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바깥 사돈과의 카톡
서구문명의 영향으로 우리의 삶도 모든 면에서 많이 개방되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지 까마득하다.
그래도 아직은 우리에게 사돈지간은 어렵다. 편한 관계가 아닌 것 같다.
내가 남편에게 시집와서 김씨 집안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산지가 반세기가 흘렀다.
남편은 나에게 예절이라고는 모르고 천방지축이라는 혹평을 한다.
세상에 어려운 사람이라고는 한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렵다는 사돈들과도 격없이 편하게 지낸다.
특히 막내딸네 시아버지와는 자주 카톡을 주고 받을 정도로 편하게 지낸다.
카톡을 먼저 보내기 시작한 것은 바깥사돈이었다.
수년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카톡을 보내오신다.
덕분에 좋은 멘트와 예쁜 그림, 사계절이 뚜렷한 영상과 음악으로 아침을 연다.
시골에 산다고 농사지은 재료로 대량의 김장을 해서 몇 집 나누어 먹을때
김장 김치 조금 보내 드린것이 고맙다며 카톡을 한게 시작이었다.
몇 년 전 부터 김장을 소량으로 하면서 김치를 보내드리지 않아도 카톡은 여전히 보내오신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답글도 제대로 보내지 못해도 지성으로 보낸다.
바깥사돈은 안사돈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시고 혼자 직장 다니시면서 사신다.
그래도 살아계신 동안 안사돈은 요리와 김치 담그는 법도 알려주시고,
후회없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같이 여행도 다니시고 등산도 같이 다니면서
마지막 삶을 나름 잘 보내고 떠나셨다.
안사돈은 바깥사돈이 홀로 남을 외롭고 적막한 세상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주고 떠나셨다.
누구라도 부부가 이별 할 홀로서기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다. 우리만 봐도 사돈네 세 집이 모두가 혼자 계신다.
나도 남편이 혈액암으로 폐렴과 패혈증이 와서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젊었을 적 잘생긴 얼굴로 마누라 속을 있는대로 뒤집어 놓았으니
너는 이생에서 죽도록 마누라 종노릇이나 하고 오라는 염라대왕의 엄명을 받고
그나마 내 곁에 남아 있는 것 같다.(ㅎㅎ)
막내 딸 시어머니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안타깝다.
맏며느리를 볼 즈음 폐암 판정을 받고, 바깥사돈과 남은 날을 알차게 보내면서
투병생활 5년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효도 제대로 받아 보지도 못하고 60대의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다.
혼자된 시아버지, 큰 며느리인 막내딸이 신경 써야 하는데 막내딸은 살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친정 엄마로서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바깥사돈은 가락시장에 가셔서 작은 것 하나라도 사면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게 사는 보람이고 낙이다.
심지어 반찬도 하셔서 나누어 주신다. 정말 자상하신 아버지로 최고의 시아버지 역할을 하신다.
몇년전 우리 집에 오신 바깥사돈에게 "혼자서 많이 외로우시지요?"
좋은 사람 있으시면 사귀시고, (못말리는 나의 오지랍ㅎ)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최고의 스포츠는 파크골프니까 구장에 나가시라고 권했다.
아이들에게는 파크골프 장비를 사드리라고 부탁했다.
우리 집 잔디마당 45m 미니 골프장에서 연습게임도 해보시라고 했다.
그러나 등산하시는 걸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 더는 권하지 않았다.
하루는 손녀에 관한 글을 보내도 읽은 흔적이 없다.
이틀쯤 되니 혹시 혼자 계시는 바깥사돈이 많이 편찮은 것은 아닌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사위에게 아버지가 카톡을 안 받으시는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시고 피곤하신 모양이라는 전갈을 받고야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서로의 안위를 걱정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란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언제까지라도 건강해서 마음 편히 카톡으로 서로 소통하는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바깥사돈이 참 고맙다.
하루도 쉬지 않고 안부를 전해 주시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늘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활기찬 삶을 사시기를 기원한다.
첫댓글 참 좋은 세상입니다!
'좋은 사람 있으시면 사귀시라'...
햐~~
이건 좀 과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니 솔직 담백한 말씀입니다~~
남편이 천방지축이라는 말을 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요
사돈이 어려운데 지는 세상에 어려운 사람이 없어요.
외로울 것 같아서 그랬던 거지요.
그러면 안되는 줄 몰랐어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ㅎㅎ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하는 글을 대하고 보니,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변환되어
e-편한 세상이 되었음을 새삼 되뇌입니다. 사돈지간이라도 네티즌으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정보를 교환하며 고마움을 수수하는 것이 시대 변화에 순응하는 것임을 아시니 늘 그리하십시오.
늦둥이로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살다보니
버릇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으니 어쩌면 좋아요.
그냥 편하게 살아요.
그래도 그리 말해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