ‘슈퍼모델’의 시대를 꼭 한 번 되돌려 보고 싶거든요.”
|
|
|
투명한 시폰 테이핑 디테일이 독특한 스트랩 톱과 광택이 나는 실크 배기 팬츠는 Y&Kei, 클래식한 세팅이 돋보이는 사파이어 펜던트 목걸이와 드롭형 귀고리는 모두 Tiffany & Co. 제품.
As a Devoted Mother 솔직히 그녀 또한 엄밀히 말하면 영화배우다. 그레이스 켈리를 쏙 빼닮았다는 이유로 캐스팅된 그녀는 전형적인 모델 출신 배우(대부분의 모델 출신들은 대사를 불러주는 개인 스크립터가 있다고)와 달리 베리 레빈슨 감독의 영화 <리버티 하이츠>(1999)를 통해 배우로서 인정 받았었다. 그런데 막상 배우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려던 찰나 홀연히 서퍼였던 남편 제이크 슈로더(안타깝게도 얼마 전 이혼했다는)를 따라 코스타리카로 떠나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딸 딜런. 혹시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중단된 것이 아쉽거나 혹은 다시 캣워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지금은 에스티 로더의 모델로서, 또 네 살바기 딸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충실하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촬영 도중 내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그녀는 딸 딜런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단언한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제2의 탄생을 경험한다고 하죠? 자신에게만 열중하던 삶에서 다른 생명에게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열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정말 멋진 일이랍니다. 특히 아기들은 엄마의 반영이기 때문에 아이를 갖고 기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책임이 따르죠. 하지만 매일 아침 딜런의 작고 귀여운 얼굴을 만나고 그 아이의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그 아이에게 어울릴 예쁜 옷을 디자인하는… 난 그런 일상들이 너무 행복해요.”
여성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본인이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라는 캐롤린의 말은 아무래도 자신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현재 캘리포니아의 햇빛 쏟아지는 해변에 자리잡은 집에서 딜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화려했던 20대보다 훨씬 안정된 30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그녀.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차마 숨기지 못하는 이 사랑스러운 초보 엄마 캐롤린 머피에게서는 세상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로운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딜런이 크면 우리 모녀도 배우 골디 혼(그녀는 캐롤린의 롤 모델)과 케이트 모녀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골디는 너무나 재치 있고 귀여운 엄마죠. 그에 반해 딸 케이트는 마치 시원한 산들바람 같은 성격이에요. 둘 다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들입니다. 특히 골디는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눈부시게 아름답죠. 그리고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엄마의 스타일리시함을 케이트가 그대로 쏙 빼닮았거든요.”
아마도 10년 후 독자 여러분은 그녀의 말대로 보다 현명해지고 희망적이며 마음으로부터 웃을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지닌 아름다운 중년의 캐롤린 머피와 그런 그녀를 꼭 빼닮은 그녀의 딸 딜런 블루의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바자> 코리아를 통해 만나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See You Again, Sweet Caroly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