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예찬 (新川 禮讚) 손 영 복 ( 48회 ) ? 월간 『모던 포엠』수필부문등단 (2010) ? 중등학교장 퇴직 ? 수필집:『내가 걸어 온 교직의 길』 新川! 오늘도 신천이 나를 부르고, 내가 신천을 불러본다. 신천은 참 좋은 강이요, 보배로운 하천이다. 강 양쪽에는 봄이면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고, 느티나무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저녁놀이 고요히 내리는 해질 무렵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듣고,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참말로 그 이야기 속의 경상도 사투리에는 박목월의 시와 같이 약간의 풀냄새가 나고, 이슬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정감이 가고 참 좋다. 나는 시모고비에서 태어났고, 꽃피는 남하리에서 자랐으며, 그 후 아름다운 신천이 흐르는 봉덕동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신천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신천예찬’을 쓴다. 조선조 정조가 즉위한 정조원년(1776)에 경상관찰사 겸 대구판관으로 부임한 이서(李? 1732-1794)는 그당시의 대구천(구천)이 용두산에서 건들바위→반월당→동산동→달성공원→달서천→금호강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면서 비가 조금만 내려도 홍수가 나고 침수가 되어 성안까지 물이 넘치게 되어 대구 부민들의 피해가 막심함을 알게 되었다. 이에 이서는 대구부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신천을 만들려고 했으나 엄청난 공사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자기의 녹봉과 사재를 털어 공사를 착수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은 대구부민들이 자진해서 삽과 곡괭이를 들고 공사를 도와서 지금의 신천으로 물길을 바꾸어 마침내 대구부민들이 홍수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의 새로운 물길인 신천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 수성구 상동의 상동교 동편에 이서의 공적을 기리는 공적비가 이서공원안에 있다. 그당시에 이서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백성들은 이공제비를 세우고, 중국 송나라 소식(蘇軾)이 항주자사로 있을 때 축조한 제방을 소공제라 명명한 것을 본따 신천제방을 이공제라 칭하였다. 이곳에 송덕비(頌德碑)가 3개가 있는 데 왼쪽의 비는 정조21년(1797)에 세운 것이고, 가운데 비는 왼쪽의 비가 너무 초라하다고 하여 순조8년(1808)에 다시 축조한 것으로 둘다 이서의 공덕을 기린 것이며, 모두 수성교 서편에 있던 것을 옮겨 왔다. 또 오른쪽의 비는 대구 군수 이범선(李範善)공이 광무2년(1898)에 큰 홍수로 인해 이공제(신천)하류 부분이 훼손되어 대구 읍성이 위험하게 된 것을 단시일내에 보수하여 대구를 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듬해 백성들이 세운 공덕비를 이공제비와 함께 문화재로 같이 보호해 오고 있다. 신천은 대구 사람들의 젖줄이고,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생태공간이며,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포근하고 따뜻한 고향 같은 곳이다. 그곳은 산책도 하고, 달리기와 운동도 하고, 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동물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또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어 주고, 몸과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도 한다. 또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나타나기도 하고,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꽃동산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아름다운 신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백로 왜가리 오리들이 너울대며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즐거운 소풍을 하고 있다. 신천은 대구광역시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면서 그 주위를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또 금호강의 지류이자 금호강과 더불어 대구의 중심하천이기도하다. 또 신천은 동서남쪽이 산지로 둘러 싸여 있고 북쪽은 평지이기 때문에 그 모양이 말굽모양을 하고 있기도 한다. 신천의 상류를 올라가 보면 그 발원지는 대구광역시 가창면 우미산 남서쪽에 위치한 밤티재(570m)부근의 울창한 숲에서 시작되고, 그 곳에서 산아래로 내려가면 봄이면 파란 하늘 아래 연분홍빛 진달래가 피어나고, 여름이면 산뽕나무의 새까만 오디가 매달려 있기도 하고, 가을엔 진홍빛으로 익어가는 탐스러운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기도 한다. 밤티재에서 출발한 물길은 여러 골짜기에서 샛강을 만들면서, 그 샛강이 달성군 용계동 가창교 남쪽에서 모여서 신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길고 긴 계곡, 푸른 숲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 보면 산들의 정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작년까지는 해마다 새해 첫날 새벽에는 아내와 같이 용두산이나 산성산위에서 일출을 보면서 해맞이를 했으나, 올해는 남구청 주최로 신천 둔치에서 해맞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 곳에 갔다. 색동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가수와 무용수들이 전통 민요와 무용을 아름답게 부르고 연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저 멀리 수성못 뒤 산꼭대기가 붉어지더니 밝고 환한 빛이 하늘로 솟아 오르면서 서서히 해님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신비롭고 웅장한 광경을 바라 보면서 ‘아’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신천의 강줄기와 떠오르는 태양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신묘년 새해 해맞이였다. 해맞이 1월도 지나고 매화꽃이 핀 2월이 왔다. 그런데 대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집을 나서 눈을 맞으며 신천에 갔다. 눈은 펄펄 쉴새 없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신천이 온통 눈빛으로 가득하고 강둑위에 늘어 선 느티나무 가지위엔 흰눈송이가 수북이 쌓여 있기도 하고, 매달려 있기도 하다. 눈 쌓인 신천, 눈이 오고 있는 신천, 그 곳에 서 있자니 떠나기가 싫었다. 참으로 신천은 좋은 강이고 은혜로운 하천이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아름다운 신천둔치에서 백로 오리떼들이 놀고 있는 모습과 봄이면 언덕위에 활짝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와 줄지어 늘어선 느티나무 벚나무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걷고 또 걸어면서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아름답고 은혜로운 신천아! 오늘도 내일도 쉬지않고 영원히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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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주 하는 나그네 원문보기 글쓴이: 정광