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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유럽의 마을 앵거리를 무대로 삼아, 마녀의 저주로 인해 90세 노인이 된 18세 소녀 소피를 통해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제작연도 2004년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スタジオ ジブリ)
마법세계에서 펼쳐지는 소피와 하울의 내적 성장기
18세 소녀 ‘소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 가게를 계승해 모자를 만들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삶을 사는 소녀이다. 어느 날 제과점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나러 나선 소피는 골목길에서 불량한 군인들을 만나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이 순간 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구해주고, 소피는 하울을 따라 하늘을 걷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질투심에 불탄 ‘황무지 마녀’는 소피를 90세 노파로 만들어버린다.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을 찾으러 황무지로 간 소피는 자신과 같이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 ‘카브’의 도움으로 하울의 성(城)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소피가 찾아간 하울의 성에서 그녀는 각양각색의 도시와 연결되어 있는 마법의 문을 경험한다. 소피는 그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성을 움직이는 불의 악마인 ‘캘시퍼’와 하울의 제자 ‘마르클’, 그리고 하울과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소피는 하울의 목욕탕을 청소하면서 주술이 담긴 선반을 만지다가 실수로 하울의 머리를 이상한 색으로 염색하게 된다. 이로 인해 하울은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어”라며 큰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그런 하울에게 소피는 “나는 한 번도 예뻤던 적이 없었어!”라고 소리치고 성 밖을 나가 빗속에서 울게 되면서 자신의 외모에 느끼는 자괴감과 슬픔을 하울에게 드러낸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왕실에서는 하울과 황무지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겁쟁이 하울은 소피에게 자신의 엄마를 사칭해 왕실 마법사 ‘설리만’을 찾아가 자신은 전쟁에 참전하지 못한다고 전해달라고 한다. 하울 대신 왕실에 간 소피는 설리만의 공격을 받게 된다. 소피는 꿈속에서 악마로 변한 하울에게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하울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설리만의 마법으로 원래 자신의 모습인 노파로 돌아와 힘을 쓸 수 없게 된 황무지 마녀도 그들과 함께 살게 된다.
전쟁이 절정에 이르고 설리만은 숨어 있는 하울의 성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석받이에 겁쟁이였던 하울이 소피를 위해 전쟁터에 뛰어들고, 소피도 하울을 살리기 위해 하울의 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소피는 전쟁으로 고통받으며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하울을 구하기 위해 하울의 과거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예전, 하늘에서 떨어지며 죽어가던 별 캘시퍼와 거래를 하는 하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울이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캘시퍼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어 살리고, 그 대가로 캘시퍼의 강한 마력을 받는 계약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소피는 이것이 캘시퍼와 하울에게 걸린 저주임을 알게 된다. 소피는 전장에서 생긴 부상과 악마와의 계약으로 죽어가는 하울에게 캘시퍼(심장)를 줌으로써 그를 소생시킨다.
소피의 사랑으로 하울과 캘시퍼 모두 살아나게 되고, 카브도 소피의 키스로 저주가 풀려 이웃 나라 왕자인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 카브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 전쟁을 끝내겠노라며 떠나고, 마법사 설리만도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한다. 소피와 하울은 사랑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성과 함께 하늘 멀리로 날아간다.
원작 VS 영화: 경쾌한 로맨스 판타지 VS 주인공의 내면적 성숙에 중점을 둔 성장영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미야자키가 이 원작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성이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어린 소녀가 갑자기 90세 노인이 된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라고 한다.1)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비교하자면, 원작이 전형적인 판타지물의 형식에서 살짝 비켜 나와 로맨스를 가미한 경쾌한 소설이라면, 미야자키의 작품은 원작의 중요한 설정은 안고 가지만 전체적 맥락과 캐릭터를 미야자키식으로 전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과 다른 미야자키식 연출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는 공간적 배경에 대한 재해석이다. 애니메이션은 소설 속 공간 배경인 영국은 물론 프랑스, 스위스, 동유럽을 철저히 뒤섞어서 무국적의 공간을 재탄생시켰다.2)
이는 제작진이 직접 세계 각국에 파견되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스케치한 것이다. 마을과 사람들이 사는 거리는 스위스, 궁전은 파리, 바다는 이탈리아를, 의상은 중세의 복식, 기차와 자동차들은 근대의 모형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3)
두 번째는 캐릭터의 변형이다. 원작에서 ‘하울’은 바람둥이로 나오는 반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름다움을 최고로 생각하지만 화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소피만을 사랑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황무지 마녀는 악역의 이미지가 강조된 캐릭터에서 치매에 걸린 귀여운 할머니로 성격이 첨가되었고, 캘시퍼와 허수아비 또한 원작보다 귀엽게 표현되었다. 국왕의 마법사인 설리만은 원작에서는 남자로 나오지만, 영화 속에서는 온화한 표정을 가진 여자 마법사로 그려졌다. 절대 권력자의 역할로 관록 있고 나이 든 여성을 내세우는 미야자키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소피의 외모이다. 원작에서는 마녀의 저주로 노파로 변신한 소피가 변함없는 외모로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소피의 감정에 따라 나이가 변하다가 이후 점점 젊어짐으로써 소피의 내면 변화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미야자키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류를 타고 부유하는 비행의 이미지,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외유내강의 소녀, 가상의 유럽 공간 등은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해 영화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대적 공간은 빅토리아 시대의 기계문명이 지나치게 발달한 19세기 유럽이지만,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하울의 성은 스팀펑크 디테일이 추가되어 새를 형상화한 가냘픈 네 다리와 증기를 뿜는 굴뚝, 고철덩이를 짜깁기한 것 같은 외관으로 디자인되었다. 스팀펑크란 SF 서부 장르로서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과학문물이 발달했던 19세기를 상징하는 장르다. 증기를 이용한 과거, 또는 과거에서 발전한 가상의 현재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이러한 경향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팀펑크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일본이 근대라는 시점에 대해 갖고 있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야자키 영화에서도 이 ‘증기기관’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성'에 부착된 커다란 연통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로 설명될 수 있다.4) 따라서 영화 오프닝에서 연기 속을 뚫고 나오는 성의 이미지는 이러한 경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성(城)의 기능: 주거 공간이자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장치
‘성’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하울의 자폐적 공간이자 다른 장소, 혹은 세계로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이는 주택이 가지는 기본적 개념인 주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다녀야 하는 하울의 임무를 잘 수행시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이 동시에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의 내부와 외부의 기능은 철저히 나누어지는데, 출입문의 손잡이를 돌리면 어떨 때는 다양한 장소로 이동하며 동시간대의 여러 장소의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어떨 때는 하울의 과거로 넘나들면서 현실과 과거의 혼재를 통한 비(非)동시성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5)
성의 외관: 기계와 새의 다리를 혼합해 하울의 다면적 성격을 표현
성의 외관은 기계와 동물이 결합된 형태이다. 서로 이질적인 종(種)을 섞는 방법은 미야자키가 다른 작품에서도 보여줬던 방식이다. 이미 그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비행기와 새를 혼합해 플랍터를 만들었고, <붉은 돼지>에서는 비행기와 배를 결합하는 등의 시도를 해왔다. 이러한 방식이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결합된 종의 속성을 모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다면적 성격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왜 성의 다리가 더 활동성이 강한 바퀴가 아니라 새의 다리일까? 집은 하울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 즉 새의 형상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울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집의 주인은 하울이 아닌 소피가 된다. 소피가 이사를 치른 후, 건물의 내부가 그녀의 옛집을 닮게 된다. 따라서 하울이 그랬던 것처럼 소피 또한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 그곳에서 자신을 확인해야 하는 임무를 자연스럽게 부여받는다. 다리가 달려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야 하는 ‘성’의 숙명처럼 하울과 소피도 자신의 인생을 과거에 묶여 정지한 채로가 아닌, 변신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숙명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주제: 자폐적 성격을 깨고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작들에 비해 미야자키의 연출이 담백하다. 주인공 소피는 나우시카처럼 인류 멸망을 몸으로 막아내는 비장함을 보여주지도 않고, 산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라고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센처럼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채 집이 아닌 곳에서 죽도록 고생하며 정직을 지나치게 시험받는 것도 아니다. 그 대신, 자기 주변의 작은 것을 돌아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사랑스럽고 친근한 성품을 가진 소녀로서 묘사된다.
이 작품은 전작들과 같은 주제,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고는 있지만, 거창하고 거국적인 것이 아닌, 한 인간의 정서적 성장을 잔잔히 그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의 센의 캐릭터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피는 하울의 성에 입성하고 가족 구성원의 엄마를 자청한다.
이러한 그녀의 자발적 참여는 그녀의 내면적 성숙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진 것은 중첩되지만, 소피 쪽이 좀 더 자신의 경계선적인 상태―소녀와 여성의 중간에 있는―에서 벗어나 성숙한 인간 존재라는 정체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야자키가 이상적인 소녀상을 제시하거나 거국적 정서를 표출하는 것에서 한걸음 진일보해 한층 우회적이고 보편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소녀상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비행: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성장을 위한 여행의 시발점
소피의 평범함은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업을 이어받아 묵묵히 이를 수행해나가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라며 소피의 각성을 북돋우는 동생의 충고로부터 소피의 내면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소피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하울과의 첫 만남 이후이다. 축제로 북적이는 도시의 하늘 위를 왈츠 음악에 따라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포즈로 비행하면서, 축제에 젖어 있는 일상에서 비(非)일상으로 진입한다. 소피는 하울과 처음 만났을 때 비행을 경험함으로써 비일상의 세계를 경험하며 하울의 세계로 진입한다.
미야자키 감독의 비행(飛行) 장면은 종종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로 쓰인다. 현실, 지금 여기라는 공간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공간적 경계가 흐트러지게 된다. 따라서 미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소피가 현실의 경계를 일탈하는 비행을 체험하는 것은 자신의 굴레를 박차고 성장을 위해 험난한 여정에 오르는 것이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
소피는 90세의 노파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뒤에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처지에 적극적으로 저항해보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항력적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사 패턴에서 벗어나 한 개인의 문제로 상황을 천착해 들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피의 내면 묘사에 치중한 연출은 그녀의 변해가는 외모만큼 조금씩 성숙해가는 내면을 관찰하기에 적절한 연출이다.
하울에게 원래 없던 남성적 무모함과 용기가 강화될수록, 또한 소피의 모성이 강화될수록 그들의 내면은 내적 성숙의 단계로 진일보한다. 소피는 노파가 되고 나서 많은 변화를 보인다. 첫 번째는 장녀라는 자신의 굴레를 벗어던짐으로써 책임감에서 해방되고 자기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독립의지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소녀일 때는 가지지 못 했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고, 내면의 소리에 진정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녀는 “사랑한다”며 하울에게 돌진하기도 하고, “나이가 드니 영 약해진다”며 슬그머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거울을 보며 “걱정 말아요 할머니, 당신은 건강해 보이니까요. 아이고, 허리야……노인들은 참 힘들겠어요”라며 노인이 된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고 위로하는 법도 터득하게 된다.
하울의 성에서 청소부를 자청한 소피는 그 일을 훌륭히 수행해낸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것이다. 성 안을 정리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외형적인 질서를 바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식사 준비나 빨래 등의 가사 일을 담당하며 상처 입은 자들을 엄마처럼 돌본다. 스스로 원해서 획득한 모성을 발휘하며 그녀는 자기중심의 가족을 편성하고 가족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내면이 단단해진다.
소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처럼 자기 마음을 단단히 덮고 있는 껍질을 깨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그녀는 자연스레 더 이상 자기 외모에 열등감을 느끼지도, 모호한 미래에 불안을 느끼지도 않게 되었으며, 단단해진 내면의 힘으로 자신에게 마법을 건 황무지 마녀와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게 된다.영화의 정점은 겁쟁이 하울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남성적 용기를 표출하며 소피가 자신의 몸을 희생해 자아의 조화를 이루고자 할 때 도달한다. 서로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둘의 관계가 발전되어 가는 모습, 즉 소피의 모성과 하울의 남성적인 활동성이 결합되어 진일보한 자아 성립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캐릭터 분석
소피
[목소리 역: 바이쇼 치에코(倍賞千恵子)]
18살의 어린 소녀지만 현실에선 황무지 마녀의 마법 때문에 90살의 할머니의 모습으로 있다. 늙어진 외모만큼이나 삶을 여유롭게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
하울
[목소리 역: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으나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피를 구하기 위해 나약한 마음을 버리고 소피와의 사랑을 이룬다.
캘시퍼
[목소리 역: 가슈인 다쓰야(我修院達也)]
원래는 별똥별이었으나 하울이 죽어가던 캘시퍼를 구해주고, 캘시퍼는 그로 인해 하울에게 구속되면서 자유를 얻고 싶어 한다.
황무지의 마녀
[목소리 역: 미와 아키히로(美輪明宏)]
하울을 노리는 마녀. 왕실에서 쫓겨나 황무지에 숨어 살게 되면서 이런 명칭을 얻게 되었다. 소피와 하울의 관계에 질투가 나 소피를 할머니로 만든다.
마르클
[목소리 역: 가미키 류노스케(神木隆之介)]
하울의 성에 살고 있던 꼬마 마법사. 소피에게 호의를 갖고 있으며, 그녀가 하울의 성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준다.
카브
[목소리 역: 이사키 미쓰노리(伊嵜充則)]
‘순무’라고 불리는 허수아비. 소피가 하울을 찾아 들판을 헤맬 때 그녀를 하울의 성까지 안내해준다. 원래 정체는 이웃 나라의 왕자.
■ 명장면 명대사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소피
소피는 장녀의 책임감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길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무기력한 소녀이다. 이에 반해 제과점에서 일하는 그녀의 동생 레티는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변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소피를 향해 레티가 하는 이 말은 소피로 하여금 현재의 자기 자신을 반추해 보게끔 하는 계기가 된다.
이젠 끝이야.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도 산 게 아니야! -하울
하울은 뛰어난 미남으로서 머리색, 의상, 귀걸이 등 외모를 끔찍이 신경 쓰는 인물이다. 소피의 실수로 머리 색깔이 흑색으로 변하자 절망감을 느끼고 탁자에 고개를 묻고 자포자기해버린다. 사실 하울의 가장 큰 특징은 겁쟁이라는 것이다.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진 그는 타인 앞에 당당히 설 자신감을 상실하고 자기비하에 빠진다. 이런 그를 보고 소피는 “나는 한 번도 예뻤던 적이 없었어”라고 소리치고 성 밖을 나가 빗속에서 홀로 울면서 자신의 외모에서 느끼는 자괴감과 슬픔을 드러낸다.
늙는다는 것은 고달픈 거구나/ 나이를 먹어서 좋은 건 별로 놀라지 않는 거구나/ 늙어서 좋은 건 울 일이 적다는 거지 -소피
외모는 90세의 노파이지만 분명 소피의 내면은 18살의 귀여운 소녀이다. 그래서 소피가 불현듯 내뱉는 푸념은 사실 미야자키 자신의 자조 섞인 독백이지 않을까 싶다. 노년의 자신이 느끼는 서글픔을 소피를 통해 살짝 도출시킨 거장의 유머가 느껴진다.
■ 수상내역
연도 수상내역
2004년
- 제61회 베니스영화제 기술공헌상
2005년
- 제31회 LA 비평가협회상 음악상
- 제70회 뉴욕 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 작품상
- 제23회 골든 글로스 최우수 금상, 머니 메이킹 감독상
2006년
- 제78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노미네이트
2007년
- 일본 음악 저작권협회상 금상
■ 음악
이 영화의 음악은 히사이시 조(久石讓)가 맡았다. 히사이시 조는 미니멀 음악을 팝과 재즈, 클래식 등의 여러 요소들을 융합해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단순화시킨다. 히사이시는 서양 고전음악의 구성과 형식에 기초 고전음악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을 사용해 서양과 동양이 조화일 구루는 음악적 색채로 나타낸다. 이는 풍부한 감성을 강조한 서정적인 멜로디로 변주되는데, 이러한 점이 통속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음악에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6)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특히나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유럽풍 도시들에 걸맞은 왈츠풍으로 작곡해 냈다. 미야자키와 히사이시는 영상보다 음악을 먼저 제작하는 작업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영상 제작에 들어가기 반년 전부터 작품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통해 주제를 상의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 앨범을 만들고 그를 발전시켜 영화의 메인 테마들을 뽑아낸다. 미야자키와 히사이시의 이런 작업 방식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방식이다.7)
이러한 협업은 베니스영화제(2004년)에서 기술공헌상의 수상과 일본 음악 저작권협회(Japanese Society for Rights of Authors and Composers: JASRAC)에서 금상(2007년)의 영화음악상을 수상
저자
백란이| 애니메이션 이론가
세종대학교 대학원 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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