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친구
누구는 말하더라구요. ‘너 친구, 아니 진정한 친구 몇이나 있느냐’고
글쎄, 몇이나 있을까?
성격이 헤퍼서 친구가 좀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었지만 만나는 친구는 많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글쎄 친구라는 게 나이가 비슷하고 취미가 같고 마음이 맞아서 같이 오래 만나도 즐겁고 다시 만나고 싶고 한 것이 친구 아닌가? 그런 친구라면 나이 먹어가며 보니 학교 동창이 그래도 많은 것 같다. 그냥 비슷한 나이로 사회에서 혹은 직장동료로서 만나, 마음이 통하고 취미, 성격, 생각이 맞아 오래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물론 학교 동창이고 더욱 이렇게 가깝게 된 것은 등산하고 취미 활동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친구로 허물없는 친구가 된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니었는데 졸업하고 30년인가 지나서 자주 만나자고 해서 만나고 또 가까우니 그렇다.
이제 모두 백수가 되고 그 친구나 나나 시간이 많이 있기 마련이니, 시간이 나고 한가하면 생각나서 전화해서 만난다. 어떤 친구는 전화하면 몸이 아픈지 아니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전화도 반갑지 않게 힘들게 받는다. 그러니 다시 전화하고 다정한 마음이 나겠는가? 그런데 이 친구는 전화하면 어찌나 그렇게 다정하게 전화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정하게 받는다. 내가 전화하면 할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언제든지 거의 만나잔다. 그러니 싫을 수가 있겠나?
이 친구 장점을 나열하면 끝이 없다고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술을 같이 좋아한다. 이게 옆에 사는 것 못지않게 반갑고 즐겁고 자주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동하게 하는 이유다. 인물도 좋고 남자, 여자 모두들한테 인기가 좋다. 사람에 따라서는 생각이 달라서 어쩐다고 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매우 좋았다. 나에게 맞는 안경이니 그런가 싶다는 격이다.
술 한잔하면 노래는 일류다. 가수 등단은 안 했지만 테이프도 만들어서 내가 책을 출판하듯이 이 친구 CD도 냈으니까. 관광차를 타고 놀러 가면 마이크를 잡고 노래 10여 곡 정도는 계속 박수를 받으며 관광버스 속을 황홀경에 젖게 하고도 남는다. 그렇게 즐겁게 하니 술, 밥을 안 사도 될 것 같기도 한 것 같다.
만나자고 전화를 한다. ‘친구야 오늘 심심한데 좀 좋은 일 없나 내 집에 마누라 없는 토요일, 일요일인데 어서 놀라오라’고 청한다. 친구의 아내는 독실한 교인이시다. 여자 담임목사인 교회에 다니는데 토요일,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거의 생활하신다. 그러니 그 때 나를 종종 부른다.
이 친구는 집안일을 즐겨 하여 아내를 잘 도와주고 있다. 그러니 아내가 싫어 할 이유가 없겠다 싶었는데 나에게 말 못할 죄를 졌기에 그걸 용서받기 위해 집안 일 잘하는지 진정 좋아서 하는지는 모르겠다. 음식 솜씨도 좋아 등산 갈 때면 술안주며 반찬을 맛있게 준비해온다. 검소하고 소탈하다.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한다. 말담이 좋다. 둘이 만나면 의기투합한 사이같이 재미있게 토론하듯 몇 시간을 같이 마시며 즐겁게 정치, 경제, 사회, 운동, 취미 등을 숨김없이 나눈다.
비밀이야 전연 없겠느냐만 하여간 그렇게 느껴진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친구다. 직장에 있을 때 휴가를 얻으면 거의 여행을 다녀 오지인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거의 세계를 두루 돌아 다녔다고 자랑한다. 60여 개국을 돌아 다녔으니 이제는 더 다니는게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마다 세상을 사는 방식이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승진에는 관심이 없었는가 보다. 관심가지고 노력했으면 대단했을 텐데. 명문학교에 머리도 좋은데. 인생을 즐기며 참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명예가 인생 전부는 아니다.
요사이는 또 집안 자랑이 요란하다. 사촌 여동생이 당 대변인을 하다가 지금 장관이 되고 그 남편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로펌 실력자라며 자기 아들이 덕분에 덕을 보아 가문에 영광으로 지금은 대단한 직장에 취직되어 잘 산다고 자랑이다.
요즘 오랜만에 집 방문할 기회가 되어 친구 집에 들렀더니 집안 자기 방에 오디오 시설이 보통이 아니었다. 각종 CD, 테이프가 가득했다. 어느 사이 여행 다니고 산행하고 술 마시고 영화보고 음악 즐길까 그런 일에 특별히 재주가 대단하다 느꼈다.
거기다가 손자 손녀 보기는 일등이다. 나도 몇 번 보았는데 아주 귀엽고 영리하고 정말 예쁘게 생겼다. 내가 잠깐 보아도 예뻐서 사랑하고 같이 생활할 만하여 보였다. 아예 손자 손녀와 같이 생활하며 며칠간 못 보면, 보고 싶어 아예 같이 사는가 싶었다.
그런데 딴 친구를 만났다. 말하는 이 친구를 또 잘 아는 친구인데 생각이 달랐다. 나는 이렇게 좋아서 만나고 술 마시고 산에 가고 세상을 논하고 좋아하는데 만난 친구는 내 생각과 확연히 달랐다. 친구라는 게 잘 지내다가 자기에게 잘못하고 섭섭하게 하고 오해하고 그러다 보면 친구가 원수가 되기도 하는 걸 세상 살다보니 알 것 같다.
이 친구 이렇게 장점이 많고 좋지만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자동차 운전을 아내에게 핸들을 맡기고 운전을 안 한다. 거기다가 컴퓨터는 컴맹에 가깝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데 공과계통이고 그런데 컴퓨터와 운전에 능숙함을 발휘 못하는 걸 보니 알다가도 모를 재주들이다.
노래, 등산, 요리 잘하고 말담 좋고, 가정 일 열심히 그리고 해박하고 손자, 손녀 극진히 사랑하여 자식들의 대우를 받고 이만하면 괜찮은 친구인 것 같다. 거기다가 옛날에 잘 하던 운전도, 전공과목인 기술도 다 잘 한다면 질투가 나서 미워 할란가?
이 친구 집 안방 벽에는 인생을 반성하며 살자는 현실적인 명구는 나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좋으면 하는 짓 모두가 예뻐 보이고 싫으면 모두가 미워만 보이고 그렇게 생각 되는 게 인간의 속성인가 싶다. 친구를 칭찬하고 나니 마음이 기쁘고 후련하다.
좋은 아파트(집) 타령
같은 층 바로 앞 출입문 사이 아파트(집)에 상당히 오랫동안 같이 살다가 이사 가고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나 이사 오기 전 수리를 하느라 야단이다. 공사를 하는 업체에서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는 메모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긴 했다. 하루 종일 시끄럽게 기계소리 짐 옮기는 소리가 며칠간 계속 되었다. 거기다 앞 집 아래층이 화장실을 새로 리모델링(개보수) 하느라 시끄럽다.
그렇게 시끄럽더니 우리 층 아랫사람이 어느 날 찾아와서 자기 집 화장실에 누수인지 방수인지 때문에 화장실 천장에 물방울이 생기고 전등용 전기가 나가 전등불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위층인 우리가 조치를 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사는 아파트가 꽤 오래 되었다. 20여 년이 되었다.
시골 농촌에서 초등학교 마치고 도시로 옮겨와서 처음 단독주택에 몇군데 거쳐, 아파트는 지금 사는 곳이 세 번째 집이다. 단독 주택에서 정원도 만들고 화단도 예쁘게 가꾸며 살지 못하고 여건 상 아파트에 오래 살게 되었다.
우리나라 주택 중 60%이상이 아파트이고 고층 아파트가 많은 나라 중 으뜸이란다. 같은 아파트에 오래 살다보니 싫증도 나고 바꿔볼까도 생각했지만 사는 아파트 주변에 편리한 시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아파트 앞에서 보면 보이는 거리,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삼성전자, 엘지전자, 전자랜드, 씨지브이 영화관, 홈플러스, 맥도날드, 메드프랜드, 결혼식장, 전국 사립의 명문 상산고가 있고, 20분 거리에 전북교육청, 전북도청, 전주대, 비전대, 동암고, 해성고, 영생고, 전주대사대부고 등 살아가는데 불편한 점이 거의 없고 건강을 위해 삼천 천에 도보운동 하기는 최고의 코스다. 교통도 김제 정읍 부안에서 오는 차도 아파트 앞에서 쉰다.
삼천에 널린 횟집 도청주변 새로 생긴 음식점, 몇 년 사이에 아파트 값도 많이 올랐다.
조경에서도 시내버스 타는 바로 옆에 은행나무가 죽 심어져 있어 은행잎이 피고 지는 계절의 풍경, 철창 울타리는 붉은 장미로 장식하고 길과 아파트 사이는 편백나무가 있어 좋고 철쭉이 피는 계절은 온통 꽃단지 같다.
남은 인생, 시골 나의 고향 봉동, 새로 이사한 완주군청이 세워진 곳이 아니면 그냥 이 곳에서 마칠까 하는 중이었다.
그 동안 이웃과 정답게, 동 대표 부회장도하며 직장도 가까워 잘 지내며 살았는데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집(아파트) 문제로 머리가 아팠다. 15년 쯤 살고 벽지, 가스배선은 리모델링을 했다. 그런데 8층인 우리 집에서 아래층 7층에 방수(누수)가 생기니 수리해 주어야 하겠기에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찾아갔다. 누수공사를 연락해서 수리를 해야한다고 하여 우리 아파트를 많이 와서 일해 본 곳으로 연락했더니 며칠간 일이 밀려 바로는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7층에 사시는 분이 또 올라와서 속히 조치 부탁한다고 했다. 다른 곳에 연락해서 기술자가 첨단 누수 탐지기를 가져와 하루 종일 작업을 했으나 확실히 못 찾고 변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변기를 안방 변기, 거실변기를 교체하라기에 바꿨다. 아래층은 전등을 못 켜고 우리는 수도를 전부 막아 화장실은 물론 싱크대를 사용 못하고 5,6일을 지냈다. 물통으로 물을 길러다 쓰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화장실은 관리실을 이용했다. 아래층은 티브이나 전화는 사용하는데 전등을 사용 못하고 촛불을 사용하였다.
결국 우리 아파트 일을 많이 해본 업자를 불렀다. 일을 하기 시작하여 4시간 후에 안방에 화장실에 변기 옆에 몇 군데를 헐고 호스를 갈고 다시 타일을 바꿔 끼어 넣어 마치고 남은 물 마르기까지 몇 시간 지난 후에 일을 마치게 되었다. 처음에 한 공사는 두 변기를 갈고 샤워기도 교체하고 수고도 많이 했는데, 특이한 것은 나중에 한 일은 단 4시간 자재도 5만원 정도나 들었을까 한데 육십 만원 내란다. 기술력이라지만 너무 비싸다 싶었다.
아파트 재건축 기간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었다. 위치가 좋으니 이사 가기보다 리모델링하며 살려 하고 재건축은 아직은 요원한 일일 듯 싶다. 아파트가 많으니 관리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이웃끼리 다정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