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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자네 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백금자
후딱하니 4월이 다 가벼렸습니다.
2012년도 벌써 1/3이나 가 버렸는데 올초에 계획한 일들을 제대로 하고 있나
점검해 볼 시간도 없이 5월을 맞게 되었으니 지나간 시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또 3일은 거슬러 올라가서 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인복지학 시간에 치매에 대해서 배웠는데 치매예방에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매일 쓰지 못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이틀사흘씩이라도
일기를 써 놓으면 인생을 살아 가면서도 큰 도움이 되지요.
이건 지난 주일날 오후의 사진입니다.
우리 포동이의 저 만족한 표정 좀 보세요.
주인을 잘 모시고 산에 갔다 왔다고 제 남편에게 보고 하는 것입니다.
교회에 갔다 오면서 우리밭이 있는 산에 잠시 들렸는데 남편이 비닐하우스
만드는 것 마무리하는 동안 기다리다가 약초를 구해 달라는 분이 생각나서
일단 있는가만 확인 하려고 가까운 뒷산에 올랐습니다.
저는 늘 주머니에 비닐이나 주머니칼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날은 아무것도 안 가지고 올라갔지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나물이 얼마나 많은지 앞자락을 올려도 모자라서
이렇게 잔뜩 싸가지고 내려오고 있는 중입니다.
재작년에 간벌을 하더니 그새에 나물이 많아진 겁니다.
나물을 잔뜩 끌어 안고 내려 온 저를 보며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또 시작이 되었구만>
집에 가서 편히 좀 쉰다고 해놓고 나물을 보더니 발동이 걸렸다는 겁니다.
아주 본격적으로 자루를 찾아 들고 나물을 하러 나섰습니다.
일반나물취도 맛나지만 아래 사진에 있는 서덜취는 더 맛있지요.
서덜취를 우리 고장에서는 참도들취라고 부릅니다.
취보다 향이 적고 쓴맛도 거의 없어서 생으로 장아찌를 담으면 좋습니다.
참 맛있게 생겼지요.
다른욕심은 없는데 정말로 나물욕심은 못말리는 백금자 입니다.
어릴적부터 그랬지요.
학교에 가기전 아침일찍 일어나 혼자 산에가서 한자루씩 나물을
뜯어서 이고 오면 서울사람인 엄마는 그런 저를 늘 못 말린다고 하시면서도
그걸 팔아 가용돈을 쓰시니 반가워 하셨어요.
늘 사탕을 사다 놓으셧다가 남동생들 몰래 하나씩 주곤 하셧는데
그렇지 않을지라도 나물이 산에서 쇠어 가는 꼴을 못 보아주었습니다.
아무튼지 의외의 수확으로 한다라 나물부자가 되었습니다.
이 나물은 처음 뜯은 것이니 팔지 말고 나누어 먹어야 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편은 그동안 혼자서 그 무겁고 큰 비닐하우스를 옮겨서 다 지어 놓았습니다.
정말 남편은 천하장사 입니다.
고마운 남편을 위해서 눈여겨 보아 두었던 지치를 한뿌리 캐다 줍니다.
이 지치는 잘만 먹으면 산삼 보다 더 좋은 효능을 낸다고 합니다.
한뿌리 캐 보니 곱게 물이 잘 들었습니다.
뿌리가 붉은색이 난다고 자초라고도 하는데 어릴적에 우리마을에는 이 지치가
정말 많았습니다.
약초로도 팔았지만 새로 나무그릇을 만들면 아버지께서 이 지치뿌리와 황토를 섞어서
염색을 하기도 했지요.
물을 안 가져와서 목이 마릅니다.
이럴 때 좋은 것이 있지요.
작년에 나온 소나무 줄기를 꺽어서 송구를 해 먹습니다.
요즘에 송구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에 있는 소나무수액을 이빨로 살살 긁어 먹습니다.
예전에 먹을것이 없던 시절에는 이것도 얼마나 맛있었는데
제 입맛도 문명에 많이 길들여 졌는지 그저 그렇군요.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우리집이 있는 뒷산계곡을 바라봅니다.
우리 뒷산의 이름은 마대산 입니다.
해발 1052m 이니 꽤 높은 산이지요.
아직 정상에는 봄소식이 전해지지 않은듯 보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얼레지며 지장가리 삐뚝바리 바람꽃 같은 것들이
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자연은 누구보다도 계절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산자락 밑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골짜기 왼쪽으로 우리집이 있고, 오른쪽으로 일전에 소로 밭을 갈던
어르신 땅입니다.
갈아 놓은 밭의 일부에 무엇을 심으셧네요.
나무에 옷이 입혀지고 있습니다.
딱 이시기에 이렇게 여유로이 앉아서
먼 산을 바라 보는 행복이 내 삶의 일상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우위에 속합니다.
같은 초록이라도 참 여러가지 색을 하고 있지요.
그 초록중에서 저는 새싹을 동반하고 나오는
붉은초록을 좋아합니다.
해발고도를 따라 마치 나무와 산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보면 어느새 이만큼
새싹이 나서 올라가 있습니다.
골을 따라 산벚꽃과 개살구꽃이 화려하게
먼저 앞서서 산을 오릅니다.
그러면 다른나무들이 그 뒤를 따르지요.
양지에 주로 사는 참나무는 제일 나중에 잎을 피우며
따라갑니다.
마치 산정상을 향해 등산대회를 여는 것 같아요
기존에 겨울을 난 터줏대감 소나무와 잣나무의
짙은 녹색은 그 연륜을 자랑하며 여유롭습니다.
도시에 사는 친구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봄산의 모습입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냇가에 드릅이 나를 손짓합니다.
늘 다른것 하는 제게는 차지도 오지 않던 드릅들인데 올해는
첫판부터 횡제입니다.
사실은 드릅은 딱 이맘때가 맛있습니다.
그런데 크기도 전에 모두 따 버리니 맛있는 드릅을 못 만난지는 오래 되었지요.
이만큼 컷을 때 먹는 드릅향이 어찌나 좋은지요.
어릴적에 아버지께서 이렇게 굵은 드릅을 따다 드리면 정말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좋아서 그냥 쳐다만 보았습니다.
그 진한 향이 싫어서요.
그런데 이제 저도 그 향을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물주머니 하나가 더 채워집니다.
남편은 해 온 약초를 손질해 줍니다.
저녁은 범양님댁에서 맛있게 먹고......
이건 월요일아침입니다.
밤마실 갔다가 늦게 돌아와서 일거리가 밀렸습니다.
일기를 써 놓고 나물고르기와 다듬기에 들어 갑니다.
나물을 분류하고 티를 골라내고 삶을것은 삶고 장아찌 할것은
씻어서 물기를 빼 둡니다.
학교 갈 준비를 서두르면서 손길이 바빠집니다.
남편이 일어나서 내가 일해 놓은것을 보더니 또 한마디 합니다.
<이 많은 일을 다했어? 도대체 잠을 자기는 잔거야 정말로 못말리는 백여사구만>
이일저일로 동동거리는 내모습을 보더니 세탁기에 빨래를 널어 줍니다.
예전에 남편은 그런것을 몰랐습니다.
아무리 바쁘게 돌아쳐도 남의일에 불과 했는데 이제는 남의일 보듯 하지 않습니다.
일전에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결혼한 우리에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다시 결혼할 일이 생기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세사람이 모두 그럴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그렇습니다.
지금의 배우자와 맞추어 사는것을 겨우 적응햇는데
다시 결혼하면 또다시 맞추어 살아야 하는데 그건 싫다구요.
이제 겨우들 잘 맞아서 살만하다고 합니다.
결혼은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로간에 배려하고 잘 맞추어가며 사는 것~
남편이 측은히 여기며 학교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부지런히 했는데도 지각했습니다.
오후 화학시간~
오늘은 약초의 분리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을 시작하고 분리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시간정도 추출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시기에 교수님께
저는 다른일을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십니다.
<뭔일을 하시려구요?>
ㅎㅎㅎ 두고 보세요
다른이들은 한잠씩 자는데 못 말리는 일보아줌마는 생강나무순을 덖었습니다.
우리과는 실험실이 있어서 이 모든조건이 갖추어져 있지요.
본래 이것은 학교에서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소영언니댁에서 밤에 하려고 가방에 일거리를 싸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시간이 생겼으니 기회는 이 때입니다.
강의실에 차 덖는 향이 좋았습니다.
차를 덖어서 한잔씩 마시며 다음수업을 진행했지요.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정말 못 말리는 백여사님이에요~>
우리강의실 찬장에 있는 차 넣어 놓는 칸입니다.
여기 각종차가 다 있지요.
감국차, 무우차, 겨우살이차, 우롱차, 국화차, 생강나무꽃차 오미자차,구기자차,
자스민차, 산뽕잎차 박하차 .....그리고 이름을 모르겠는차도 몇가지 됩니다.
대부분 제가 만든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매주 효소차도 종류별로 돌아가며 마시지요.
이렇게 해놓고 그날그날, 그시간시간, 기분에 내키는데로 차를 마십니다.
연세가 약간 있으신 교수님께서 우리가 졸업하면 이런재미와 맛있는
것들을 못 먹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고 백금자는 졸업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뭔 트집을 잡아서 F학점을 주라는데 약점이 잘 없다고 하네요~
오늘 드디어 약점 잡힐일이 생겼습니다.
내일 수요일 그 교수님 수업이 또 있는데 내일은 집에 꼭 할일이 있어서
결석을 해야 겠다고 했더니 내일 안 나오면 0점처리 하겠답니다.
그래도 못 나온다고 했더니 이유를 대랍니다.
그래서 옥수수를 심어야 하는데 하루라도 미루어지면 안된다고 했지요.
사람을 얻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일할 사람 구하기 힘든 농촌에서 일을 미루면 큰일이 난다구요.
변명에 맞추어 농자는 천하지대본 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불량학생에게
교수님 두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하나를 해 주셨지요.
교수님께서 젊었을적에 누가 관상을 보아 주면서 하는말이
평생에 여자복이 있다고 했답니다.
그중에 세여자복이 있다고 했다는데,
그중에 어머니, 그리고 아내복이 있는것은 사실인데 남은 한여자가 누군가 했더니
늘 좋은 먹거리와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골여자 금자씨가 바로 세번째여자라나요.
아무튼지 칭찬은 분명합니다.
이건 소영언니네서 먹은 오늘의 아침식사 입니다.
여자셋이 모여 사니 아침부터 별것을 다해 먹습니다.
소영언니가 쑥을 캐다가 밀가루를 무쳐서 쪄 주셨습니다.
정옥언니는 미나리로 장떡을 부쳤구요.
제가 가져간 나물은 데쳐서 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우리만 먹었을까요.
싸가지고 학교에 와서 나누어 먹었답니다.
같이 사는 언니들말이 저는 나누는 것은 타고 났답니다.
뭐 좋은게 생기면 자기 먹을 생각은 안하고 누구줄까부터 생각하니.....
정말 못 말린답니다.
이건 끝으로 못말리는 백여사의 일상입니다.
제가 무척 즐겨보는 일일아침드라마 <복희누나>입니다.
70년대 이야기 인데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를 잘 키우며
대가족이 모여사는 알콩달콩한 이야기 입니다.
또한 나눌줄 아는 기업인도 있고 바른먹거리와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이
잘 사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는 참 교훈적인 드라마지요.
이제 이번주가 끝이라 너무나 아쉬운데 될 수 있으면 이 드라마는
국민드라마로 재방송이 되어야 할만큼 교훈적이라 아는 사람마다 이 드라마를
보라고 권해서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보고 있습니다.
교수님도 예외는 아니지요.
오늘 꼭 보아야할 중요한 부분이 있는 날이라 좀 일찍 등교하여
정옥언니 차에서 DMB로 보려고 계획하고 주차장에서 보려고 애를 써 보았건만
학교가 산속에 있어서 그것도 맘데로 안됩니다.
실망해서 강의실로 왔더니 젊은친구들이 인터넷에서 찾아가지고
강의실 프로젝트에 띄워서 실시간 방송을 보게 해 주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교수님께서 들어 오시는 줄도 모르고 집중했는데
강의시간이 지났습니다.
교수님께서 뭐라하지 않으시고 잘 보라고 커튼까지 쳐 주십니다.
못 말리는 백여사 때문에 교수님 속좀 터지겠지요~
첫댓글 ㅎㅎㅎ 언니네 옆에 꼭 붙어 살고 싶네요^^ 저도 교수님처럼 그 복좀 누려봤으면~ㅋㅋ
해성아 나두 미투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