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카드 한 번 찍어 드릴게요!

제 카드 한 번 찍어 드릴게요!                           솔향 남상선/수필가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요지경속을 사는 느낌이다. 정보화시대라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계화로 그저 얼떨떨하기만 하다. 사람이 받던 버스 승차요금도 카드 인식기가 다 해내고 있으니, 인간은 소외당하는 느낌이다. 사람의 마음, 정서까지 기계화시켜서는 아니 되겠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103번 버스를 탔다. 가양동 소재 대전흥룡초등학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버스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5분 정도 신나게 달렸다. 드디어 한민시장 버스승강장에 도착했다. 승객 몇 사람이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그중에는 이순(耳順) 정도 돼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도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 승객들은 카드 인식기에 카드를 대고, 기계는‘감사합니다.’‘환승입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 한 분은 카드 인식기에 커드를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호주머니에서 교통카드를 찾는 거 같았다. 하지만 카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듯했다. 순간 여인은 얼굴색이 변하며, 손에 든 가방까지 샅샅이 뒤지는 거였다. 그래도 카드가 나오지 않자 아주머니는 벌겋게 달아오른 초조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기사 아저씨께,      “카드를 집에 두고 온 것 같습니다. 그냥 내려야겠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안 돼 보였던지,      “제 카드 한 번 찍어 드릴게요.”  순간,      “감사합니다.”    하며 초조했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거였다. 단돈 1,250원의 승차요금을 대납해 준 것이 아주머니 얼굴을 환하게 만든 것이다. 주변에서 그걸 목격한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흐뭇하고 좋은데, 카드를 찍어준 천사 여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베푸는 삶 얘기를 하다 보니 록펠러 자서전 속의 내용이 떠올랐다. 세계적 갑부 록펠러는 55세 때에 불치병으로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최후 검진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갔다. 병원 로비에 걸린 액자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액자 글씨를 보는 순간 록펠러는 마음속에 전율이 생기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병원비를 못내는 소녀의 병원비를 모두 내주었다. 중병의 소녀가 기적이었던지 회생이 되었다. 자신의 도움으로 한 생명을 살린 것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줄은 몰랐다고 록펠러는 자서전에서 말하고 있다. 그 선심(善心)에 하늘의 복을 받았던지 1년밖에 못 산다던 록펠러는 98세까지 살았다.     오늘 따라 성경 말씀이 왜 이리 위대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이 있다.”     돈을 흔히 필요악이라고들 하지만 어쨌든 위력 있는 존재임엔 틀림없다. 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잘 쓰기도 어렵다. 돈은 제대로 쓰면 사람들을 즐겁게도, 행복하게도, 하지만, 잘 못 쓰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많은 돈이라 해서 반드시 큰 위력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적은 돈이라 해서 위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은 사람을 희로애락의 감정에 빠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일류 코미디언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대전 유성구청 앞에 유림공원이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와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사색하며 걷기도 하는 공간이다. 가을 국화축제 때에는 예서제서 모여든 사람들이 시간을 낚는 축제 공간이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대전의 보물을 대전시민을 위해 기꺼이 투척하신 분이 바로 고인이 되신 이인구씨다. 큰돈을 보람 있게 쓰신 분이라 하겠다.      권력과 돈이 좋다지만 그것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우습게 여긴 나리들의 최후이리라.<달도 차면 기운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단어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제 카드 한 번 찍어 드릴게요!’ 작은 선행이라 생각지 말고 모든 사람들의 베풂의 씨앗이 됐으면 좋겠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나도 한 번 꿈틀해 봤으면 좋겠다.  부메랑! 심은 대로 거둔다!출이반이(出爾反爾: 너한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    마음에 새기고 살아 후환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