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잡이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다슬기는 민물에 사는 흔한 패각생물로, 형태는 원추형에 머리에는 타원형의 뚜껑이 덮여있고 두개의 촉수가 있다. 그리고 입은 아래쪽에 있으며 바위에 붙어있을 때는 빨판을 이용한다. 이동시는 배밀이를 하며 먹이를 먹을 때는 닫힌 뚜껑을 재껴서 사용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내놓고 있던 더듬이와 입을 얼른 감추고서 뚜껑을 닫고서 죽은 척 한다.
다슬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펴져 산다. 물이 깨끗한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먹이 활동은 주로 해가 떠있는 시간대에 한다. 다슬기는 고장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골부리, 충청도에서는 올뱅이, 경상도에서는 고디, 제주도에서는 도슬이, 전라도에서는 고동 또는 대수리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생활에서 일찍이 생활밀착형 어패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갈색의 다소 어두운 색깔을 두고 ‘고동색’이라고도 한다. 얼마나 친숙하면 그리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즘 나는 다슬기를 잡으려 주말이면 고향하천을 뒤지고 다닌다. 전에 보면 어디서나 많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을 하는데 잡는 수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것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아서 인지 잡아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잡을 때는 별 다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주어 담을 용기만 들고서 냇가나 물속 바윗돌을 살펴서 붙어있는 것을 잡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TV를 통해서 본 다슬기 잡이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나무틀에 유리판을 달아서 그것을 물에 대고 잡고 있었다. 물속에서는 작은 여울 때문에 어른거려 잘 보이지 않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았다. 그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여유 있게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방송국에서도 보여주는 의도가 그런 것을 느끼도록 배려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꼭 그럴까. 심심 파적삼아 잡거나 내다 팔기 위해 잡을 수도 있고 혹여 가족 중에는 몸이 아파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는가.
멀리 볼 것도 없이 바로 내가 아픈 아이를 위해 힘겨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냇가를 살펴 다슬기를 잡는 것은 둘째아들 때문이다. 평소 건강하던 중3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코피를 자주 흘리고 피곤해했다. 그래서 병원을 데리고 갔더니 B형간염에 걸렸다지 않는가.GOT. GPT 수치가 모두 250이 넘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의사선생님은 그간 부모가 왜 그리 두었냐고 하였다.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부끄러웠다.
대도시 큰 병원에 가서 골수검사도 하고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지인이 다슬기를 잡아 엑기스를 내어 먹여보라고 했다. 간수치를 떨어뜨리는 데는 그것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해서 불원천리 고향까지 달려온 것이다. 오늘은 늦은 봄이긴 하지만 날씨가 흐리고 바람불어 쌀쌀해서인지 다슬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고향 저수지 위의 작은 도랑에서 작업을 했다. 지나다니며 고향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고생이 많네. 저쪽을 한번 가보게.”
내가 왜 이런 작업을 하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걱정할까봐 차도 같은 건 물어보지도 않고 다른 곳을 일러준다.
나는 처음에는 사장에 나가 팔러 나온 것을 조금씩 샀다. 그러나 그 양이 적고 크기가 작기도 해서 직접 잡으러 나선 것이다. 다슬기는 하루쯤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한 후 끓이면 연두 빛을 띤다. 그것은 고소하기도 하여 먹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요즘 아내는 어 깨가 쳐져 지낸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데 저녁에 도시락을 가져다준다.
그때마다 다른 학부형이 어찌 그리 힘이 없느냐고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러겠는가. 자식이 몸이 아픈데 웃고 지낼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하나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신념이 그것이다. 정성을 드려서 잡고 그것을 먹인다면 정성이 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여섯의 소년이라면 폭풍 성장기이고 면역이 활발할 때인데 그것 하나를 이겨내지 못하겠는가.
물속을 살피다가 잠시 허리를 펴고 들녘을 바라본다. 물이 잡힌 논마다에는 벼가 푸르게 자라고 나무 가지 마다에는 새로 자란 잎들이 무성하다. 잠시 가까운 눈앞에 배추흰나비가 다가왔다 멀어진다. 이미 몇 시간째가 지났는지 해가 서쪽으로 설핏 기울고 있다. 나는 이날을 그만 작업을 마치기로 하고 타고 온 승용차의 시동을 걸었다. (1995)
첫댓글 둘째 아드님이 B형 간염에 고생을 했었군요. 우리 몸에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간은 특히 우리 몸에서 중요한 장기기에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릴 때 뻔데기 다음으로 많이 먹었던게 다슬기였는데 다슬기가 간에 좋다는 건 금시초문이네요. 아드님 간은 회복이 되었는가요?
그대로 관리는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술담배하지 마라고 늘 주의는 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